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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글

[칼럼] <랭고> 거북이 시장이 가장 무서워 한 것은?

랭고 rango

고어 버빈스키 감독, 2011년


포스터만 보고는 이거 웃기는 영화구먼~ 했는데, 이런 속았다. (출처: DAUM 영화)


줄거리

 <랭고>는 전형적인 미국 서부영화에요. 다만 애니메이션이고 캐릭터들이 동물이라는 게 다르죠.

주요 캐릭터는, 먼저 주인공 카멜레온 랭고. 그리고 악당으로 나오는 거북이 시장. 마지막으로 무서운 총잡이 방울뱀 제이크에요.

 수조 안에 갇혀서 영웅이 되는 망상으로 시간을 보내던 애완용 카멜레온 랭고는 우연히 수조 밖으로 나오게 돼요. 사막을 지나다가 물이 돈으로 사용되는 황야 마을로 들어가게 되죠. 마을에서 랭고는 허세와 거짓말을 섞어가며 자신을 서부에서 온 총잡이라고 소개하고 우연히 무법자 매를 죽이게 되면서 보안관이 됩니다.

 그런데 마을 금고에 숨겨두었던 물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해요. 범인은 찾지 못했지만 랭고는 거북이 시장을 의심하죠. 하지만 오히려 랭고는 거북이 시장이 고용한 방울뱀 제이크에 의해 자신이 거짓말쟁이임을 고백한 뒤 마을에서 쫓겨납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랭고는 결국 마을을 구하기로 결심해요. 랭고는 방울뱀과 거북이 시장으로부터 마을을 구할 수 있을까요? 과연 물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거북이 시장이 가장 무서워 한 것은?



1. 아이들에게 어려운 영화, 랭고

 <랭고>는 아이들이 보기에 어려울 수 있는 영화에요. 갑자기 랭고가 환상을 보기도 하고 캐릭터들은 비호감들로 가득해요. 적어도 6학년 이상에게 추천합니다. 여하튼 이럴 때는 영화 주제를 한 가지에 집중해서 감상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러면 아이는 곁가지들을 다 쳐내고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영화에 집중할 수 있죠.

 <랭고>의 경우에는 ‘권력’에 대한 주제를 추천해요. 이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일 뿐 아니라 황무지 마을의 권력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죠. 거북이 시장과 소수 부하들이 위에 있고 나머지는 아래 계층이에요. 이렇게 수직적 구조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가난에 허덕이죠. 그래서 아이는 거북이 시장은 나쁜 사람, 마을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관계로 영화를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어요.


붕어 사만코 CF도 아니고, 뭐 이런 장면이 나오는데 애들이 좋아라 할리가.

(출처: <랭고> 트레일러 영상 캡쳐)

 


2. 권력과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주제 중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이야기 할까요? 저는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권력과 민주주의가 무슨 관계냐고 묻는 아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는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말해줘요.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내용은 ‘민주주의’에요. 교과서에는 민주주의란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고 주민 참여, 지방 자치, 선거 등의 단어로 표현되기도 하죠. 이 민주주의의 핵심은 수평적 권력이에요. 모든 권력은 시민들이 가지고 있고 대통령, 국회의원 등은 그저 시민들의 권력을 ‘빌릴’ 뿐이라는 개념이죠.

 


3. <랭고>와 권력과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권력에 대해 [랭고]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아이에게 미리 설명해주면 좋아요.

 <랭고>에서 마을 사람들의 가난은 평등한 가난이 아니죠. 사람들은 자기가 거북이 시장에게 갈취 당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시장은 사막에서 가장 소중한 ‘물’이라는 것을 지배하고 있고요. 이런 지배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영화를 보기 한결 쉬워져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 할 부분은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부분인 ‘시민 권력’에 대한 거예요.

 거북이 시장은 누구를 가장 무서워했을까요? 바로 마을 주민이죠. ‘제이크’라는 뱀을 이용해서 공포 정치를 펼치기는 했지만 분명 거북이 시장은 마을 주민을 두려워했어요. 그렇지 않다면 마을 주민들을 힘들게 속일 필요 없이 그냥 대놓고 착취했을 거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마을 주민 개개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결국 민주주의란, 시민 한 명의 권력은 하찮게 보이지만 거대한 집단을 이룬 시민 권력은 그 어떤 권력자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좌 랭고 우 시장. 이 글에서는 거북이 시장이 주인공ㅋ (출처: <랭고> 트레일러 영상 캡쳐)

 


4. 대한민국과 민주주의

 대한민국도 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에요. 그리고 이 민주주의를 위해 1948년 정부수립 이 후 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죠.

