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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업

[국어, 창체] 프리키 프라이데이

프리키 프라이데이

마크 워터스 감독, 2004년


출처: 네이버 영화



국어 > 설득하는 글쓰기

창체 > 계기교육 > 어버이날



잘 만들어진 '역지사지' 영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는 거죠.

하지만 막상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특히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경우는 말이죠.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 바로 '상대방이 되는 것' 입니다. 그냥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정말 상대방 상황에 처하면 되는거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쉬워요. 그냥 상대방 몸 속에 내가 쑤욱 들어가면 되거든요. 또 마찬가지로 상대방은 내 몸 속으로 쏘옥 들어오고요.

 상대방과 몸이 바뀐다? 이런 설정은 소설,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많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보통 몸이 바뀌는 존재는 여성과 남성이죠. 이유요? 아마도 그게 더 자극적이고 또 로맨스와 연결이 되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시크릿가든>(SBS)에서도 몸이 바뀌는 설정이 나온다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런데 오늘 소개할 영화, <프리키프라이데이>는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엄마와 딸이 서로 바뀌는 것이거든요.

 언뜻 생각하기에 엄마와 딸의 몸이 서로 바뀌는 설정이라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뭐, 적당히 웃기려고 하다가 나중엔 서로 화해하고 그러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딩동댕~

 <프리키프라이데이>는 적당히 웃기다가가 엄마와 딸이 서로 화해하면서 적당히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당한'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영화 내내 배를 잡고 깔깔 거리지는 않지만, 여러 장면에서 즐겁고 재미있어 합니다. 또 엄마와 딸이 서로 이해하고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장면도 흥미있어 하고요. 간단하게 말하면, 뻔하지만 괜찮은 영화 입니다.

 네, 이 정도되는 영화는 많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아쉬움: 문화의 차이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미국과 우리 나라 문화가 다르다는 것 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큰 갈등은 엄마에게는 '재혼 결혼식'이고 고등학생 딸에게는 '락 밴드 컨테스트' 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선 흔하지 않죠(재혼과 고등학생 락밴드를 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완전히 영화에 몰입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이런 단점이야 외국 영화를 보면 어쩔 수없이 생기는 것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영화를 봅니다.


 다만 수업 전에 영화란 배경이 되는 부분의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고등학생이 교복도 안 입다니. 거기다가 저렇게 배꼽티를?' 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매우 드물지만 평소 보던 언니, 오빠 모습과 다르니까 이질감이 자기도 모르게 생기게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수업하기 ①  숙제: 갈등 찾기


 먼저, 어머니와 아버지 중에서 자기와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갈등이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거나, 평소 부모님이 하시는 말이나 행동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숙제 내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것 만큼은 숙제로 내주기를 권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고 "자, 부모님과 갈등 상황을 찾아봐라"라고 하면 잘 찾는 아이들도 있지만 한참을 끙끙 거리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아, 선생님, 저 진짜 짜증났던 일 생각났어요~"라고 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고요.

 참고로 숙제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의미에서 1주일 전에 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 내 머리끈이 어때서요? (출처: 네이버 영화)



수업하기 ② 편지 쓰기


 영화를 감상하고 이제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갑니다.

 숙제로 해왔던 '부모님과 갈등 상황'을 영화에 접목시키는 거죠.

 편지 쓰기는 3단계로 나누어 쓰면 좋습니다.


 1단계: 영화 줄거리를 씁니다.

 '오늘 영화를 봤는데 이러 이러한 내용이었어요' 하고 줄거리를 쓰다보면 머리 속에서 영화가 정리 됩니다.


 2단계: 갈등 상황 제시

 '그런데 얼마 전 엄마와 이러 이러한 일이 있었어요'라고 갈등 상황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약 엄마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운을 떼기 시작하죠.


 3단계: 부모님을 이해하(는척 하)기

 자, 여기가 중요합니다. 이제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왜 부모님은 그런 말을 했을까? 왜 부모님은 그런 행동을 했을까? 몸이 바꼈다고 생각하고 고민해 봅니다.

