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끼오떼에서 미침을 배우다 (강의: 민용태 교수, 돈 끼오떼 번역)
장소: 마포구립서강도서관
* 강의 내용 중.
매체: 의식 (전달) 내용- 책, 흑백TV, 스맛폰 등
즉 매체에 따라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라는 매체가 발달. 즉 청각 중심 시대에서 시각 중심 시대가 도래하는 르네상스.
<돈 끼오떼>에 대한 꿈보다 해몽.
1. 질문
지금이야 글이나 책들이 흔하디 흔해서 이것이 '매체'라는 인식조차 하기 힘들다. 텔레비전 정도나 되야 매체라 일컬어지지. 그런데 그 당시 책이란 요즘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보다 더 신매체 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글 못읽는 사람도 제법 있었으니까.
여하튼 시각문화(새 매체)로 쓴 결과물이 옛 매체 시대의 '기사' 였다니. 매체는 '새'롭지만 내용은 '옛'시대 주제이다. 새매체를 읽고 옛시대의 이상(훌륭한 기사가 되는 것, 아름다운 둘시네아 아가씨의 사랑을 얻는 것. 즉, 명예와 사랑)을 꿈꾼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작가는 왜 이런 내용의 글을 쓰게 되었을까?
2. 상상
이것은 어쩌면 새시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때는 바야흐로 과학과 이성과 실증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바야흐로 대량 생산과 자본을 통한 공동체 파괴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러한 시대 정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 위해서 새로운 매체를 읽다가 미쳐버린 돈 끼오떼를 역설적으로 비이성적 인간으로 그린 것이 아닌지 상상해본다. 뭐, 책 마지막에 정신이 들고 죽어가는 돈 끼오떼는 (기사소설로 한정짓긴 했지만) 책을 읽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약 내 상상이 맞다면 책에서 나온 수많은 농담(혹은 아이러니 혹은 비꼬기) 중에서 최고의 농담은 작가 세르반떼스가 새로운 시대를 비판하기 위해 새시대의 핵심인 새로운 매체(책)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ㅋㅋㅋ
3. 상상: 조금 더
영화 <토리노의 말>(2011, 벨라 타르 감독)에서는 서서히 하지만 급격하게 사라져가는 것들의 슬픔을 추억했다. 영화에서 노인과 딸은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 마치 종이는 넘어가고 있지만 멈춰있는 글자처럼.
세르반떼스도 시대가 변해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토리노의 말>의 노인과 딸과는 다르게 어떻게든 반항하고 싶었고, 그 반항의 결과물이 세르반떼스의 망상 속에 존재하던 돈 끼오떼인 것이다. 하지만 세르반떼스 역시 시대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르반떼스의 아바타인 돈 끼오떼는 작품 속에서 갑작스럽게 죽고만다. 즉,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말하고 있는 것일게다.
4. 다른 질문과 너무 막나간 상상
그렇다면 작가 세르반떼스는 왜 온갖 비유와 풍자와 모호한 표현들로 가득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어쩌면 놀림 받기 싫어서였을까? 아니, 놀림 정도가 아닌 조롱. 위에서 언급했던 영화 <토리노의 말>에서 노인과 딸을 향해 온갖 조롱을 퍼붓는 집시들이 등장한다. 집시들이 던지는 조롱은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너희는 그렇게 무력하게 사라져갈거야'라고 저주를 퍼붓는 듯 하다. 세르반떼스도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명확한 글로써 자신이 받을 조롱을 오히려 모호한 글로써 그 글을 읽는 이들에게 했을런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목숨에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 이 문장은 일종의 음모론적 입장에서 쓰여졌다. 사회에는 체계가 있고 그 체계의 꼭대기에는 항상 최고 권력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체제를 위협하는 새로운 사상이다. 그래서 그들은 위험한 사상가들의 목숨을 빼앗아왔다. 그것은 심지어 바지사장에게도 적용되는 규칙이다. 조선에서 숱한 왕(혹은 후보)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죽음을 당했고, 미국에서도 많은 대통령(혹은 후보)들이 암살을 당했다는 것에서 그 규칙을 추론할 수 있다. 그래서 명확한 글로써 자신이 받을 위협을 피하고자 모호한 글로써 목숨을 유지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5. 결론
누군가는 세르반떼스를 선지자라고 하고 누군가는 돈 끼오떼를 혁명가라고도 한다. 하지만 어차피 다 추측일 뿐이다. 나도 전혀 그들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상상이며 그저 꿈보다 해몽이다. 어쩌면 지독한 헛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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