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를 찾아서> 무관심 권하는 사회
빨간 물고기가 니모. 파란 물고기가 도리. 그리고 거북이가 크러쉬.
출처: DAUM 영화
줄거리
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로 니모를 키우는 아빠 물고기 말린은 니모마저 잃을까봐 언제나 불안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사건건 자신을 간섭하는 아빠에게 반항심이 발동한 니모는 무모한 장난을 치다가 인간에게 납치당하고 말죠. 말린은 우연히 만난 도리와 함께 니모를 찾기 위해 길고 위험한 여행을 떠납니다. |
1. 무관심이 미덕이다.
지나치게 이기적인 아이는 눈에 띄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요. 그리고 고학년이 될수록 이기심은 주위 친구들 눈치를 보며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무관심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요. 그래서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다른 친구들에게 무관심하게 대해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흐르는 경우가 많고요. 심지어 아이들 사이뿐 아니라 부모나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래요. 친구 일에 관심을 갖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싸움이 격해지면 서로 관심 갖지 말고 살라고 하거든요. 이렇게 다른 아이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무관심은 오히려 미덕이 되기도 해요. 이렇기 때문에 저는 이기심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독이 가장 무섭거든요.
<니모를 찾아서>는 이웃 사이의 관심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관심과 무관심이라는 관점에서 영화를 보면,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우리 아이에게 ‘무관심’이 미덕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2. 말린과 니모가 만난 이웃
사실 말린과 니모가 다시 만난다는 건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이 ‘영화니까 가능하다’에 그나마 논리적 개연성을 얹어 주는 건 ‘이웃’ 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둘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이웃들이요. 어떤 이웃이 있었는지 대강이나마 살펴볼게요.
<말린을 도와준 이웃> 1. 도리: 도리가 없이 [니모를 찾아서]를 설명할 수 있을까? 니모와 헤어지고 ‘크고 흰 배’를 정신없이 찾는 멀린에게 대답을 해준 유일한 ‘지나가는’ 이웃이었다. 이 후 이 참견쟁이에 친화력 강한 푸른 물고기 도리는 니모를 찾는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멀린과 니모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된다. 2. 전갱이떼: 시드니 가는 길을 화살표 모양으로 알려주는 흉내쟁이 물고기들. 추가로 계곡 위로 올라가지 말라는 꿀 팁까지 알려준다. 가벼운 듯 보이지만 도움을 청하는 것 이상으로 도움을 주는 이웃이다. 3. 거북이(크러시): 해파리떼에게 쏘여 정신을 잃은 니모를 구해주고 시드니로 가는 조류를 태워준 거북이. 길을 가다가 해파리떼를 뚫고 나온 멀린이 도리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해파리떼 사이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용기 있게 생각한다. 나이를 150살이나 먹어서 그런지 여유도 있고 생각도 깊다. 멀린과 도리가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데도 그들의 모습을 보고 구해주는 이웃이다. 4. 고래: 난 도리가 ‘고래언어’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도리는 영어 알파벳도 읽을 수 있기 있는바, 언어에 있어서는 천재에 가깝기 때문’ 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근거를 대고 싶다. 여하튼 이 고래는 멀린과 도리와는 말도 잘 통하지 않지만 친절하게 그들을 도와주는 외국인 이웃이다. |
<니모를 도와준 이웃> 수족관 친구들과 펠리컨. 이들이 준 교훈으로 나중에 그물에 갇힌 도리를 구할 수 있게 된다. |
<도움 안 되는 이웃> 물고기 안 먹으려는 상어 |
<해가 되는 이웃> 해파리떼 |
저렇게 많은 이웃이 말린과 니모에게 관심을 가지고 호의를 베풀었어요. 저도 그렇지만, 우리 아이가 따뜻한 이웃들 사이에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너가 이웃을 도와야 네가 어려울 때 이웃이 너를 도울 거야’ 정도로는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관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만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어요.
3. 대화 이끌어내기
질문1: 멀린에게 도움이 되었던 고마운 물고기들은 누구누구가 있었나요? + 그 때 멀린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멀린에게 도움을 준 이들은 위에 정리해 두었어요. 그리고 나서 멀린의 기분은 어땠을지 생각해보도록 해요. 또 질문에 이어서 아이와 함께 그 동안 살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자, 여기까지가 멀린 입장이에요. 그렇다면 이제 이웃(도리, 정강이떼, 크러시, 고래)의 입장에서 생각해볼게요. 이들은 멀린을 왜 도와주었을까요?
질문2: 물고기들은 왜 멀린을 도와주었을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오지랖이 아닌) ‘마음이 따뜻해서’일겁니다. 다른 사람의 위험, 아픔을 무관심하게 스치고 지나치지 않는 마음. 이 따뜻함이 멀린을 도왔을 겁니다.
질문3: 만약 멀린과 니모가 만났다는 소식을 거북이 크러시(그리고 말린을 도와준 물고기들)가 듣게 된다면 크러시는 어떤 기분일까요?
당연히 기뻐하고 행복했을 겁니다. 또 어쩌면 자기가 그 일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뿌듯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관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다보면 무엇이 진짜 행복인지, 이웃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아이는 어렴풋이 라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4. 다른 컨텐츠
웹툰 <이웃사람> 아세요? 여기서 이웃이란 옆집에 무서운 연쇄 살인마가 산다는 의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새로운 희생자를 도와주는 좋은 이웃의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작가 강풀님 작품은 마치 점묘화처럼 느껴져요. <이웃사람>에서도 점(dot)과 점처럼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결국 하나의 감동적인 점묘화를 만들어내고 있죠. 그런데 이 점과 점들은 ‘무엇인가’와 싸우고 있어요. 그건 무서운 연쇄 살인마? 아니요, ‘이웃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이 무관심과 싸워 이기면 ‘무’는 사라지고 ‘관심’이 남죠. 이렇게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점과 점들을 모아주는 재료가 돼요.
<위험한 낙원> 이란 노래가 있어요. 이승환님이 부른 노래에요. 가사를 조금 볼게요.
구해 줘요 나를 살려 주세요
내 목소리 들리지 않나요
다시 또 그냥 지나치면 난 그대로
눈을 감고 사라져 버릴지 몰라
……
그대가 꿈꾸던 파라다이스
원하는 것 모두 가질 수 있는
그런 대신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게 하죠.
벽을 부수고 또 허물수가 없다면
난 그대로 여기 남아 하찮아 질 거예요
……
언제나 쉬운 것만 찾는
식어버린 심장과 눈빛과 침묵 속에서
그대도 어쩔 수 없어요.
서로가 무관심한 세상, 그곳을 ‘파라다이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서로 관심을 가져주는 공통체 속에서 아이를 자라나게 해주세요. 행복은 이웃과 이어지는 점 속에 있어요. 그 점들이 모여 아이 인생은 멋진 점묘화가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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