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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글

애니메이션으로 본 아이 성장의 그림자

지난 글: 애니메이션으로 본 아이 성장 공식

 

 

애니메이션으로 본 아이 성장의 그림자

 

 

1. 아이가 성장하며 생기는 그림자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은 우리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캐릭터들이 사투리를 써서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 어머니상을 잘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잎싹에게는 마당을 나오기도 전부터 두 가지 소망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첫 번째는 자유입니다. 답답한 공장식 양계장에서 나와서 땅도 밟아보고 하늘도 보고 싶어 합니다

 두 번째는 알을 품고 싶어 하는 겁니다. ‘내 알을 품고 싶어라는 말을 양계장에서 참새 짹에게 하거든요.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에서 잎싹은 자유를 꿈꾼다.

 잎싹은 두 가지 소원을 모두 이루게 됩니다. 행복하겠죠?

 하지만 잎싹이 초록이를 떠나보낸 뒤 그토록 슬퍼 보였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잎싹이는 두 가지 소원 중에서 한 가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자유입니다.

 

 초록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내 자식도 아니고 심지어 종도 다른데, 이웃들은 수군거리고 초록이는 방황하고. 죽을 고비 몇 번 넘겼을 겁니다

 그러는 동안에 잎싹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자기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를 말이죠.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 분위기만 느낄 수 있지만 책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초록이를 떠나 보낸 뒤 초록이는 혼자 남습니다. 그리고 족제비가 다가오지요. 그 장면을 일부 발췌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중간 중간 생략된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초록, 책에선 초록머리.

 

 ‘초록머리가 나를 두고 가는구나.’

 갑자기 세상이 너무나 조용해졌다. 나도 가고 싶다. 저들을 따라가고 싶다!‘ 잎싹의 생각은 숨쉬는 것만큼이나 간절했다. 혼자 남는다는 것이 너무나 싫고 두려웠다. ’한 간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잎싹은 날개를 퍼덕거려 보았다. 그 동안 왜 한 번도 나는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어린 초록머리도 저 혼자 서툴게 시작했는데. ’, 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 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빈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잎싹은 지독하게 외로웠다. (188~189)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진다. 날자 날자 그래 날아보자꾸나.

 

 보시다시피 아이를 키우느라 잎싹은 자기를 가꾸고 성장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잎싹이 마당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마당으로 나가고 싶다는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초록이를 키우느라 잎싹은 더 이상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합니다.

 잎싹처럼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어른이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아이 앞에 당당하게 서지 못하죠.

 

 

 

2.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이 앞에서 솔직해야 해야 합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시인하고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지죠.

 <슈렉2>에서 피오나의 아빠 헤롤드왕은 자기 정체가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숨긴채 살아갑니다.

 

내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오지

 

 

 헤롤드 왕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요정 대모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결국 용기있게 자기 정체를 밝히기는 하지만, 그 동안 헤롤드 왕은 한치도 성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교실에서도 완벽한 교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는 이거 이거를 못해'라고 말해두면, 아이는 오히려 친근함을 느낍니다.

 제 경우엔 '난 영어 울렁증 있어. 난 음치박치야. 난 그림도 못그리지' 하고 고백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제가 못하는게 많다고 제 권위가 땅에 떨어질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잘하는 척' 하다가 들키면 그 때야말로 권위가 떨어질 때겠죠.

 

 결국 완벽한척하면 성장의 기회도 놓치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게 있습니다. 바로 성장의 모범을 보이는거죠.

 애 키우는데 그럴 시간이 있냐고요?

 물론 아이가 아주 어릴 땐, 그래서 한시도 옆에 있어주지 않으면 안될땐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조금씩 어른으로부터 독립해 나갑니다.

 아이는 독립해 나가는데 나는 계속 아이만 챙기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이 때는 자신을 가꿔가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교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열심히 가르치는 것 좋죠. 하지만 학교 생활에 모든 힘을 다 쏟다보면 자신이 사라지게 됩니다. 학교에서 수업하고 업무보고 수업준비하다가 집에가서 내일 수업 준비하고, 그리고 잠. 그러면 다음 날 수업은 굉장히 잘 되겠죠.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자신은 조금씩 소모되어 갑니다. 몇 년이, 몇 십년이 지나면 '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 부분을 설명할 때, 약간 어거지같긴 하지만 한석봉과 어머니의 예화를 좋아합니다.

 

 자신있게 돌아온 석봉씨에게 어머니는 이런 명언을 하죠.

 "불꺼라, 난 떡을 썰테니 넌 글을 써라."

 

칼은 붓보다 강하다

 

 열심히 글씨 연습을 한 석봉씨보다 더 열심히 살았던 어머니.

 부모가 돈이 많거나 유명해 지는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아마 석봉씨는 치열하게 살아온, 그리고 예전보다 훨씬 성장한 어머니에게 놀랐을 겁니다.

 

 

 

3. 급 마무리

 

 그래서 저는 감히 주장합니다. 아이 키우기도 좋고 수업 준비도 좋지만, 자기 취미생활하고 열심히 놀라고요.

 

 놀다보면 여유가 생기고 아이에게도 여유로워 집니다.

 취미 생활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성장과 연결이 됩니다.

 

 기타를 치고 싶은면 기타를 치고, 영화를 보고 싶으면 영화를 보고,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고, 보드게임을 하고 싶으면 보드게임을 하세요.

 

 

 언젠가 내 아이가 폭풍 성장을 하고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을 때,

 너 그렇게 컸냐? 난 더 컸다~ㅋㅋㅋㅋㅋ

 라고 자신있게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