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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 리뷰&수업

푸른 사자 와니니

푸른 사자 와니니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창비 펴냄)


* 창비 선생님 북클럽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글 입니다.


소설 <푸른 사자 와니니> 1권은 정형적인 소년 만화의 가치를 담고 있다. 우정, 노력, 승리다.

1. 우정

와니니는 무리의 리더에게 ‘쓸모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어떤 사건으로 무리에서 쫓겨난다. 사자가 무리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지만, 와니니는 동료를 만난다. ‘쓸모있는’ 동료는 아니다.
잠보는 가족을 잃은 어린 수사자이고 아산테는 어른이지만 다리를 저는 수사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류하는 말라이카는 큰 부상을 입고 겨우 살아난 암사자다.
이들의 낯선 만남은 고난과 죽음의 위기를 견뎌내면서 서로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로 성장한다. 쓸모없는 사자들이지만 그래서 더 힘을 합치게 되고 그렇게 무리가 되며 우정을 키운다.

『초원의 끝에서 함께 돌아온 친구들이었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함께할 친구들이었다. 그렇다면 와니니 무리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았다.』(187쪽)

2. 노력

쓸모없기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더 처절하다. 아무도 그들에게 생존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서로를 의존하며 노력을 한다. 경험을 통해 하나씩 배워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노력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때론 노력이 의미없이 보일 때가 있다. 조금도 성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등점을 넘게 되는 어느 순간, 그 노력은 결실을 맺는다.
마침내 노력을 통해 와니니는 자기 재능을 깨닫는다. 바로 밝은 귀다. 그리고 이 노력과 우정을 통해 공동체를 배우면서 리더로 성장해 나간다. 와니니는 자기 무리에게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도움들에게도 인정 받는다.

『와니니와 말라이카는 풀숲에 몸을 숨긴 채 가젤들을 지켜 보았다. 하늘에는 벌써 독수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건 독수리들이 와니니의 사냥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177쪽)

3. 승리

그럼에도 와니니는 아직 어리고 약하다. 강력하고 호전적인 ‘무투’ 무리나 와니니를 쫓아낸 냉정한 ‘마디바’ 무리에겐 여전히 어림없다.
만약 와니니가 무투나 마디바와 싸워서 승리했더라면, 책의 가치는 확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왠 승리냐고?
물리적으로는 와니니가 무투나 마디바와 싸워 이길 수는 없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은 독자는 와니니의 승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와니니를 쫓아낸 마디바와의 대결은 큰 쾌감을 선사한다.
마디바는 와니니가 다시 무리에 돌아오기를 청하지만, 와니니는 거절한다.

『“할머니 전 이제 마디바의 사자가 아니에요. … 난 와니니예요. 그리고 우린 와니니 무리예요.”』(197쪽)

그러자 마디바는 와니니를 죽이려고 한다. 이 때 마디바와 와니니는 서로 포효하고, 와니니는 마디바에게 말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요! 할머니가 날 해친다면, 온 초원이 비웃겠죠. 마디바는 자신을 도우러 온 사자들을 해치는 비열한 사자라고!”』(197쪽)

결국 마디바는 주위 사자들의 반대로 물러난다.
자신이 동경했던 마디바를 넘어서는 장면이며, 승리란 물리적인 싸움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리적인 강함의 상징이 마디바라면, 와니니는 명분과 도덕성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와니니만 승리했는가? 그렇지 않다. 안산테 또한 승리했다. 그는 죽어가며 누구보다도 명예로운 사자가 되었고 스스로를 왕으로 불렀다. 그리고 많은 독자는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그리고 명예

사자가 무슨 명예인가? 그냥 사자도 본능에 따라 사는 여느 동물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아산테가 죽으며 남긴 말을 읽으며, 작가는 사자를 빗대어 인간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코끼리는 사자보다 거대하지. 코뿔소가 더 힘이 세고, 하마는 사자보다 훨씬 포악해. 그런데도 왜 사자를 초원의 왕이라고 하는 줄 아느냐? … 사자는 명예를 위해 싸우는 족속이기 때문이야. … 품위 있는 동물은 죽는 모습을 탐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게 사자의 죽음이야.” 영토 없고 우두머리도 아니지만 아산테는 왕이었다.』(208~209쪽)

<푸른 사자 와니니> 1권 초판이 발행된지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세상은 더 실용적이 되어갔다. 인정, 명예, 도덕이란 단어보다 돈, 인기, 합리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간 느낌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변해가고, 그것은 오롯이 어른들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세상에서 와니니와 아산테가 외치는 명예는 점점 사라져가는 낡은 것이 되어버리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명예’라는 가치를 지지한다. 나는 명예롭게 살고 싶다. 그러기에 <푸른 사자 와니니>는 10년 전보다 지금 더 가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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