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 (2022, 조던 필)
미스터리의, 미스터리에 의한, 미스터리를 위한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미스터리의 매력은 흐릿함에 있다. 진실은 존재하지만 그 진실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뿌연 안개처럼 진실을 흐릿하게 숨긴다. 미지에서 오는 공포, 즉 공포가 되는 대상을 흐릿하게 만듦으로 미스터리는 완성된다.
<놉>은 이 미스터리의 정석을 잘 따른듯 보이지만, 결국엔 UAP- 외계인의 정체가 매우 구체적이고 실체적 모습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놉>에서 중요한건 따로 있다. 이 외계인을 촬영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남매의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매는 외계인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는가?
핸드폰 촬영- 실패. 고해상도 CCTV- 실패. 수동으로 돌려서 촬영하는 카메라- 실패. 결국 마지막에 동영상이 아닌 사진이지만 결국 외계인을 찍긴 찍는다. 그렇지만 에메랄드(동생)가 찍은 우물 사진기는 조악하고 낮은 화질이다. 찍혀진 외계 존재는 흐릿해서 마치 합성 사진처럼 보인다.
이 사진으로 오프리 윈프리 쇼에 나갈 수 있는가? 놉! 돈을 벌 수 있는가? 놉! 그저 괴담 정도로 치부될 것이고 나아가 진실이라 주장한다면 음모론으로 치부될게다.
영화 초반, 목장에 CCTV를 설치하러 온 엔젤과 목장 주인 OJ(오빠)의 대화는 에메랄드가 촬영한 외계인 사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미리 예언했다고 할 수 있다.
OJ: (촬영된 UAP)해군 영상 나도 봤는데, 화질이 나빠서 안 보이더라고요.
엔젤: 네, 화질이 쓰레기였죠.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제대로 된 증거였거든요.
그러니까 <놉>은 진실이 흐릿하게 밝혀짐으로써 우리에게 괴담이나 음모론 정도로 회자되는 미스터리한 현상에 대한 진실을 보여주는 리얼리티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정정하겠다,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서야 <놉>의 장르가 미스터리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건 미스터리 혹은 음모론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페이크 다큐였던 것이다. 이렇게 <놉>은 장르로서 미스터리를 넘어서서, 미스터리 그 자체에 대한 감독의 거대한 농담을 페이크 다큐로 표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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