 <랭고>와 권력과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자연스럽게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굵직하게 말해서, 4.19혁명(1960), 5.18민주운동(1980), 6월 항쟁(1987)은 모두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시민운동이죠.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부정하고 우리 모두에게 권력이 나누어져 있음을 주장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 온 역사적 사건들이죠. 이렇게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바라보면, <랭고>에서 거북이 시장이 가장 두려워 한 존재가 시민들임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우리나라 현대사와 연관지어 <랭고>를 보기위해서는 6학년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 현대사 부분이 6학년에서 나오기도 하니까, 민주주의와 관련한 부분을 공부할 때 이 영화를 감상하기를 추천합니다.


최루탄을 쏘지 마라. (한국일보 고명진 기자 촬영. 출처: 나무위키: 6월항쟁)

 


5. 대한민국과 민주주의 시즌2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요. 민주주의란 한 번 일궈놓으면 지속되는가? 라는 질문이에요.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도 있고 또 완벽한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는 아직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 됐으면 이제는 시민들끼리 어떤 민주주의가 우리나라에게 잘 맞는지를 합의해서 우리나라만의 색깔을 가진 민주주의를 향해 전진해야겠죠.

선배님들이 일궈놓은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혹은 적어도 후퇴시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무엇이 정답이라고 딱 정해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친구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꼭 주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네 생각은 어떠냐? 라고 물을 수 있겠죠? 영화 <랭고>에서 시작했으니 다시 <랭고> 속으로 들어가서 두 가지만 제 생각을 말해볼게요.


 

6-1. 의문을 가질 것

 <랭고> 속 마을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에요. 시장은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마을 주민들의 눈빛은 흐리멍덩하죠. 이 흐릿한 눈빛은 이들의 판단력도 흐릿해 졌음을 알 수 있어요. 물론 영화 속 행동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죠.

 마을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공포와 지독한 가난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기를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아, 의문을 갖은 캐릭터가 있기는 있었군요. 빈스(한국판 이름 콩스)라는 도마뱀이었죠. 시장 입장에서는 이 ‘질문을 가진 자’ 빈스만 제거하면 쉽게 권력을 지속시킬 수 있겠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는 권력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물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떻게 시장은 좋은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거지?’ 따위의 질문들 말입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빈스(오른쪽)의 역할이 수동적이 되가는 것은 아쉽다. (출처: DAUM 영화)

 

6-2. 힘을 합칠 것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랭고>에서 참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그건 마을 사람이 아닌 외부인 랭고가 홀로 거대 권력과 싸워서 승리한다는 부분이에요.[각주:1] 하지만 현실에서 <랭고>는 판타지에 불과해요. 제가 아는 어떤 역사에서도 권력과 홀로 싸워 이긴 경우는 없었거든요. 물론 랭고같은 뛰어난 지도자도 필요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쪽수예요. 시민들 쪽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니까요.


혼자서는 할 수 없다네, 랭고. (출처: DAUM 영화)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볼게요. 힘을 합쳐서 싸우라는 건 <랭고>에서처럼 총 들고 싸우라는 게 아니죠. 의문을 갖은 시민들이 권력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에 따라 ‘투표’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에서 진정한 시민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어요. 모두 같은 의견을 갖는 건 말도 안 되고 또 그러라고 강요 하는 건 이미 ‘파쇼’죠.

 그럼 어떻게 힘을 합칠 수 있죠? 제가 말하는 힘을 합친다는 의미는 ‘내가 나누어준 권력에 관심을 갖는 것’이에요. 의견을 서로 다르지만 이렇게 관심을 가진다면 대한민국은 조금씩 더 전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잘 잡시다.


  1. 물론 랭고는 두더지들과 연대를 하긴 하지만, 두더지들도 결국 마을 구성원이 아니었죠. 또 생각보다 비중이 크지 않았어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