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코드 Career Code
기본정보 |
디자이너: Dylan Park, SuMin Hyun 출판년도: 2016년 시간: 20분 ~ 30분 인원: 2~4인 방식: 경매, 세트 모으기 난이도(초등학생 기준): 중 *최상(고학년도 배우기 어려움), 상(5,6학년 가능), 중(3,4학년 이상 가능), 하(모든 학년 가능) *아이 특성에 따라 난이도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팝콘에듀 보드게임 체험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드게임을 받은 후 작성한 글 입니다.
자유 학기제 등 진로 교육에 대한 정부와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진로와 관련한 보드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출처: 팝콘에듀
보드게임에 있어서 '교육'이라는 말은 저에게 굉장히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단어 입니다. 즐기기 위한 보드게임에 굳이 교육이란 말을 붙여야 하는가,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교육적인 효과가 따라오지 않겠는가(이것이 '국가 교육과정' 속 교육이 아니라 하더라도!)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보드게임은 물론이고 아이들과 하는 보드게임을 선택하는 제 1 조건은 '재미' 입니다.
또한 한 편으로는 '교육', '기능성' 이라는 이름을 달고 보드게임 시장이 커져가는 것을 바라보며, 기대 반 걱정 반 하고 있습니다.
총평: 아쉬움이 남는 '직업 체험' 보드게임
일단 어른이 하기에는 조금 심심한 게임입니다.
그럼 아이들 반응은 어땠을까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게임을 해봤는데, 보드게임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아이는 높은 평점을 준 반면 보드게임을 많이 해본 아이는 그보다 조금 낮은 평점을 주었습니다.
게임 방법이 대부분 경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매 게임을 처음 알려주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하이 소사이어티>와 <노땡스>(게쉥크트)로 경매 게임을 시작했는데, 학교에서라면 진로 활동이란 핑게로 <커리어 코드>를 꺼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구성물
상자를 여는 순간, '아, 행복한 바오밥 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빌>을 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미니빌>과 <커리어 코드>의 트레이가 완전 일치합니다. 사진을 보면 트레이에 주사위를 두 개 넣을 수 있는데 한 개밖에 안 들어있죠? 그게 맞습니다.
여하튼 제게는 친근함이 듬쁙 묻어나는 트레이였습니다.
게임 방법
모든 게임에 동영상을 제작하는 '행복한 바오밥'인데 출시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아직 동영상이 없더라고요. 조만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서를 공개해 두었고 읽어보면 쉽게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커리어 코드> 설명서 바로가기 (링크된 곳에서 '게임 설명서' 탭을 눌러주세요)
게임 준비는 간단합니다. 참가자들은 직업 카드 3장과 7원씩 받고, 탁자 가운데는 취미 카드 더미를 만들고 그 옆으로 취미 카드 3장을 뒷면으로 놓으면 됩니다.
아래 사진은 아직 취미 카드를 깔아놓지 않은 상태 입니다.
<커리어 코드>는 취미 카드로 얻은 능력으로 직업을 3가지 갖게 되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① 취미 카드 경매
자기 차례에 취미 카드 한 장을 선택해서 경매에 들어갑니다.
카드를 선택한 사람 옆에서부터 경매를 시작해서 카드를 선택한 사람이 마지막 경매 금액을 부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카드를 선택한 사람이 경매에 유리합니다.
만약 카드를 선택한 사람 전까지 아무도 경매를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공짜(0원)로 취미 카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매에 들어간다고 취미 카드를 앞 면이 보이게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것은 결국, 취미 카드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은 그 취미 카드를 경매로 얻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뜻 합니다. 그저 '예상'만 할 뿐이죠.
여기서 약간의 추론 능력이 필요합니다. 뒷면에 쓰여진 글을 통해서 어떤 능력을 얻을 수 있는지 추론해야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서 '배낭 여행'이라는 취미 카드가 있습니다.
이 카드 뒷 면에는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긴급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라는 내용이 써 있습니다.
그리고 앞 면으로 뒤집으면 배낭 여행이라는 취미를 통해서 '상황대처' 능력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다만 게임 전체를 통틀어 어떤 능력들이 있는지 '참조표'라도 있었더라면 추론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추론' 부분이 <커리어 코드>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게임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하지만, 이는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② 카드 교체 및 교환
내 직업 카드를 버리고 더미에서 새로운 직업 카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 취미 카드 2장을 버리고 새로운 취미 카드를 가져올 수 있죠. 다른 사람과 합의만 되면 취미 카드를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경매 단계가 끝나면 위 3가지 행동 중 한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택 행동입니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행동이죠.
