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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수업

학급이 함께 하는 보드게임 (4) 크로싱

크로싱


[학급이 함께 하는 보드게임]


보드게임 동아리든 다른 창체 시간이든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싶을 때 가장 큰 문

제는 보드게임 개수 입니다.

적어도 모둠 수 만큼은 있어야하는데 여러 종류 보드게임을 사자니 모둠마다 각각 다른 보드게임 규칙을 알려주러 다니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종류로 보드게임을 사자니 예산도 부족하고 그 돈으로 다른 보드게임을 살 수 있는데 아까운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학급이 한 번에 다 같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크로싱 게임 소개 바로가기


 <크로싱>은 수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제만 조금 바꾸면 말이죠.


 그 한 예로 초등학교 2학년(2009개정교육과정) 통합교과 > 우리나라 수업 중,

우리 주변의 나라를 주제로 <크로싱>을 활용한 사례를 소개할게요.


 아, 잠시만요. 이 글을 읽기 전에 참고할 것이 있어요. 저는 <크로싱>을 이용해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지식을 얻으리란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저는 보드게임 수업을 할 때 항상 '재미'라는 측면을 앞세우기 때문에 이 수업도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재미 측면으로만 봐주세요.



1. 수업 준비


 먼저, '설정'을 바꿨어요.

 원래 <크로싱>은 1년에 한 번 보석이 열리는 버섯을 따기위해 각 종족들이 몰려들었다는 설정이에요.

 그런데 저는 여러 나라에서 범죄자들을 잡는 경찰이 된다는 설정으로 바꿨어요.

설정을 그대로 이어 받으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물을 훔쳐오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다음은 게임 구성물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설명할게요.

 버섯 타일은 아래처럼 나라로 바꿨어요. 참고로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베트남과 몽골도 넣었어요.

 버섯 타일은 게임 준비할 때 참가 인원 -1장을 바닥에 까는 것으로 되어 있어요. 하지만 8모둠인 제 학급에서도 8-1장이 아니라 6장만 만들었어요. 절대 귀찮아서 그런건 아니랍니다 :-0




 캐릭터(종족) 타일도 바꿨어요.

 뭐, 캐릭터 타일은 바꾸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아이들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친근한 종족으로 바꿨죠. 또 원작에는 종족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이름도 넣었어요. 아이들은 무엇인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참고로 아래 종족 중 '동물'은 뽀로로(펭귄)와 친구들입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동은 '판'에 동그라미로 표시하는 것으로 바꿨어요. 모둠 대항으로 학급 전체 아이들이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손가락 가리키기는 아무래도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마지막으로 게임을 위해서 추가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요.

보드마카와 휴지(지우개) 그리고 보석(블럭)이에요. '나라'를 칠판에 붙이려면 색깔 판자석이 필요하고요, 제가 수업한 것처럼 바닥에서 하려면 쌓기나무 블럭이면 좋더라고요.

 보석 갯수는 <크로싱> 설명서처럼 빨, 파, 노 각각 18개, 흰색 6개로 준비했어요. 아, 보석을 담을 상자도 필요하네요.



2. 자리 배치


 지금까지는 대부분 게임판을 칠판에 붙여 놓는 방법을 선택했었어요.

이번에도 당연히 그래야지 생각했고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게임은 상대방과 마주보며 해야하는 게임이더라고요. 그래서 게임판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앉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냥 둥글게 앉다보면 모둠 사이가 너무 멀어져서 상대방 캐릭터에 얼마나 많은 보석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어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결국 모둠 사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4명 기준) 모둠 자리는 의자에 두 명, 그 앞 바닥에 두 명 앉기로 했어요. 그러면 아래와 같은 장면이 연출되죠.





3. 수업


 나라마다 6장의 사진을 넣어두었어요. 실제 게임할 때는 아이들은 신경도 안 쓸 사진들이죠. 그런데 왜 넣었냐고요? 수업할 때 쓰려고요.


 이 6장 사진은 이 전 수업 때 했던 내용들이에요. 그래서 그냥 보여주면서 넘어갔고요, 수업 때 언급하지 않았던 베트남은 조금 자세히 설명했어요.



 게임을 하려고 들떠있는 아이들에게 설명이 귀에 들어올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10분정도 시간을 썼어요.


 그리고 게임 설명 + 종족 고르기 시간이에요. 이미 학급 아이들 90% 이상이 <크로싱>을 할 수 있기때문에 설명은 5분도 안 걸렸어요. 오히려 종족 고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고요 :-)


  다만, 게임을 하기 전에 두 가지 주의 사항을 주었어요.

 ① 동그라미 표시는 돌아가면서 할 것. 이거는 한 사람만 펜을 쥐고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에요.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을 하다가 결정이 안나면 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다는 말도 했어요.



 ② 조용할 것. 이건 주의 사항이라기 보다는 팁에 가까워요. "이야, 우리 '몽골'하자~"라는 말이 옆 모둠으로 세어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옆 모둠에게 유리하겠죠.

실제로 아이들이 토의할 때는 엄청 조용했어요.


보안이 생명이다~



 게임은 한 판 하는데 10~15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이 날은 두 판 해서 점수를 합쳤는데 수업 처음부터 끝까지 50분 정도 걸렸던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과 관련해서 빼먹은게 있어요.

위 사진들을 잘 보면 아시겠지만, 아이들 자리 배치가 바꼈어요.

처음 나라 설명할 때는 아이들 책상이 보였는데 게임 할 때는 의자밖에 없죠?

책상 뒤로 밀고 의자 가져와서 아이들 앉히고 이러면 시간이 훅~ 가요. 저는 옆에 빈 교실이 있어서 쉬는 시간에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자리 이동하는데 3분 정도밖에 안 걸렸어요.


 만약 옆에 빈 교실이 없었다면 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음. 아마 나라 설명 + 종족 고르기는 다른 시간에 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시간에는 게임만 하고요.







 <크로싱>은 여러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게임이 쉽고 빨리 끝나기 때문에 더 그렇죠.

 만약 고학년이라면 '나라 카드' 내용을 사진까지 포함해서 그 모둠이 조사해 채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이 글에서는 '우리 주변의 나라' 였지만 고학년은 그 수업에 맞는 주제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