 그리고나서 '그래요,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위험하니까 엄마가 빽~ 소리친 거겠죠. 제가 엄마라도 그랬을거에요' 같은 말을 씁니다.

 마무리로는 '죄송하다' 또는 '앞으로 아빠를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 따위의 말로 맺습니다.

 아이들이 잘 모르겠다고 하면, 진심이 아니라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라고 말하면 왠지 즐거워하면서 잘 써내려 갑니다.

 아이들이 정말 부모님의 행동을 이해하던 그렇지 않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렇게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또 정중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3단계에 걸쳐서 편지를 쓰는데, 아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형식이 꽉 짜여진 시를 쓰듯이 말이죠.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모든 것은 생각하고 표현하는 연습(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래, 이렇게 편지쓰면 엄마(아빠)는 저렇게 활짝 좋아하시지 않을까?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섭섭하죠. '왜 나만 이해해야돼?' 뭐 이런 생각 할 수 있잖아요.



수업하기 ③ 편지 쓰기 2탄


 자, 이제 두 번째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편지를 쓰는거죠.

3단계까지 있는데, 마찬가지로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1단계: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아까 갈등 상황에서 자기가 섭섭했던 부분을 부각시키며 시작합니다.

'엄마, 두 번째 편지를 쓸게. 첫 번째 편지 상황 때 있잖아, 나 사실 굉장히 서운했었어.'

즉,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는 내용인거죠.


2단계: 왜냐하면~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으로는 그 이유를 써야 합니다. 서운하고 화가났던 이유 말이죠.

'사실 동생이 나 먼저 때려놓고 내가 때리니까 우는 거잖아. 자기는 아무 잘못도 안한척 말이야.'

 하지만 너무 많이 나가면 안 됩니다. 적당한 선에서 끝내야 하죠. 그러려면 살짝 자기 반성 부분도 써 줍니다.

'내가 그래도 언니인데, 똑같이 때린건 반성하고 있어' 라는 식으로요.


3단계: 요구하기

 마지막이 하일라이트 입니다. 내가 부모님께 바라는 점을 쓰는 거죠.

'다음에 그런 일이 또 있더라도 소리는 지르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동생 앞에서 혼내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나랑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 동생 앞에서 쪽팔리니까.'


엄마랑 잼을 했으면 좋겠어 (출처: 네이버 영화)



수업하기 ④ 숙제: 편지 받기


 수업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숙제라니요?

숙제긴 숙제인데 아이들에게 부담이 거의 가지 않는 숙제 입니다.

 

'알림장 1. 부모님께 답장(밀봉) 받아오기'


 네, 아이 숙제를 가장한 부모님 숙제 입니다.

부모님께 밀봉상태 편지를 받아서 가져오는 것인데, 절대 담임이 편지를 읽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님도 마음 편하게 편지를 쓸 수 있거든요.

또 숙제도 일주일 시간을 주고 매일 알림장에 써서 부모님께 계속 알려주어야 겠죠.


 아이가 숙제를 가져오면 밀봉 상태 그대로 교사가 보관합니다. 숙제를 내주고 다음 날 가져오는 친구도 있고 일주일 꽉 채워서 가져오는 친구도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학급 학부모 분위기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몇 몇 아이들이 편지를 못 받아오면 굉장히 섭섭해 합니다. 이럴 땐 수업을 하루 이틀 미루더라도 부모님께 전화 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정말 정말 상황에 따라 편지 끝까지 안 써주는 학부모가 있기는 한데, 이럴 땐 과감하게 '수업하기 ⑤'를 포기하면 됩니다.


'우리 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그래도 서로 편지를 써 보아요~ (출처: 네이버 영화)



수업하기 ⑤ 느낀 점 쓰기


 마지막 수업은 오히려 간단합니다.

 편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아이들은 편지를 읽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리고 느낀 점을 공책에 써보는 거죠.


 누가 잘하고 누가 못했는지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자기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배웠고, 또 조금이라도 부모로부터 위안을 받는 시간이었다면 그 자체로 아이들에겐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좋냐? 좋지? 좋겠다 ㅠㅜ 네가 좋다면 그걸로 만족.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