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리뷰+수업] 콘크리트 유토피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극장에서 나오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한 줄로 표현한 문장이었다.

이 문장은 같은 해 개봉했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더 잘 어울렸다.
미아야키 하야오의 상징으로 가득한 그 애니메이션보다 더 직접적이고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기 때문일 거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현실이 아닌 명화(박보영)가 꿈꾸는 이상향 일수도 있다. 지극히 현실을 추구하던 영화는 갑자기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공동체를 제시함으로써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안정적인 주거와 식사가 가능한 곳을 ‘약탈자’들이 가만 두었을까? 아마 강력한 쉘터인 황궁아파트보다 먼저 약탈했을 것이다. 아포칼립스 웹소설처럼 강력한 무력을 가진 누군가가 있지 않는 이상 이러한 이상향은 불가능하다. 옆으로 누워있는 공동체의 건물처럼 불가능에 한없이 수렴하는 판타지인 셈이다.

명화 (박보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런 이상적인 공동체를 제시한다. ‘명화’들이 살아가는 공동체가 가능한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영화가 마지막에 이런 판타지를 제시한 것에 의미를 찾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관객에게- 적어도 나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생존을 위한 무법이 가득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황이라면 넌 어떻게 살 것인가?
남들을 짓밟고 위에 올라설 것인가?
다른 집단을 배제하고 강력한 쉘터에서 폐쇄적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생존보다 따뜻한 인간성을 간직할 것인가?

어쩌면 너무 극단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를 게으르다거나 비겁하다고 질책할 수 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철학책이 아닌 상업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관을 나오며 영화를 의문문으로 귀결시킨 이유를  문득 깨닫는다.
지금 내가 발 내딛고 살아가는 세상과 콘트리트 유토피아의 세계는 다름 없다는 것을.

경제적, 이념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현실에서 우리 심리는 이미 아포칼립스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인간성이나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은 이미 촌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내가 내게 묻는다.
이 세상에서 넌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중학생 이상이라면 토의해 볼만한 영화다. 욕설도 거의 없고 잔인함 정도도 낮다. 선정적인 장면은 아예없다.
극단적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보는 것은 학생들에게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현실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그대들은 이렇게 살 것인가?


사진 출처: IMDB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에 쓰는 짧은 평  (1) 2024.02.06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리뷰  (1) 2024.01.03
2023년에 쓰는 짧은 평  (1) 2024.01.03
바빌론 리뷰  (0) 2023.05.19
올빼미 리뷰  (0) 202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