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글

가정에서 영화보기, 학교에서 영화보기

가정에서 영화 보기, 학교에서 영화 보기


영화 보기


 아이들 대부분은 영화 보기를 좋아합니다. 학교에서는 '그래도 교과서보다 재미있으니까'라는 생각에서, 집에서는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선택해서 볼 수 있으니까 좋아합니다.

 이렇게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분명 학교에서 볼 때와 집에서 볼 때의 느낌은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정에서 영화를 볼 때와 학교에서 영화를 볼 때의 차이점과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유의점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옥희는 어떤 영화를 볼까? (출처: DAUM 영화)



1. 영화 선택


 학교에서 영화를 선택할 때는 교사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수업 시간과 관련한 영화를 교육과정 속에서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서와 다르게 교사는 수업 시간에 볼 영화를 먼저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진도 다 나가고 "내일 영화 볼거니까 보고싶은 비디오 빌려와라" 라거나 신작 영화 다운받아서 아이들에게 틀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교육과 관련없는 이런 행동은 엄격이 제한되어야 합니다. 이건 법률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서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사가 시간이 남아서, 가르칠 게 없어서 아이들과 영화를 본다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수업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영화를 보기 부담스러운 선생님들은 좋은 단편영화가 많이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몇 몇 단편 영화를 소개해 두었습니다. (바로가기)


 반면 가정에서는 영화 선택이 매우 자유스럽습니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부모가 좋은 영화를 골라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되면 '영화를 고르는 눈'과 '영화 취향'이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때론 어떤 아이는 같은 영화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돌려보기도 합니다. 이건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과 같은데, 상관 없습니다. 다만 함께 보는 부모가 너무 지루하다면, 아이에게 이번엔 부모가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달라고 합의를 해봅니다 :-)

 영화관에 갈 때는 아이와 함께 볼만한 영화들의 예고편을 함께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또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불법 다운로드는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저작권에 대해서는 꽤나 자유로운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법은 법이니까요, 아이들에게 법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주세요.


영화 선택은 어렵다. (출처: DAUM 영화)



2. 함께 보기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아이가 영화를 볼 때면 함께 보기를 추천합니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영화를 틀어주고 다른 일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에게 재미있는 선물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영화를 본다는 것은 아이와 같은 시간동안 같은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함께 영화를 보지 않으면, 영화를 보고 함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또 대화를 하더라도 뭔가 어색하고요.

 

 학교에서는 무조건 학생과 영화를 함께 봐야 합니다. 영화를 틀어주고 컴퓨터로 밀린 업무 등을 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건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먼저, 그 시간이 수업시간 이기 때문입니다.

 또 난 이미 영화를 봤기 때문에 다시 저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라고 하신다면, 같은 이유로 이미 영화를 본 아이는 그 시간에 딴 짓을 해도 되는 걸까요? 그리고 교사가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면 아이들 분위기도 산만해 집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영화는 여러 번 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게 됩니다. 그래도 정말 지겹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수업을 준비하세요. 제 경우엔 영화를 보고 하게될 수업을 상상하다보면 영화 장면 장면이 새롭게 보이곤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것이다. (출처: 씨네 21)



3. 감상 후 활동


 가정과 학교, 어디에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감상 후 활동이 전혀 달라집니다. 학교는 교육과정 속에서 영화를 보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활동을 해야 합니다. 반면 가정은 훨씬 자유롭습니다.


 가정에서는 굳이 감상 후 활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감상문 쓰기', '그림 그리기' 등의 활동은 아이에게 독이 됩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 할수록 아이는 점점 영화 보는 것을 싫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영화를 보고나서 꼬박 꼬박 감상 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면 얼마나 귀찮고 싫을까요?

 아이에게는 그냥 좋은 영화를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됩니다. 또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더욱 큰 자산이 됩니다.


 가정에서 감상 후 활동이란 '대화' 정도가 가장 적절합니다. 가볍게 시작하면 시간이 갈수록 무거운 주제까지 깊이 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가볍게 시작하라는 건 그냥 이런 겁니다.

