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우리 학급에서 봐도 될까? : 영화 권장 학년 기준
영화를 보면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등 관람 기준 딱지가 붙어 있잖아요. 그럼 학교에서 영화볼 때 초등학생 권장 관람 기준은 뭘까요? 그냥 전체 관람가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보여줘도 될까요?
반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때 선생님은 이런 등급을 어떻게 판단할까요?
많은 선생님들이 그냥 '음, 뭐 4학년이면 이 정도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고르시지 않나요? 교사가 아닌 분들이 보시기엔 너무 대충 고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 괜찮아요. 왜냐하면 '음, 뭐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짧은 순간에 교직 생활의 노하우가 뇌 속에서 활발하게 판단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작은 팁 몇 가지를 아신다면 더 훌륭한 선택을 하실 수 있어요.
참고로 아래 내용은 제가 세운 '일반적인' 기준이고요, 사실 저도 학급 분위기나 아이들 수준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하기도 해요.
<권장 학년 기준>
1. 내용 어려움
내용이 쉬운 영화 중에 좋은 영화는 1학년 부터 6학년까지 다 볼 수 있어요. 내용이 쉽다고 유치한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내용이 어려운 영화들이 간혹 있죠.
예를 들어, <랭고>(2011)는 전체 관람가지만 내용이 어려워서 5,6학년에게도 잘 안 보여줘요.
그럼 내용의 난이도는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이건 선생님들이 아실거에요. '음, 뭐 이 정도면 괜찮겠지.'로 판단해 주세요 :-)
참고로 초등학생에겐 애니메이션이 좋아요. 특히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작품'은 대부분 쉬운 내용과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요.
환상이 나타나서 말도 거네. 뭐야 이 영화? 그런데 재미있는. (출처: 다음 영화)
2. 수업 주제 어려움
영화 내용은 쉽더라도 수업에 적용할 때는 어려울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드래곤 길들이기(2010)를 감상 수업으로 볼 때는 전체 학년 추천 이지만 평화라는 주제로 수업을 할 때는 3학년 이상으로 추천을 해요. 참고로 <아이언 자이언트>(1999)는 모든 학년에게 평화 수업이 가능한 영화로 추천을 하고요.
평화를 주제로 초등학생이 볼 만한 애니메이션 중 흰 눈썹. (출처: 다음 영화)
3. 자막이냐 더빙이냐
자막이 있는 영화는 최소 3학년 이상이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고 해도 애들이 글 읽다가 내용을 놓치거든요. 그리고 6학년이라도 이왕이면 우리말 녹음을 추천하고 싶어요.
참 재미있고 괜찮은 영화인데, 우리말 녹음이 없어서 안타까운 영화. (출처: 다음 영화)
4. 상영 시간
① 전체 학년 관람가: 90분(+10분)
상영 시간이 90분 내외라면 모든 학년에게 추천합니다. 여기서 90분은 쉬는 시간 합쳐서 2교시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입니다(40분+쉬는 시간 10분 + 40분). 아무리 길게 생각해도 100분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어요(끝맺음 자막 10분 정도 빼면 실제로는 90분 이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때때로 끝맺음 자막까지 틀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90분 이냐고요? 그 이상이 넘어가면 아이들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1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니모를 찾아서(100분)나 겨울왕국(108분)도 보다보면 힘들어하는 아이들(딴 짓하기, 기지개 펴기, 화장실 가고 싶어하기 등)이 생기거든요.
② 4학년 이상 관람가: 100분~120분(+10분)
상영시간이 100분이 넘어가는 작품은 4학년 이상이 보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100분이 이상 넘어가는 작품은 6학년이라도 잘 보여주지 않아요. 예를 들어 <세 얼간이>(2009)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영화기도 하지만 아무리 내용이 좋다고해도 171분이라는 상영시간이 걸림돌이 됩니다. 다른 작품도 많은데 굳이 이렇게 긴 영화를 볼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입니다.
다만 꼭 필요하다면 볼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129분짜리 <목소리의 형태>(2016)나 환경을 주제로 한 123분짜리 <투모로우>(2004) 정도는 필요에 따라 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기준도 마찬가지지만 '상영 시간' 기준도 자기 반 아이들 수준을 보고 결정하세요. 어? 우리 반 애들은 120분 영화도 잘만 보던데. 뭐 이럴 수 있거든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주제로 추천하는 영화 (출처: 다음 영화)
5. 선정성, 욕설, 폭력성
제가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선정성, 욕설, 폭력성에는 굉장히 완고합니다.
먼저, 욕설은 아이들이 금방 따라하거든요. 다만 '씨', '제길' 정도로 순화된 상태고 반복되지 않는다면 수업에 사용합니다.
또 선정성의 경우엔 영화 전체 흐름에 맞는지 판단하고 수업에 사용합니다. 아무 때나 뽀뽀하고 그러면 사용 안 하죠. 또 흐름에 맞더라도 혀가 심하게 낼름낼름 하는 영화도 빼요.
폭력성도 마찬가지에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 중에서는 아이들이 보기에 잔인한 장면이 많은 작품들이 더러 있죠.
원작은 참 좋았는데. 아이들에게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 패스한 영화. (출처: 다음 영화)
이렇게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했는데요, 자막/더빙과 상영시간을 제외하곤 뭔가 정량화되지 못한 기준이에요. 사실 정량화하기도 어렵고요.
그냥 교사로서 자기 자신을 믿고 이 영화가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판단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게 프로로서 교사의 능력 중 하나니까요.
다만 '아, 이거 괜찮을까?' 고민이 된다면 일단 수업 시간에 꺼내지 말길 조언드려요. 수업 영화 선정은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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