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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글

[칼럼] 역사 공부

역사 시험에 대한 두 가지 기억


 역사 시험에 대한 두 가지 기억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학생으로서 시험을 봤던 기억입니다. 이해하지 못하고 외우는게 너무 싫었던 저였기에 시험 공부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재수 학원에서 구한말 특강을 들었는데 신세계를 본 느낌이었습니다. '아, 역사란 인과 관계가 참으로 중요하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커다란 영향을 받았었죠. 그럼에도 여전히 역사란 외우는 과목이었고 여전히 역사 시험은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억은 교사로서 시험 문제를 내던 기억입니다. 교과서에 적혀있는 '객관적' 사실만을 외워 고를 수 있는 문제가 너무나 싫었기에 나름 사고력 문제를 내려다가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제헌절은 몇 월 몇일인가?'라는 문제를 내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유는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과 의견을 좁히려는 시도를 현명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역사란 시험을 보는 입장에서도 문제를 내는 입장에서도 괴로웠던 기억이었던 겁니다. 이 후 아이들과 역사를 공부할 때마다 여전히 이 기억들은 제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출처: DAUM 영화 


 

역사 공부에 대한 두 가지 기둥


 그러면서 고민했습니다. '역사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까?'

 그래서 많이는 아니지만 교과서 말고 역사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책을 접할수록 오히려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왜 이렇게 해석이 다르지?'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나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기에 이건 뭐 어쩌라는 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니 역사에 대한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에이, 이건 아니지.' :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일 경우입니다.

 '그럴듯하네.' : 보다보면 역사가 그럴 수도 있었겠다란 생각이 드는 경우 입니다.

이렇게 '에이, 이건 아니지', '그럴듯하네'를 구분한 기준은 합리성입니다. 앞 뒤 인과관계와 그 시대 문맥을 따라가볼 때 합리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를 기준으로 그 주장을 판단한 겁니다.


 그리고 남은 한 가지는 '모르겠다' 입니다.

주장은 그럴듯한데 자료가 빈약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어디서 나온 사료인지도 모르는, 지금으로치면 '찌라시' 수준의 카더라 통신을 가져와서는 주장만 합리적으로 하니까 믿을 수가 없죠.


 자, 여기까지 보면 역사 공부를 하는데 두 가지 큰 기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사료와 그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상상 입니다.


 아니 갑자기 왠 '상상' 이냐고요?

 처음엔 합리적 추론이라고 표현했다가 단어를 상상으로 바꿨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역사를 상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마음도 모르는데 어찌 100년, 1000년 된 사람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우리 교실에서 교사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일도 많은데 어찌 100년, 1000년 된 일들을 알 수 있을까요?

 그저 사료와 사료 사이를 오가며 '합리적'으로 상상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역사를 공부하는데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해석이 틀릴 수 있다는 마음이요.



출처: DAUM 영화



재미있는 역사 수업


 역사를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저도 강박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있고요. 슬프지만 저는 역사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재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역사를 잘 모르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고 또 제한된 시간에 가르쳐야할 우리 역사가 너무 많다는 핑게도 큰 이유로 대봅니다.


 그래도 제게는 역사 수업에 꿈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르치고 싶다는 목표랄까요?


 제가 배워 왔던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외우는 수업을 벗어나는, 그리고 이제껏 제가 가르쳤던 것처럼 역사 '교과서'만을 열심히 알려주는 수업을 벗어나는 수업입니다.


 교과서에 써 있는 '사실' 보다는 역사를 공부하는 태도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사료를 바탕으로 합리적 상상을 하는 태도 말이죠.


 그럼 조금 더 역사가 재미있지 않을까요? 비록 수업시간에는 재미 없을지라도 혼자 역사책을 읽어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다면, 그 태도를 알려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고지전 (출처: DAUM 영화)



역사 영화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역사를 상상해서 나타낸 도구 입니다.

 다만 초등학생들과 볼만한 좋은 역사 영화가 아직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너무 잔인하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거나 역사 왜곡이 심한 경우가 그 이유입니다.


 이번에 연속해서 역사와 관련한 두 영화를 소개합니다.

 모든 학년이 다 볼 수 있는 <크루즈 패밀리>(2013)와 고학년에게 추천하는 <암살>(2015) 입니다.


 <크루즈 패밀리>는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유쾌한 애니메이션 입니다. 합리적 상상을 할 수 있는 즐거운 수업 자료로 좋습니다.


 <암살>은 독립운동과 관련한 조금은 암울한 분위기의 영화 입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영화는 다 망한다는 공식을 깨고 천만 관객을 넘어선만큼 재미를 보장하는 영화 입니다.


 재미있고 의미까지 찾을 수 있는 두 영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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