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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글

[칼럼] <코렐라인 : 비밀의 문> 불만 많은 아이를 위한 변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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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많은 아이를 위한 변론 2



4. 좋은 불만으로 이끌기


 불만에 대해 중요한건 불만을 가지냐 마냐가 아니에요. 위에서 언급했듯 불만은 가지고 싶지 않아도 생기는 욕구 또는 본능이거든요. 중요한건 불만이 생겼을 때 이것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거예요. 바람직한 방향으로 불만을 이끄는 것을 저는 ‘좋은 불만’이라 부르고 있어요.


① 불만이 생긴 원인을 고민하라.

 나쁜 불만은 험담으로 귀결돼요. 불만이 생긴 원인을 곱씹다 보면 내가 불만인 진짜 이유가 저 사람을 싫어하기 일 때도 있어요. 불만이 생기면 그 불만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불만 대상(사람이든 공동체든)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면 더 좋아요. 특히 불만이 비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는 비판은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만은 나도 모르게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면, 비판은 자기가 조절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의 영역이거든요.

처음에는 이렇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참 어렵지만 이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렇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내용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② 불만이 생기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

 불만이 생기거든 때 혹시 나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행위에요.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기 불만을 인정받는 방법이기도 해요.

특히 친구들로부터 ‘불만 많은 아이’라고 찍혀있는 아이라면 더 신경써야하는 부분이에요.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죠? 딱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예컨대 친구가 욕을 너무 많이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던 아이에게 주위 친구들은 ‘야, 너는 더 심하잖아’라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나도 잘못을 많이 하니까 다른 사람의 잘못을 눈감아 주라는 말이 아니에요. 불만을 가지려면 자기를 돌아보고 또 자기 자신까지 함께 불만과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내 모습이 혹시 이러하지는 않은지, 나에게 물어본다. (출처: DAUM 영화)

 

③ 불만을 표현하는 방법 훈련하기

 분명 맞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표현 방법에 서툰 경우가 많아요.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에 앞서는 존재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내가 빈정 상하면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지 그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저는 아이들 사이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양쪽 아이들에게 다 말을 해줘요.

 불만을 들은 아이(B, C)에게는 “A가 한 말이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니? 그렇다면 B랑 C는 A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었어야지.”, 불만을 말한 아이(A)에게는 “하지만 B랑 C가 화가 날만도 하네. A처럼 말하면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하잖아. 조금 더 부드럽게 말했다면 B랑 C도 충분히 이해해 주었을 것 같아.”

 그러면서 몇 가지 조언을 해요. 그런데 조언을 하면서도 저는 항상 부끄러워요. 저도 표현이 서툴러서 오해도 사고하거든요ㅋ 여하튼 그 조언이란,

-불만이 생기면 바로 표현하지 말고 조금만 시간을 두었다가(정말 급하면 최소한 10까지는 마음속으로 세고) 표현하자,

-불만은 가지되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하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표현하자

입니다.

 3번째 조언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표현하자’도 꽤 중요합니다. 가끔 혼자 흥분해서 앞 뒤 없이, 발음도 막 꼬인 상태에서 말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요.

 아, 또 부끄러워지네요. 글을 쓰면서 계속 반성하게 됩니다.


 

5. 영화를 보며 대화하기

 

 <코렐라인 : 비밀의 문>과 똑같은 상황에서 거의 비슷한 불만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가 있어요. 바로 <인사이드 아웃>(2015)이죠. 어떤 영화를 보든 주인공 상황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불만’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물론 두 영화 모두 봤다면 더 좋겠죠.

 

 불만이란 나쁜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해보세요. 많은 아이들이 ‘안 좋은 것’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럼 코렐라인이 이사 온 뒤에 가진 불만은 무엇이었을까를 물어보세요.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은 부모님이 바빠서 일겁니다. 그리고 줄거리에 쓴 것처럼 이제는 볼 수 없는 친한 친구들, 이상한 이웃들 등이 추가되죠.

 이어서 “그럼 네가 이런 상황이라면 불만이 없을까?”라고 묻는다면 불만이 없을 아이들은 없겠죠.

 


이 정도는 돼야 이상한 이웃이라고 불만을 갖지 (출처: DAUM 영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불만에 대한 오해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3. 불만이 뭐 어때? 참고)

 만약 불만은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이유를 물어보면서 불만에 대한 오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도 될 거예요.

 

 다음은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은 불만으로 이끌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하고 조언해 보세요. (4. 좋은 불만으로 이끌기 참고)

 

 마지막으로 연습시간 이에요. 자기가 최근에 가졌던 불만을 좋은 불만으로 이끌기를 중심으로 분석해보죠. 특히 아이에게 가졌던 불만을 아이와 함께 분석해 본다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래는 오글거리는 예시 대화랍니다.


엄마: 엄마가 ‘너 책상 정리 좀 해라’고 오늘 아침에 말했었지? 그 이유가 뭘까?”

아이: 제 책상이 더러워서요.

엄마: 그야 그렇지. 그런데 그 진짜 이유가 뭘까? 엄마는 책상은 정리정돈의 기본이라고 생각해. 자기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은 살면서 큰 도움이 되거든. 그래서 너한테 그런 거야.

아이: 진작 그렇게 말해주시지 그랬어요.

엄마: 예전에 말한 적 있거든.

아이: 까먹었어요. 그런데 엄마 책상도 가끔 지저분할 때 있잖아요.

엄마: 그건 가끔이잖니. 엄마는 가끔 지저분하고 너는 가끔 깨끗하고.

아이: 엄마가 나한테 말하기 직전까지 엄마 책상도 지저분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혼자 엄마 책상 깨끗이 치워놓고 나한테 잔소리하듯 하니까 저도 짜증났어요.

엄마: 아, 그랬나? 그건 엄마가 실수했네, 미안해.

아이: 아뇨 뭐 저도 그리 잘한 건 없는데요.

엄마: 오, 이런 훈훈한 분위기 어색한데? 자, 이제 네 차례야. 어서 불만을 말해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