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있는 영화, 아이와 어떻게 함께 볼까?
“어? 저거 어디서 봤던 제목인데?”
영화를 보고 가끔 이런 생각이 드신 적 있으세요? 원작이 있는 영화일 확률이 높죠. 원작은 훌륭한데 영화는 망했다느니, 원작의 느낌을 영화로 잘 표현했다는 등 원작으로부터 영화는 자유로울 수 없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영화가 원작을 가지고 있고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2015), 어네스트와 셀레스틴(2014),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드래곤 길들이기(2010),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아이언 자이언트(1999), 목소리의 형태(2017) 등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데도 참 많이 있네요.
블록버스터는 더 그렇죠.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부터 베트맨, X-맨, 스파이더맨 등이 등장하는 영화는 마블과 DC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원작의 흥행에 힘입어 영화도 흥행 성공
아이들은 원작이 있는 영화라고 하면 더 흥미로워 해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원작을 찾아보기도 하죠.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원작을 찾아보고는 금방 실망하기도 합니다. 원작분량이 너무 많거나 생각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아이가 영화와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종류와 함께 몇 가지 팁을 이야기해 볼게요.
아, 그 전에 잠깐.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주의 사항 두 가지만 말하고 시작할게요.
① 시중에 파는 요약본을 읽히지 말아주세요. 책 제목 앞에 '어린이가 읽는' 같은 문구가 붙으면 의심하고 봐야죠. 책은 제대로 번역된 작품으로 읽게 해주세요.
②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책은 피해주세요. 아이 수준에 맞고 아이가 흥미로워 하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잖아요, 괜히 어려운 책 읽다가 책에 정 떨어져요.
1. 원작을 잘 표현한 영화
기본적으로 원작을 잘 표현한 영화일수록 원작을 먼저 보기를 추천해요. 책에 비해 영화는 더 감각적이기 때문에 책을 보고 영화는 즐겁게 감상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책은 대강 읽거나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예를 들어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이 그래요.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가 같기 때문에 영화를 본 아이들은 책을 잘 읽지 않더라고요. 읽어봤자 영화가 성공해서 나온 영화판 책 정도 읽더군요.
달수씨 덕분에 원작의 어두운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
2. 원작의 일부분으로 만든 영화
그렇지만 <고녀석 맛나겠다>(2011)는 다릅니다. 원작 그림책인 <고 녀석 맛있겠다>(미야니시 다쓰야 지음)가 10권이나 되는데, 이 중에서 일부분을 발췌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와 책 중 어느 쪽을 먼저 봐도 상관없어요. 오히려 영화를 먼저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책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피아노의 숲>(2008)도 비슷한 경우에요. 이시키 마코토가 그린 <피아노의 숲>의 앞 부분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영화를 보고 뒷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만화책을 흥미롭게 보곤 합니다. 물론 만화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그렇긴 하지만요.
아, 감동. 만화책도 완결되었다.
3. 원작과 설정이 달라진 영화
다음은 원작과 전체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설정이 완전히 달라진 영화가 있어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보물섬>을 바탕으로 한 <보물성>(2002)이 좋은 예에요. 원작 <보물섬>은 과거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 <보물성>은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이렇게 배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물이나 사건이 달라지는 좋은 예가 되는 작품이랍니다.
분 류 | 내 용 | 원작 <보물섬> | 영화 <보물성> |
배경 | 시간 | 1700년대 | 미래 |
공간 | 바다 | 우주 | |
인물 | 실버 | 외다리 인간 | 외다리 인조인간 |
애완동물 | 앵무새: 목소리를 흉내 냄 | 모프: 모습을 흉내 냄 | |
조력자 | 리브지: 의사 | 도플러: 천문학자 | |
사건 | 결말 | 실버가 도망을 감 | 짐이 실버를 놓아줌 |
상황마다 다르지만 <보물섬>과 <보물성>의 경우엔 어느 쪽을 먼저 선택해도 좋아요. 참고로 원작 <보물섬>은 300쪽이 넘고 내용도 아동 소설이 아니란 점을 알아주세요.
배경을 미래로 옮겨놓았을 뿐인데.
4. 원작을 언급만 하는 영화
원작 줄거리를 따라가지 않고 영화 속에서 원작을 언급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원작으로 한 <어린왕자>(2015)가 그래요. 한 소녀와 이웃집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소설 <어린왕자>가 액자식 구성으로 들어가 있거든요. 이런 경우엔 원작을 먼저 읽으면 좋아요. 원작을 읽어야 영화가 더 재미있어지고 이해도 잘되는 경우이기 때문이죠.
할아버지가 소설가라는 설정. 원작과 잘 버무려서 만든 수작.
5. 원작을 비틀어서 만든 영화
가끔 원작 내용을 비틀어 만든 영화가 있어요. 패러디라고도 하는데, 이럴 땐 당연히 원작을 먼저 봐야해요. 원작을 모르면 뭘 비틀었는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서양 옛 이야기인 <빨간 망토>를 비틀어서 만든 <빨간 모자의 진실>(2006)이 대표적이에요. 원작을 알고 <빨간 망토의 진실>을 보면 재미가 두 배 이상 돼요. 예를 들어 원작에서 늑대는 분명 나쁜 캐릭터였는데 영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원작을 알면 자기가 생각하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모르고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로 끝나게 돼요.
더 유명한 작품으로는 디즈니 캐릭터를 비틀어서 만든 <슈렉>(2001)도 있어요. <슈렉>은 정통적인 '공주를 구하는 기사' 이야기 내용을 패러디한 영화죠.
빨간 망토 시리즈는 <빨간 모자의 진실>보다 <빨간 망토 차차>(1994).
6. 기타 등등
원작이라고까지 말하기 어려운,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말해주면 재미있어할만한 작품들도 있어요.
인물만 패러디한 영화도 있지요. <샤크>(2004)가 대표적이에요.
영화 <대부>의 등장인물을 패러디한 작품. 대놓고 '로버트 드 니로'아저씨가 나온다.
<겨울왕국>(2014)은 서양 옛 이야기인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했는데, 내용은 전혀 상관이 없더라고요.
또 원작 소설은 없지만 <주먹왕 랄프>(2012)에는 게임 캐릭터가 나와요. 아무렇게나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게임 캐릭터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은 더 신기해하더군요.
소닉, 장기에프, 큐버트, 팩맨 등등등. 마리오는 지못미 ㅠㅜ
영화와 원작을 연계한 수업도 가능할까?
넵. 위에 설명한 <보물성>처럼 원작과 영화를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렇게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는 수업을 한 번 하게 되면 다른 영화나 책에서도 써먹을 수 있죠.
책(또는 국어 교과서 속 문학 작품)을 읽은 뒤에, '이걸 영화로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지 위에서 원작에서 달라지는 설정과 그 이유만 적어도 훌륭한 활동이 될거라고 생각돼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달수라는 캐릭터를 넣어서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고 <보물성>에서는 배경을 바꿔서 요즘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말들었듯이요.
국어 시간에 인물과 배경에 따라 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에요.
*모든 사진 출처는 'naver영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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