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이 함께 하는 보드게임] 보드게임 동아리든 다른 창체 시간이든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싶을 때 가장 큰 문 제는 보드게임 개수 입니다. 적어도 모둠 수 만큼은 있어야하는데 여러 종류 보드게임을 사자니 모둠마다 각각 다른 보드게임 규칙을 알려주러 다니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종류로 보드게임을 사자니 예산도 부족하고 그 돈으로 다른 보드게임을 살 수 있는데 아까운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학급이 한 번에 다 같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
학급이 함께 하는 보드게임 (1) 텔레스트레이션
보통 초등학교에서 모둠 구성은 6~8모둠으로 되어 있습니다. <텔레스트레이션> 한글판이 8인까지 지원이 되니까 모둠을 한 팀으로 구성하면 학급이 다함께 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학생수가 12~16명 정도의 학급도 많은데, 그럴 땐 융통성있게 팀을 2~3명으로 구성하면 됩니다.
1. 준비하기
<텔레스트레이션>에 들어있는 스케치북으로 게임을 시작해도 되지만, 팀전이기 때문에 큰 스케치북을 사용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8절 스케치북을 반으로 접어서 스케치북만 따로 만들었습니다.
만드는데 30~40분 정도 걸린것 같습니다. 이게 귀찮으시면 그냥 <텔레스트레이션> 스케치북을 사용해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
준비물은 8절 도화지, 스템플러, 색연필, 포스트잌 그리고 옵션으로 '손코팅지' 입니다.
8절 도화지를 반으로 접었습니다. 아래는 <텔레스트레이션> 스케치북과 크기를 비교한 사진입니다. 우리 반 한 팀이 4명 정도 되기 때문에 크게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틱 고리로 예쁘게 만들까 하다가, 역시 싸고 빠르고 편하게 만드는게 최고라는 생각에 그냥 스템플러 퍽퍽 박았습니다.
그리고는 <텔레스트레이션> 스케치북을 보고 글씨를 썼습니다.
어차피 제가 사회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의사항 부분은 뺐습니다. 글씨 쓰기도 귀찮고요ㅋ 아랫쪽 귀퉁이에는 쪽수도 표시했습니다.
답을 적는 곳에는 포스트잌을 붙혀놓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곳에는 '손코팅지'를 붙혔습니다. 한 번 만든거 아까워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요.
2. 게임 전 설명
규칙을 미리 설명해 줍니다. 그런데 설명해줘도 저학년 아이들은 잘 이해를 못해요. 그래서 규칙 설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게임할 때 교사의 안내를 잘 따르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독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게임 과정과 '발표' 순간이 더 재미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라고요. 승부욕 발동하지말고, 그저 재미있게 즐기라고 했습니다.
3. 게임하기: 그리기 / 맞추기
정답은 미리 포스트잌에 써서 스케치북에 붙혀둡니다. 학년에 따라 아이들 수준에 맞는 단어로 선택하면 됩니다.
6,7모둠 기준으로 그림은 한 모둠에 3번 밖에 그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 반은 4명 정도가 한 팀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한 그림을 여럿이 나눠서 그리기로 했습니다.
2인 1조로 그림을 그리면 1명이 30초 그리고 다른 한 명이 남은 30초를 활용해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4인 1조로 해도 됩니다. 우리 반의 경우는 모둠 구성원 4명이 모두 한 그림을 그리게 되는거죠. 15초마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면 아이들은 펜을 넘기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물론 한 사람이 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림은 더 엉망이 되고 말죠ㅋ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 더러 나옵니다.
4. 게임하기: 발표하기
발표는 실물화상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림이 TV 화면에 크게 나오기 때문에 집중도 잘되고 웃음도 커지더라고요.
2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했는데 예를 한 가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불고기가 정답이라. 조금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아래처럼 그렸나 봅니다ㅋ
그러자 다음 모둠에서 생각한 답은 뭐였을까요?
네, 하수구. 이제 다시는 불고기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음 모둠은 하수구를 아래처럼 표현했습니다.
음. 쇠창살? 모기장?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다음 모둠이 지혜를 짜내서 답을 적었습니다.
그물ㅋ 저렇게 네모 반듯한 그물이라니. 그러자 다음 모둠이 본격적으로 그물을 그렸습니다.
이걸 그물이라고 표현했다니. 하지만 잘 보면 그물 속에 물고기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잘 봐야 합니다.
여하튼 결국 마지막 모둠은 답을 아래처럼 적었습니다.
5. 마무리: 소감 그리고 당부
수업을 기획하기 전에는 재미있을지 없을지 고민이었습니다. 고학년 아이들이라면 분명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과연 2학년 아이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결과는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했고, 발표를 할 땐 더 즐거워했습니다. '점수'를 따로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이 엉망이 될 수록 배를 잡고 깔깔 거렸습니다.
<텔레스트레이션>은 함께해서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을 아이들과 하면서 느꼈습니다, 승패 또는 점수는 사람 마음을 각박하게 만드는 구나.
승패와 점수가 있으면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패해도 만만치 않죠. 속임수를 쓰거나, 잘 못하는 팀원을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공격해서 상처주거나, 패배 의식에 젖어버리거나, 잘하는 아이들끼리만 함께 하려고 못하는 아이를 배제시키는 등 많은 부작용을 보았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크다고 해서 승패와 점수를 너무 쉽게 아이들에게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저는 경쟁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만, 경쟁에 앞서 협력하는 즐거움을 먼저 알려주어야 하지 않는가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를 드립니다. 위에서 이 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드렸는데, 이 글을 보시고 혹시 게임을 사지 않고 교실에서 사용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텔레스트레이션>이란 게임을 소개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왜 크게 만들어서 사용하는지도 설명하고요.
더불어 게임을 사지 않고 할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을 만들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을 위해 게임을 샀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저작권이 지닌 지나친 배타성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즐겁게 즐길 수 있다면, 그에대한 댓가는 지불해야 하는 것이 예의고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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