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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업

[국어] 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 2011

*원작: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출처: DAUM 영화

 

 

앞서 <마당을 나온 암탉> 감상 수업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동화 중에 영화로 흥행한 작품은 제가 알기론 이 작품이 유일합니다

(2007 개정 교육과정 기준 입니다).

 

 그래서 국어 내용과 관련해서 다음 두 가지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 이 후에 <마당을 나온 암탉>이 교과서에서 빠졌다고 해서, 원작있는 흥행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볼 때 즐거운 점은, 두 작품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책과 영화를 비교하는 것을 중심으로 썼습니다.

 소설과 영화라는 서로 다른 두 갈래(장르)를 비교해 봄으로써 각 갈래의 특징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작품을 다른 갈래로 바꿀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공부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

 

 일단 책과 영화중에 책을 먼저 읽기를 권장합니다. 개인적인 경험 + 아이들을 보아온 사례 등을 종합해 볼 때,

책을 읽고도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책을 재미있게 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집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교실에서 책과 영화로 공부를 한다면 문제에 부딪힙니다.

책이 아이들 인원 만큼 도서실에 없다는 것 + 아이들마다 읽는 속도가 차이 난다는 것 입니다.

책 읽어오기 집에서 숙제로 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건 좀 사는 동네 얘기고 적어도 제가 있던 동네에서는 그게 안 됩니다. 한 달을 시간 주어도 책을 안사는 아이도 생기거든요.

 

 그래서 든 생각은 '책 읽히기'가 아니라 '책 읽어주기' 입니다.

아침 시간 또는 국어 시간에 매일 20분 정도 책을 읽어 줍니다. 읽는 속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4주 안에는 아이들에게 다 읽어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200쪽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따로 책을 읽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흐뭇한 미소로 그러렴을 반복하시면 됩니다.

 

 자, 이렇게 아이들에게는 긴긴 시간이 지나면 드디어 영화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기대감 2배가 되겠죠~ㅋ

*참고: (다른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알라딘은 30여쪽까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책 그리고 영화

 

 다짜고짜 비교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막연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고 교육과정과 연계되어 있으면  좋기 때문에 중심적으로 비교할 것을 제시해 줍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교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캐릭터와 (공간적) 배경을 제시했습니다.

 

비교하기: 캐릭터

 1. 초록(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소설 속 '초록머리'가 영화에서는 '초록'이가 됩니다.

왜일까? 하고 질문해보세요. 이건 갈래(장르)의 특성에 따른 겁니다. 청각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영화라는 갈래의 특성상 '초록머리'라는 이름보다는 짧아서 듣기 좋고 외우기도 좋은 '초록'이란 이름이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음. 초록색 머리는 열성이 아닌 우성이라는 것도 배울 수 있다. 응?

(출처: DAUM 영화)

2. 나그네

 영화를 먼저 본 친구들은 내심 놀랍니다. 뭐? 우리의 카리스마 나그네가 이렇게 약한 존재였다니~ 하면서요.

 나그네는 영화로 넘어오면서 성격이 바뀐 경우 입니다.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짱짱맨 이지만 소설에서는 그냥 부상으로 퇴역한 군인 같은 느낌이랄까요?

 또 영화에서는 애꾸눈이라 불리는 족제비와도 맞짱 뜰 정도로 강하게 묘사되지만 책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족제비 눈을 애꾸로 만든게 나그네였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잎싹 입니다. 그냥 어쩌다 휘두른 잎싹의 발톱에 족제비가 다치게 되죠.

 

 오히려 소설 속 카리스마 캐릭터는 '수탉' 입니다. 네, 영화에서 가짜 벼슬 끼고 다니다가 들통나서 망신 당하던 그 수탉 맞습니다.[각주:1]

 

 그렇다면 영화에서는 왜 나그네 성격을 이렇게 멋지게 그렸을까요? 아마도 족제비와 싸우는 액션 장면을 넣으려는 것과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야 관객이 몰릴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냥 제 생각일 뿐이고 아이들과 질문하고 대화하다보면 더 좋은 대답이 나올 수도 있겠죠?

 

사진 보니까 알겠네. 이런 캐릭터 멋지잖아. 거기다 주인공을 위해 죽기까지. 꺄~~~  >.<

(출처: DAUM 영화)

 

3. 달수

 영화를 먼저 본 친구들은 책을 읽는(듣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합니다. 대체 달수씨는 언제 나오는거야? 하지만 달수씨는 책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네, 단 한 글자도 안 나오죠.

 달수는 영화로 넘오오면서 새로 추가된 캐릭터 입니다.

 소설에도 없는 캐릭터를 왜 굳이 넣었을까? 라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합니다.