 "오늘 공유 완전 멋있었어, 엄마 반했다."

 "아, 정말 오랜만에 엄마랑 나랑 의견 일치."


 조금 더 무거운 주제를 선택하고 싶으면 이 블로그에 있는 [칼럽] 내용을 참고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조금 오글거리는 표현을 해도 좋습니다. 뭐, 사랑한다던지, 믿는다던지 이런 표현이요.

 다만 주의할 점은 아이가 대화를 꺼려한다면 더 진행하지 마세요. 아이가 원하는 대화 방향으로 이어지는게 더 즐겁고 알찬 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 입니다. 자기 마음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자식의 마음을 보려고 하면 안 됩니다. 내 마음을 보여줘도 아이들은 꽁꽁 자기 마음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땐 실망하지 말고 계속 부모님의 진심을 보여주세요. 결국 마음이 열립니다.


 학교에서는 감상 후 활동을 무조건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는 것은 교육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그냥 종이 한 장 나눠주고 감상문 쓰라고 하면 안 되겠죠?


 학년별 교과별 교육과정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 모두 다루기는 불가능 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수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되시면 이 블로그 카테고리 중에서 영화 > 수업 부분을 참고해주시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참 좋아하는 영화. 그런데 이거 보고 독후감 쓰라고 하면 짜증낼거야. (출처: DAUM 영화)




4. 장단점


 가정에서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시간 제한이 없다는 것과 선택이 자유롭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너무 좋아합니다. 그럼 하루에 한 편씩 매일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다보니 재미 위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불가능 합니다. '반지의 제왕'이 교육과정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찾아야 겠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부터 <호빗> 시리즈까지 모두 볼 시간적 여유는 더욱 없습니다. 또 영화 선택 기회가 학생들에게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A는 <반지의 제왕>을 보고 싶지만 B는 <겨울왕국>을 보고싶어할지 모릅니다.

 결국,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영화를 맞추면 되지만 학교에서는 아이가 영화에 맞춰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자기 취향이 아닌 다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공식적인 자리거든요.


 가정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아이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대화 주제도 아이가 원하는 방향이거나 때론 부모가 의도한대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또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행운이 생기기도 합니다. 기회가 찾아오면 놓치지 마세요!

 그 뿐 아니라 아이 수준에 맞게 대화가 가능합니다. 1:1 맞춤 수업이라고 할 수 있죠.


 학교에서는 여러 아이들과 함께 수업해야 하기 때문에 대화 주제, 대화의 깊이, 수준 등을 한 명 한 명에게 맞춰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강력한 장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분위기만 형성되다면 때론 부모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가 '고백'처럼 나오기도 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친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가정에서는 사적인 마음 속 이야기를 깊이 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가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다른 이야기- 때론 기발하고 때론 자기 생각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됩니다.

이건 자연스럽게 집단지성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한 예로 <허당 해적단>(2012)으로 아이들과 대화한 수업이 있습니다. (바로가기)


사실 나 보고 싶어서 반지의 제왕부터 호빗까지 보는거지? (출처: DAUM 영화)



가정은 가정답게, 학교는 학교답게


 굳이 이 글을 쓴 이유는 하나 입니다.

 가정에서 영화 볼 때 학교처럼 딱딱하게 보지 말자는 겁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영화 볼 때 교육과정 무시하고 느슨하게 보지 말자는 겁니다.


 가정은 가정답게 영화를 보고, 학교는 학교답게 영화를 본다면

가정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것은 학교에서 채워지고, 학교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것은 가정에서 채워질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상호 보완적인 관계는 아이에게 1+1 > 2 라는 더 큰 부가가치가 창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참고로 혹시 교실에서 영화로 수업을 할 생각이 있으신 선생님들은, 이런 내용을 가정에 통신문 형식으로 보내신다면 부모과 교사 사이에 조금 더 깊은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봅니다.


좋은 세상 만들어가자 (출처: DAUM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