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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업

[감상수업] 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 2011

93분

*원작: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한 두 가지 개인적인 이야기

 

1. 부끄럽지만 저는 암탉 맞춤법이 암닭인줄 알았습니다 ㅋ

2.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지만 둘 다 잘 쓰여진 그리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취향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 영화를 감상 수업에 넣었냐고요? 그 이유도 두 가지 입니다.

 

1. 교과서에 나온다. 이거 나름 중요한 이유 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동화를 원작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조합.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물론 있을 수는 있겠지만 흔하지 않다는 겁니다.

2. 짠 합니다. 생각보다 눈물 쏟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왜 우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모래 인간이라서요^^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아이들 몇 명 울릴만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던 영화가 갑자기 철학적인 잎싹의 대사로 끝나버리다니, 황당합니다. 대체 이건 뭘까요?

 

질문으로 영화 깊이 이해하기

 

'질문으로 영화 깊이 이해하기'는

아이들이 영화 내용과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 입니다.

그래서 답이 정해져 있기 보다는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래 글은 '정답'이라기 보다는 제 생각과 아이들이 찾은 생각이 합쳐진 내용 입니다.

 

난이도: 중간

유형: 이해하기

관련: 작품 이해

 

"왜 잎싹은 족제비에게 '그래 날 먹어' 라고 말했을까?"

 

 영화 잘 보고 있는데, 갑자기 잎싹은 알 수 없는 철학적 대사를 뱉고는 족제비에게 '자 날 먹어'라고 말하며 영화가 끝나버린다.

 

 족제비는 다가오고 잎싹은 죽을 것 같은 느낌에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하면서 눈물 펑펑 흘리느라 잎싹의 마지막 대사는 들리지 조차 않는 아이들이 1/3, 듣긴 들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아이들이 1/3,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대체 이게 뭔 소린가 잘 모르는 아이들이 1/3 입니다.

 

 

 

 이건 <마당을 나온 암탉> 원작을 봐야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원작에서 영화로 넘어오다보면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을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이 부분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분명 중요한 대사인데, 그래서 영화에 넣기는 한 것 같은데 너무 불친절 합니다. 더욱이 아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음에도 이런 불친절한 부분은 비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죽음이 다가오면 포기하자는 뜻이다.'

또 어떤 아이들은 '족제비 새끼들이 불쌍해서 자신을 내어준 것이다' 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해입니다. 잎싹은 목숨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죽음을 인정하고 수용한 것입니다.

 

 원작 앞 부분과 끝 부분을 함께 읽으면, 족제비에게 '나를 먹어'라고 말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앞부분에서는, 잎싹이 자기 이름을 잎싹이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나오는 부분을 발췌해 봅니다.

 

잎싹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세상에 또 없을 거라고 믿었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게 잎사귀니까. 잎싹도 아카시아나무의 그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었다.

 잎싹은 아카시아나무 잎사귀가 부러워서 '잎싹'이라는 이름을 저 혼자 지어 가졌다. (13쪽) 

 

 잎싹은 잎사귀처럼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특히 떨어진 뒤에도 거름이 된다는 부분을 주목해 주세요.

 

 그리고 뒷부분에서 볼 장면은, 잎싹이 족제비에게 잡아먹히기 직전 장면 입니다.

 

이제는 더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럴 까닭도 없고 기운도 없었다.

 "자, 나를 잡아먹어라. 그래서 네 아기들 배를 채워라." (190쪽)

 

잎싹은 스스로 죽으러 족제비에게 다가간 것이 아닙니다. 더이상 죽음으로부터 도망갈 힘이 없었던 것이었죠.

그 순간에 잎싹은 아카시아나무 잎사귀가 떨어져 거름이 되듯이, 자기가 족제비 아기들의 먹이가 되려고 했던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비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애니메이션으로 바라본 아이 성장의 그림자>라는 글에서 잎싹에 대한 비판을 한 적 있습니다.

 

 

 이렇게 원작과 영화를 오가면서 캐릭터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통해, 아이들은 영화를 더욱 깊이있게 볼 수 있는 눈이 길러질 것입니다.

또 영화 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진짜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능력도 조금씩 생겨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원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말해줄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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