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수업 이해하기
질문 수업을 왜 하나요?
영화는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울을 보고 싶어도 보는 방법을 모르면 볼 수가 없지요. 저는 질문을 주고 받는 과정이 거울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또 아이들은 대답을 하죠. 조금 더 커버린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답니다.
질문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제가 수업에서 사용하는 질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1단계: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있는 답을 묻는 질문 (내용 파악)
(예) 피오나 공주는 슈렉과 뽀뽀한 후 어떤 모습이 되었나요? - 괴물인 상태로 변하지 않았다.
- 2단계: 영화 내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답을 묻는 질문 (내용 이해)
(예) 피오나 공주는 왜 모습이 변하지 않았을까요? - 예언대로 '진정한 사랑'이 슈렉이었기 때문이다.
- 3단계: 의미를 찾는 질문 (내 삶에 내용을 적용)
(예)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슈렉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과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을 비교해 보세요.
헬로 피오나
물론 '어떤 수업을 하는가?, 수업 시간이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질문의 종류 갯수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줄거리 파악을 학습 목표로 하고 있다면 1단계 질문만 사용해도 충분할겁니다.
3단계- 의미를 찾는 질문의 예를 들어주세요.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질문은 3단계 질문입니다. 3단계 질문으로 아이들은 학습 주제에 매우 가깝게 접근하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3단계 질문으로 구성한 수업을 '질문으로 깊게 이해하기'라고 이름 짓고 아이들과 수업하고 있습니다.
(1) 콤보세트: 너라면 어떻게 할거니? - 왜 그런 선택을 할거니?
가장 쉽게 던질 수 있는 3단계 질문은, '너라면 어떻게 할거니?' 입니다.
<메트릭스>(1999)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파란약을 먹고 일상으로 돌아갈지, 빨간약을 먹고 진실을 알게될지 선택하게 합니다. 이런 중요한 결정의 순간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게 되는거죠. '너라면 어떤 약을 먹을래?'
물론 <메트릭스>를 초등학생에게 보여주며 수업하긴 어렵습니다. 초등학생 기준으로 <볼트>(2008)라는 영화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인한테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주인이 나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을 찾아가는건 불확실하고도 목숨을 건 여정이다. 그 때 내게 일상의 소중함과 평범함의 기쁨을 알려준 친구 '고양이 미튼스'가 내게 주인 찾기는 포기하고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내가 볼트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라면 그냥 '미튼스', '라이노'와 함께 살겠다.
물론 영화 결말은 '주인 찾아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이기 때문에 결말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반진감 넘치게 아이들에게 설명해 줄수록 더 좋습니다.
'너라면 어떻게 할거니?'와 이어지는 질문은 당연히 '왜 그런 선택을 할거니?'가 되겠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답변을 들으면서 생각이 넓어지기도 하고 자기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기도 합니다.
(2) 단품이 더 비싸- 하나의 질문으로 수업 끝
가끔 질문 하나로 학습 목표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투모로우>(2004년)로 환경 수업을 하는데 '제목이 내일 모레 1인 이유는 무엇일까?'가 질문이었습니다. 당장 내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먼 미래는 아니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는 생각으로 던진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환경 보호의 중요성까지 이어지는 수업을 구성했습니다.
원래 제목이 <더 데이 에프터 투모로우>. 여기서 질문 하나 더.
왜 the가 붙었을까? the는 어떤 의미일까?
사실 뭔가 있어보이려고 '하나의 질문으로 수업 끝'이란 제목을 달기는 했지만, 수업 시간 관계상 하나 이상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애들도 지치고요.
제 블로그에 있는 몇 가지 예를 링크해 놓겠습니다. 참고해주세요.
(3)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질문 골라잡기
가끔 다양한 질문을 제시하고 아이들 스스로 골라서 답하는 수업입니다.
같은 질문을 선택한 아이들끼리 소그룹을 만들어 답변을 공유하고, 또 소그룹 안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아이는 반 전체 아이들에게 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고녀서 맛나겠다>(2011)를 예로 들면,
①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② 부모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③ 영화 속 빨간 열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렇게 몇 번 수업을 하다가 영화를 보고 질문을 만들어내는 수업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가끔 예리한 통찰력으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이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숨어있는 명작.
'질문으로 깊이 이해하기', 그래서 뭐가 좋은가요?
첫째, 아이들은 답 보다 답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알아가게 됩니다.
쉽고 빨리 푸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 문제를 풀고 채점해서 '왜 틀렸는지'보다 '몇 개 맞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째, 집단지성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를 푸는 장면을 상상하면 혼자 책상에 앉아있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답이 슬슬 풀리는 경험을 자주 해보았습니다. 몰랐는데 이걸 집단지성이라고 하더라고요.
질문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혼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더 답에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게 됩니다.
셋째, 스스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훈련이 됩니다.
아이들은 질문에 답만 해봤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아예 궁금증 자체를 갖기를 귀찮아하지요.
이런 상황인데 '좋은 질문'은 더더욱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좋은 질문을 받은 뒤 그 질문을 고민하다보면,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를 자기도 모르게 학습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결국 '비판의식'과도 연결됩니다. 미디어를 보고 잘못된 점을 꼬집을 수 있는 예리함은 결국 '좋은 질문'을 던지는 연습에서 시작합니다.
뭐, 좋은 말은 다 써 놨구만~ (출처: 웹툰 <대학일기>)
그럼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 인가요?
먼저, 질문을 듣는 순간 궁금해지는 질문입니다. 질문을 듣고 '어? 그러게? 그거 왜 그러지?'라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질문이요.
다음은,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해결하다보면 영화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질문을 말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주제란 수업 주제를 말합니다(물론 영화 주제와 겹칠 수도 있겠지만, 수업을 하다보면 영화의 한 부분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도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질문의 난이도가 적절해야 합니다. 답이 뻔해서는 안 되겠죠. 그러면 아이들이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난이도여도 안 됩니다.
말은 쉽지.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어떻게 좋은 질문을 뽑아낼 수 있을까요?
학습 목표 딱 정해지면 제가 위에서 제시한 좋은 질문의 조건 세 가지를 고려해두면서 제 머릿속에서 '아, 어느 영화, 어느 질문해야지~'라고 결과물이 나올까요? ㅋ그럴리 없죠.
저는 그냥 평소에 영화 보면서 '아, 이 영화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라고 생각되면, 영화가 끝나자마자 영화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제 경우에는 '내가 궁금한 것을 아이들에게도 물어보자'라는 취지로 질문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메모장에 메모해 두죠.
예를 들면,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히컵이 마지막에 한 쪽 다리를 잃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아니, 굳이 히컵에게 장애를 줄 필요가 있을까? 애들도 보라고 만든 영화에서 굳이?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했던 질문이었죠.
수업 구성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4단계 글쓰기 입니다.
1단계: 혼자 생각하고 자기 의견 글 쓰기
2단계: 모둠 의견 듣고 모둠 의견 중 마음에 드는 내용 정리하기
3단계: 전체 의견 듣고 전체 의견 중 마음에 드는 내용 정리하기
4단계: 정리한 내용 보면서 혼자 생각하고 다시 자기 의견 글 쓰기
가끔 필요에 따라 전체 학생들 모두 한 명씩 일어나서 의견을 말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정리하자면, 질문 수업은 모든 영화 수업의 시작입니다! 두둥.
좋은 질문은 좋은 고민을 하게한다.
좋은 질문은 다른 좋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모든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우리 나라 제목은 투모로우, 즉 '내일' 입니다만, 원래 제목은 'the day after tomorrow'(내일) 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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