만약 위 ①, ② 단계를 걸쳐서 직업 카드에 필요한 능력이 모아졌다면 직업을 가지게 됩니다. 직업 카드를 완성할 때마다 직업 카드에 써 있는 보상을 받으면 됩니다.
이렇게 게임을 하다가 직업 3장을 모두 완성하면 게임이 끝이 납니다.
장점: 취미를 직업과 연결시키다
<커리어 코드>의 장점은 취미를 직업에 연결지은 것입니다.
직업은 단순히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거죠. 게임에서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그 직업과 관련한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또 취미 카드 뒷면 설명만을 보고 취미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취미 생활이 단순한 유희가 아닌 자기 능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은연중에 말하고 있죠.
이런 것들이 딱 맞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장래 희망 직업을 위해 '닥치고 공부만 열심히 해'가 아니라 관련된 취미 생활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것은 어느 정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점: 취미와 직업에 대한 오해
① 취미를 통해 얻어지는 능력에 대한 오해
취미 생활을 하게되면 얻게 되는 다양한 능력이 있을 것인데, 꼭 한 가지로 한정 지은 것은 참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취미 카드 중 '토론대회 참가'가 있습니다.
이 카드 뒷 면에는 '나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받아들일 수 있다' 라고 써 있고, 앞 면에는 '정보이해'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럼 토론대회를 참가하면 오로지 정보이해 능력만 얻을 수 있나요? 아이들이 자칫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는 '논리적 사고'라는 능력도 있습니다.
아니, 뒷면 설명만 보면 '논리적 사고'를 얻을 수 있을것만 같은데 막상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니~ 열심히 추론하던 아이가 허탈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취미 카드가 있다면 얻을 수 있는 능력은 다른 것으로 적어놓으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목공' 이라는 취미라면, 어떤 목공 카드 앞면에는 '공간 지각'이 있고 또 다른 목공 카드 앞면에는 '창의성'이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취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이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 게임 속에 '확률'(다른 말로 '찍기')이라는 것이 들어가면서 마치 주사위 굴리듯 웃음을 줄 수있는 요소가 생기기도 할 것 같습니다.
② 취미와 직업의 관계에 대한 오해
직업을 얻기 위해 취미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 저는 싫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좋죠. 취미 생활을 하다가 직업으로 발전하는 경우 말이에요.
그리고 제 직업은 교사지만 취미는 보드게임, 독서, 명상, 산책 입니다. 다시 말하면 직업과 취미가 별개의 경우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죠. 제가 교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보드게임 같은 취미를 갖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물론 제 취미 생활을 통해 얻은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만, 교사 임용시험에 제 취미는 단 1%의 도움도 안 됐습니다.
제안: 직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기
마지막으로 주제넘지만 한 가지 게임 규칙에 대한 제안을 해볼까 합니다.
<커리어 코드>는 처음 시작할 때 받은 직업 카드 3장을 완성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직업 카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아래 사진처럼 직업 카드를 깔아놓고 시작하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완성할 수 있는 직업 카드를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거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세 가지 입니다.
첫 째, 경쟁과 견제가 심해져서 게임이 더 치열해 질 수 있습니다.
4명이서 게임을 하다보면 상대방이 완성해야 하는 직업 카드가 뭔지 보기 어렵습니다. 또 본다고 해도 1:1이 아닌 이상 견제하기도 어렵죠.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하면, 상대방이 어떤 직업을 노리는지 알아채기 쉽습니다. 그럼 경매 가격을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견제할 수 있게되죠.
거기다가 직업카드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하던 원래 규칙보다 더 치열한 경쟁 체제가 생기게 됩니다.
둘 째, 취미와 직업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바르게 볼 수 있습니다.
특정한 직업을 노리고 취미 생활을 하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취미로 얻은 능력이 쌓이다보면, '어라, 저 직업을 선택해도 되겠네?' 같은 상황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몰입감'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직업이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싶은 직업을 위해 게임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위 사진을 예로 들자면, 공개된 다섯 가지 직업 중에서 '에너지공학기술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면 그 직업이 필요로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 게임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마무리
아무래도 직업이 교사라서, 거기다가 '기능성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게임이라서 게임성 보다는 교육적 효과에 대한 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커리어 코드>는 게임성과 교육적 측면 모두에서 아쉬운 게임이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게임을 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학교에서 학급 학생들과 이 게임을 하게 된다면 게임이 끝나고 위에서 언급한 '직업과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게임을 한 뒤에 나누는 게임과 관련한 이야기라면 평소보다 100배는 더 잘 귀 기울여 주더라고요 :-)
이렇게 수업이 진행된다면 취미와 직업에 대해 아이들은 조금 더 바른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