왜 일까요?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가 우울합니다. 영화에서 달수씨가 잎싹+초록에게 집을 마련해 주죠? 소설에서는 그런거 없습니다. 잎싹이 족제비를 피해서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잠을 청하는 장면은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자, 이쯤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가 우울하면 되겠어? 바로 이거죠. 밝아야죠. 나죽에 잎싹이 죽으면서 눈물 펑펑 쏟게 만들더라도 일단 밝고 즐거워야 아이들이 영화관 찾아오죠.

 그래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이 달수라는 캐릭터 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뽑으라면 저는 달수를 뽑고 싶습니다. 이 캐릭터가 영화를 흥행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ㅋ

 

어이, 나쁜 손~ 이런거 보면 어쩌면 이 영화는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영화 일지도. 뭐 지금 얘기 핵심이 아니니 일단 패스. (출처 DAUM 영화)

 

비교하기: 공간적 배경

 소설을 먼저 읽던 영화를 먼저 보던 공간적 배경이 다르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소설 속 배경과 영화 속 배경은 다르게 나옵니다. 그럼 이렇게 질문해 볼 수도 있어요.

 "그래 뭐 저수지나 늪이나 거기서 거기일 수 있지. 별로 안중요 할 수 있어. 그런데 난 오히려 이게 더 궁금하다. 그리 안중요하다면 원작 내용 그대로 저수지라고 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늪으로 바꿨을까? 왜 그랬을까?"

 

 그래요, 별로 안 중요한데 대체 왜 바꿨을까요?

 

 처음엔 달수씨 때문인줄 알았습니다. 영화 흥행을 위해서 감초같은 역할, 웃긴 역할, 영화 분위기를 밝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을 넣어야 겠는데 그게 수달, 달수씨 입니다. 이런 달수씨, 즉 수달은 늪에서만 살고 저수지에서는 살지 않아서 그런가? 라고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감독 인터뷰를 보니 답은 참 간단하더군요. '저수지는 조형성이 떨어져서' 랍니다.

 

 참고: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미술팀 제작기 입니다.

 

 

소설(이야기글)에서 시나리오로 옮기는 작업

 

 감독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마당을 나온 암탉>은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이 걸렸습니다. 원작이 있었는데도 말이죠.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기는데 감독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인터뷰  일부를  옮깁니다.

출처는 <그가 그린 암탉 한 마리 제대로 사고쳤다 '오성윤 감독'(인터뷰)>(2011, 황하민, 엑스포츠뉴스)

 

 

원작이 있기 때문에 3년이란 시간에 관객들은 놀랄 것 같다. 
-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러나 원작이 있다고 시나리오가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시나리오 작업은 정말 어려운 숙제였다. 원작의 정서를 최대한 잃지 않고 영화라는 장르에 맞게 재탄생 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다.


원작을 옮기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은 무엇인가? 
- 주인공 '잎싹'이다. 원작보다 자연의 냉정함을 많이 완화시키고 긍정적으로 그렸다. '잎싹'의 냉정한 자연에 대한 경험을 놓고 고민했다. 결국 '잎싹'의 삶을 축소시키고 '초록이'의 성장을 부각 시켰다.

 

영화화하면서 원작의 무거움을 더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 묵직함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도 공감할 것들이 많다. 


- 원작과 결말은 같다. 주제의식은 녹아 있다. 내 스스로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삶의 지향에 대해 동의 했다. 

 

그래서 마지막 결말은 끝까지 고민했을 것 같다. 
- 많이 했다. 기존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합리적인 발상에서는 이해하고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우리 관객들은 동의는 못하지만 노력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너무 감사하다.

 

 

 

정리

 여기까지 수업이 진행되면, 소설에서 영화(시나리오)로 내용을 옮기는 작업이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지 아이들은 대강이나마 짐작하게 됩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소설에서 영화로 내용을 옮길 때 가장 많이 신경써야 하는 것은?

'영상' 이 대답은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학생의 대답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공간적 배경이 달라진 이유가 '영상' 때문이었죠.

 

 그럼 저는 또 다른 것 없냐고 묻죠. 제가 원하는 답은 '흥행' 입니다. 달수라는 캐릭터도 그런 이유에서 탄생한 캐릭터 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어지는 질문. 왜 영화는 책보다 '흥행'을 중요시 할까요? 아, 책도 물론 흥행이 중요하죠. 하지만 영화는 유독 더 합니다. 왜냐고요? '원가'가 더 비싸기 때문이겠죠, 뭐. 30억을 들여 만든 <마당을 나온 암탉>이 정말 적은 돈을 쓴 편이니까요.

 

 

 

 

 

  1. 소설 속에서 카리스마는 수탉 몫이다. 그의 카리스마를 잠깐 맛만보자. "내가 돌담 위에서 한 번 더 홰를 치거든 이 곳을 나가라. 나그네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머물게 됐지만 너는 갈 곳이 있어. 닭장 말이야. 닭장은 안전해 암탉이 아무리 용감해도 언제나 족제비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무엇보다 멋있었던 장면은 소설 끝부분 쯤, 야생에서 홀로 청둥오리를 키운 새싹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