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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웹툰] 유미의 세포들: 성인판 인사이드 아웃

유미의 세포들

글/그림: 이동건

제공: 네이버 만화

 

 

 

 

 

한국판 성인 인사이드 아웃, 유미의 세포들

 

 

대부분 웹툰이 그렇지만 <유미의 세포들>도 어쩌다가 접한 웹툰이다.

첫 화를 보고 느낀 점은 '앗 이것은 인사이드 아웃?'

 

그런데 완전 성인버전이다.

 

노출이 심하거나 폭력성이 강해서가 아니다.

그 나이 또래라면 겪을 만한 이야기라서 성인버전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라일리'가 30대 직장 여성으로 자라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미의 세포들>은 <인사이드 아웃>보다 더 복잡하다.

기쁨, 슬픔, 버락, 까칠, 소심 이라는 다섯 감정으로 운영되던 컨트롤 타워는 훨씬 더 복잡하게 운영된다.

감성세포, 이성세포, 난폭세포, 자린고비세포, 패션세포, 반항세포, 명탐정세포, 야망세포, 정보 기록 세포, 본심 세포 등 다양한 세포가 매 회마다 등장한다.

 

 

 

 

어찌보면 <인사이드 아웃> 확장판 또는 성인 버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웹툰의 매력은 단지 <인사이드 아웃>과 비슷한 컵셉이어서가 아니다.

 

그 나이 또래의 감정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여성, 30대, 솔로, 직장인, 평범하고 조금 소심한

 

 평범한 직장인 유미가 서른이 넘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웹툰은 시작한다.

연하 직장 후배 '우기'에게 마음이 가지만, 어리고 쌩쌩한 후배 '루비' 역시 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주책'이라고 생각될까봐 한 발자욱 물러나 있던 유미는

혼수상태에 빠져있떤 프라임 세포, '사랑 세포'가 깨어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흐름과 조금 빗나간 이야기지만,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특정 집단을 겨냥한 만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미생(윤태호), 송곳(최규석) 등 한 집단을 현실적으로 파헤친 웹툰도 그랬고, 출산과 육아가 이야기가 되는 웹툰도 몇 편 보았다. 순정,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가 폭넓게 이뤄지는 것도 좋은 일이다.

 예전 일본 만화를 보면서 치밀한 취재와 폭넓은 소재가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우리 만화가 웹툰을 기반으로 조금씩 그리 되가는 것은 아닌지 긍정적인 기대를 해본다.

 

 이런 의미에서 <유미의 세포들>도 '서른 넘은 여성, 솔로, 직장인' 이라는 범주를 정확하게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꼭 그 타켓들만 이 웹툰을 볼까? 아니다, 다만 그 집단이 더 절실히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는 거다.

 

 마치, 내가 무역회사에 다니지 않았지만 <미생>을 보며 아프고 슬프고 기쁜 감정을 느꼈듯이 말이다.

 

 

 

필요없는 세포는 없다

 

 <유미의 세포들>은 유미에게 공감할 수 있는 웹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웹툰의 숨겨진 매력은 유미가 아니라 세포에게 있다. 처음엔 세포들이 귀엽게만 느껴지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세포들의 사연들을 접하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

 

 19화에 보면 유미가 우기와 데이트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미는 아이스크림 묻은 우기 셔츠를 물티슈로 닦아준다. 그런데 평소 유미는 물티슈를 안들고 다니는데?

 햇빛은 쨍쨍이라 '모자라도 쓸고 올걸 그랬네요'라는 우기에게 선크림을 발라준다. 그런데 어느 세포도 유미 가방에 선크림을 넣은 적이 없다.

 이 모든건 누구의 짓일까?

 바로 평소 구박만 받던 '불안 세포'가 한 행동이다.

 

이렇게 구박만 받던 불안세포가

 

 

이렇게 된다~

 

 또 19금을 넘어서는 상상만 하는 응큼세포, 유미 살만 찌우는 출출세포도 각자 자기 분야에서 빛을 낼 때가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어디에선가 도움이 되겠구나라는 위로와 용기를 얻게된다.

 

 조금은 어거지 설정으로 보이던 <인사이드 아웃>과는 다르게 <유미의 세포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감정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제목을 '성인판 인사이드 아웃' 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인사이드 아웃>을 넘어서는 작품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싶다.

 

 물론 완결도 안됐고 스무 편 정도밖에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유미'라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세포' 공동체를 응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유미씨에게 하고 싶은 말

 

 마지막으로 유미씨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너 아직 어려."

 

 나이가 많다고 움추려 들지 말 것. 유미씨 나이를 진작에 지나보니 오히려 유미씨의 나이가 부러워 진다. 유미씨 나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느낌?

 그러니까 유미씨, 당신은 아직 어리니까, 그러니까 힘내요.

 

 

 

 그럼 '10년 후 나'는 '지금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겠지?

 "너 아직 어려 ㅋㅋㅋ"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을 사는 나에게 조금 더 용기를 줄 수 있을것만 같다.

 

 

 

 

 

 


[2018년 1월 16일 수정 사항]


 리뷰의 제목인 <유미의 세포들: 성인판 인사이드 아웃>은 누가 누굴 따라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댓글 의견을 받아들여서 두 작품의 '시작'을 알립니다.

<유미의 세포들>(2015년 4월 1일 연재 시작)

<인사이드 아웃>(2015년 5월 28일 칸 영화제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