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수업

[사건수업] 이해하기 (5) 사실을 기록한 글(영화)

사건수업 이해하기

 

'사건'과 관련한 영화 수업을 이해하기 위한 글 입니다.

특히 국어 교과와 많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메모하기

(2) 중요한 사건 파악하기

(3) 내용 간추리기

(4) 줄거리 쓰기

(5) '사실'을 기록한 글(영화)

(6) 배경과 사건: 시대적 배경

(7) 인물과 사건: 인물의 성격

(8) 뒷 이야기 예상하기

(9) 빠진 이야기 상상하기






사건수업 이해하기 (5) '사실'을 기록한 글(영화)



 국어 교과서에 보면 실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기록한 글들이 나옵니다. 이런 글처럼 영화에서도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기록한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의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싶은데, 다큐멘터리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로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다큐멘터리는 주로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나레이터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재현을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 보다는 더 '사실'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 <허블 3D>(2010, 토니 마이어스 감독)가 그렇습니다.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실제 이야기를 다큐로 만든 영화인데, NASA나 우주인 훈련 등의 이야기가 섞이면서 경이로운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꾸게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영화에 흥미로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만화 <우주형제>(코야마 츄야)도 함께 추천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렇게 잘 만들어진 다큐 영화는 상식과 함께 때론 꿈을 꾸게도 하고 때론 공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시의성이 강한 측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루맛쇼>(2011, 김재환 감독)가 그렇습니다. TV에 나오는 맛집이 맛집이 아닌 것에 이상함을 느낀 감독과 제작진이 가짜 음식점을 차려서 진짜 TV에 맛집으로 소개되는 과정을 영화로 만든 황당하고 기발한 작품입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들과 교실에서 몇 년간 <트루맛쇼>를 함께 보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영화를 아이들과 보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화가 나온 2011년에는 정말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런지 아니면 무엇인가 바뀌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의성이 강한 다큐멘터리는 따끈 따근하게 보면 매우 좋은 수업용 영화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수업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수업에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사실'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꼭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진실과 허구가 섞여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또한 감독의 가치 판단이 빠질 수 없기 때문에(심지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동물 프로그램 조차도 말이죠!) 다큐를 쉽게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면 곤란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말해봤자, 아이들은 선생님이 보여주는 영화인데다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리고 있으니 그 영화를 찰떡같이 믿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영화는 볼 때보다 영화를 고를 때가 더 중요합니다. 그게 교사의 안목이고 능력입니다.



 다음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 입니다.

다른 영화들처럼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를 하고 기승전결에 따라 극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세계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암호전을 펼치는 연합군 측 천재 수학자 튜링의 이야기를 담은 <이미테이션 게임>(2015, 모튼 틸덤 감독), 아이폰으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를 소재로 한 <스티브 잡스>(2015, 대니 보일 감독), 말더듬이 영국 왕 조지 6세를 그린 <킹스 스피치>(2011, 톰 후퍼 감독)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뷰티풀 마인드>(2001, 론 하워드 감독) (출처: 네이버 영화)



 일단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하면, 아이들은 그 영화에 굉장히 몰입합니다. 그래서인지 감동 2배 효과도 얻을 수 있지요.


 이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영화는 인물이 살아가는 '삶'에 중점을 둔 영화입니다.


 <블라인드 사이드>(2010, 존 리 행콕 감독)가 대표적입니다. 가난한 흑인 아이 마이클을 사랑으로 품어주며 함께하는 가족 이야기로 결국 이 아이는 훌륭한 '풋볼' 선수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게 됩니다.

 마이클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집도 없이 여기 저기를 떠돌아 다니며 지내는 아이였습니다. 그냥 영화였다면 아이들은 '뭐, 영화니까' 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뭐지? 저런 환경에서 살았다고?' 라며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고학년 이상에게 추천. (출처: 네이버 영화)

 

 또 추천하는 작품으로는 영국 남성 발레리노 필립 모슬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가난과 편견에 맞서 발레리나가 되려는 남자 아이의 삶을 그린 <빌리 엘리어트>(2001, 스티븐 달드리), 메이저리그 최하위 팀에 단장으로 부임해서 강팀으로 만들어가는 빌리 빈이라는 인물을 그린 <머니볼>(2011, 베넷 밀러 감독) 등이 있습니다.


내가 본 최고의 스포츠 영화. 하지만 역시 고학년에게만 추천 (출처: 네이버 영화)


 <머니볼>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를 중학년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면 <쿨 러닝>(1994, 존 터틀타웁 감독)을 추천합니다. 다른 분들은 <국가대표>(2009, 김용화 감독)도 많이 추천하지만, 저는 <쿨 러닝>이 조금 더 가벼우면서도 설정이 억지스럽지도 않고 '짜내지 않는 감동'이어서 이 쪽을 더 추천합니다.


쿨 러닝, 오래됐지만 여전히 웃기다. (출처: 네이버 영화)



 반면 추천하지 않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이건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수업용 영화로 사용할 때 주의할 점과 관계 있습니다.


 이 영화들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때로는 어떤 작은 사건(또는 물건)을 가지고 상상해서 '사실처럼' 영화를 만들기도 하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항상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이 아닌지 구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 경계선이 애매하다면 그것 역시 말해줄 필요가 있고요.


 이런 맥락에서 '역사' 영화는 매우 주의해서 보아야 합니다.

 근현대사의 경우는 안타깝지만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감정을 짜내려고 만든 영화도 많고요.

예를 들어,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은 연못,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오멸 감독)나 2002년 서해교전을 다룬 <연평해전>(2015, 김학순 감독)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근현대사 이 전의 시대를 다룬 영화는 어떨까요?

이것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할 때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재미를 위해 내용을 과장하거나 없는 역사를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사 영화가 나오면 '영화 ㅇㅇ의 진실과 허구'라는 기사가 꼭 함께 뜨곤 합니다.


영화에서처럼 이순신 장군은 정말 그런 캐릭터였을까? 난 고개가 갸우뚱.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런데 역사는 상상력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어차피 주어진 사료를 바탕으로 상상해서 합리적으로 재구성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보는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영화를 보고 '영화 = 진실' 이라고 믿어버리는 아이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역사 교육이 부실한 우리 나라 여건에서 허구가 많이 섞인 역사 영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역사 영화를 아이들과 볼 예정이라면, 교사가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결국 사실을 기록한 영화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잘 사용하면 매우 훌륭한 교육 자료가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아이들에게 편견과 오류를 심어주는 교육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고르기 전에도 신중해야 하고, 감상 후 수업 준비도 많이 해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재료가 바로 이런 영화죠.

 



다음 글: 사건수업 이해하기 (6) 배경과 사건: 시대적 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