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단어에 대한 고민
1. 게임판
보드라이프에 '게임보드라는 용어의 옮김에 관한 생각' 이란 글이 올라왔습니다. 요약하면 게임보드를 보드판으로 옮기는 것은 역전앞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글을 읽으면서 아, 맞네, 혹시 나도 그동안 잘못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나? 란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게임판' 또는 '놀이판'으로 써야 겠습니다.
2. 플레이어
그리고는 평소 고민하던 '플레이어'라는 단어. 저는 '참가자' 또는 '게임 참가자'라는 말로 옮겨 쓰곤 합니다. 왠만하면 우리 말로 바꿔쓰고 싶어서 참가자라고 쓰고있기는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놀이꾼' 이란 단어도 생각해 보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서 어색하게 들릴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놀이꾼들. 아, 이 게임 하고싶다 ㅠㅜ (출처: 보드게임긱)
3. 게임
위 두 단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단어, '놀이'. 저는 게임을 놀이라고 옮겨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게임을 놀이로 바꿔서 말할 수 없겠죠. 제가 게임을 놀이라고 바꿔말하고 싶은건 보드게임에 한해서 입니다.
그래서 보드게임을 '판놀이'로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왕좌의 게임>은 판놀이 <왕좌의 게임>이 되겠죠. 왕좌의 게임이 소설 제목에서 비롯된 고유명사인 이유도 있겠지만 거기서 말하는 게임이 놀이를 의미하지는 않거든요.
다시말해 보드게임에서 우리가 하는 게임은 놀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행동이니까요.
참고로, 놀이라고 해서 그리고 즐거움이라고 해서 깔깔 웃음소리가 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슬픈 영화를 보고도 재미있다고 표현할 수 있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나서도 즐거웠다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티게임만 놀이가 아니라 진지하고 어렵고 괴상한 세상 모든 보드게임도 놀이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미 보드게임이란 단어가 정착했기 때문입니다.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는 그 뜻이 아무리 좋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위화감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이들에게만 판놀이란 단어를 사용해야 겠습니다. 새싹들을 세뇌시키는게 목적
<더 게임>을 <더 놀이>라고 번역할 수는 없잖은가. 나도 이런 번역은 싫다. (출처: 보드게임긱)
4. 선
선이란 한자 先(먼저 선)을 뜻합니다. 그래서 먼저 하는 참가자를 '선 플레이어' 라고들 합니다.
'선 플레이어를 정합니다'라는 말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이럴 땐 그냥 '먼저 시작할 사람을 정합니다'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푸에르토 리코>(이하 푸코)처럼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옆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 <촐킨: 마야의 달력>(이하 촐킨)처럼 '선마커'를 얻으면 가장 먼저 순서를 가질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푸코같은 게임의 경우는 '먼저 할 권리를 옆 사람에게 넘깁니다'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촐킨이 어렵네요. 선마커라는 단어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먼저 할 권리가 주어지는 표지'?
촐킨 선마커. (출처: 보드라이프)
5. 테이블
이거 뭐라고하지? 하고 엄청 고민했었는데 사전 찾아보니까 그냥 '탁자'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 평소에 어휘력이 부족한 자신을 탓해야지요.
마무리
굳이 우리 말로 표현할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외래어가 들어왔는데 그것을 우리 말로 어떻게 바꿀까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렇습니다.
몇 년 전부터 소위 '지식인'들이 자기 글과 말에서 사용하는 '스탠스', '텍스트', '팩트' 등이 거슬렸거든요. 1:1로 대응되는 단어가 없더라도 전체 문맥을 살펴보면서 우리 말을 써도 될텐데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칩니다.
말은 얼이요, 글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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