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업 준비하기(2) 영화 선택과 준비
영화 수업 준비하기 (2) 영화 선택과 준비
1. 영화 선택
영화 수업을 하기 위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어떤 영화를 선택할 것인가 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영화 선택에 따라 아이들이 집중하는 정도와 학습 목표에 도달하는 정도가 매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영화 선택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를 이야기 해보도록 할게요.
① 내가 좋아하는 영화
교사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좋습니다. 물론 정말 수업에 딱 맞는 영상이 있다면 사용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해 주세요.
이게 의외로 수업에 영향을 많이 끼치더라고요. 아니신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제 경우는 그랬습니다. 내가 그리 재미있지 않은 영화를 보면서 수업을 했더니 흥이 안 났었습니다.
그리 좋아하지 않는 슈퍼맨. 아무리 싱어 흉아라도 별로는 별로. (출처: DAUM 영화)
②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영화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수업을 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기대를 하게 되는데, 너무 재미가 없으면 수업 분위기가 뚝 떨어지게 되거든요.
예전에 인권과 관련한 영화를 자주 보며 수업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아이들과 영화를 보았죠. 그 때 아이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좋은 영화 많이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우리 가끔은 좋은 영화도 봐요."
그 때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 태도가 매우 정중하기도 했
지만, 영화를 너무 교사 취향 또는 '좋은' 영화에만 맞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영화 수업 하면서 아이들 합창은 처음 들어본다. 레릿고~ (출처: DAUM 영화)
③ 때로는 의미 있는 영화
그렇다고 재미에만 촛점을 맞추면 안 되겠죠. 가장 좋은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딱 맞는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교육 과정에도 맞아야하고 아이들 수준에도 맞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는 영화가 좋지만 필요하다면 때로는 재미를 잠시 미뤄두고 의미 있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영화 수업이 '재미'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강조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는 조금 재미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너희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이기에 선택했어."
라고 말해두면 아이들이 받을 재미없음의 충격은 훨씬 완화됩니다.
괜찮은 작품이지만 아이들은 그리 즐거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재미보다 의미를.
(출처: DAUM 영화)
④ 수업과 관련있는 영화
이건 정말 당연한 거죠. 진도 다 나가고 영화보는게 아니라, 수업을 위한 재료로 영화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교육 과정과 수업 목표를 잘 살펴보고 관련있는 영화를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수업과 '관련'이란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 내용이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영화 입니다. 예를 들어 환경과 관련한 수업에선 <투모로우>(2004)를 선택하는 경우 입니다. 주로 도덕, 사회, 과학, 실과, 음악, 미술 등에서 사용됩니다.
다음은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대신할 수 있는 영화 입니다. 주로 국어 교과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등장 인물 사이의 갈등을 찾아보는 수업 목표가 있다면, 국어책에 실린 작품 대신 <프리키 프라이데이>(2003) 등 인물의 갈등이 명확하게 대립하는 영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몸이 뒤바뀐 엄마와 딸. 엄마도 딸도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한 영화. (출처: DAUM 영화)
⑤ 영화 시간이 적절한 영화.
영화 시간이 너무 길면 교육과정에도 부담이 되고 아이들도 힘들어 합니다. 120분 조금 넘는 시간을 최대로 생각하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인터스텔라>(2014) 같은 긴 영화는 아무래도 수업에 사용하기 어렵더라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편 영화도 좋은 대안입니다. 단편 영화를 블로그에 소개한 글을 참고해 주세요(단편 영화 소개 바로가기).
처음으로 봤던 심야영화. 장장 280분동안 영화관에 있었는데 농담이 아니고 공포물인데도 너무 웃겼던 기억만 남았다. (출처: DAUM 영화)
⑥ 더빙과 자막 선택
애니메이션은 더빙판과 자막판이 있습니다.
저학년 일수록 더빙판을 추천합니다. 아직 영화 자막 읽기가 쉽지 않은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고학년에게 자막판을 추천하는건 아닙니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적절하게 선택하면 됩니다.
다만 더빙판 중에는 가끔 중요한 순간에 '저거 뭐라고 하는거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 성우가 아닌 유명 배우가 더빙을 한 경우 이런 일이 생깁니다. 더빙판 최대 단점이라고 할까요?
애니메이션이라고 다 더빙판이 있는건 아니다. <허당 해적단>은 더빙판이 있었으면 하는 영화. (출처: DAUM 영화)
⑦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선택
애니메이션이 좋을지 실사 영화가 좋을지도 생각해볼 문제 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초등학생들에게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등 대형 제작사에서 제작한 작품은 1학년 부터 6학년 까지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는 저학년일수록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여 줍니다. 5, 6학년 학생들에게도 애니메이이션을 보여주긴 하지만 너무 애니메이션만 보여주면 실사 영화를 보여달라는 아이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아이들 수준, 성향, 수업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애니파와 실사파가 나뉘어 싸운다면 짬짜면도 나쁜 선택은 아닐지도ㅋ (출처: DAUM 영화)
2. 영화 준비
영화를 선택했으면 영화를 준비해야 겠죠?
영화 파일을 준비하거나 DVD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저는 DVD를 많이 이용하고 만약 DVD가 없으면 그 때 영화 파일로 준비합니다.
① DVD
DVD가 영화 파일보다 훨씬 비싼데 왜 DVD를 선택하냐고요?
DVD를 제가 사는게 아니라 학교 도서실을 이용하거든요. 때론 원하는 DVD가 없을 땐 미리 신청해두면 됩니다. 사서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웬만해서 사주실거에요.
DVD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파일로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많다는 겁니다.
하지만 DVD는 컴퓨터에서 재생이 잘 안될 때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를 잘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일단 한 번 설정을 잘 해두면 계속 사용할 수 있으니까 그 정도 귀찮음은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② 파일
정말 조심해야 하는게 있는데, 그건 바로 '어둠의 경로'로 파일을 받는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항상 합법적인 '굿다운로드'로 받은 파일을 사용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현행 '굿다운로드' 시스템, 화질, 가격 책정 등 불만은 많지만 그건 그거고 그렇다고 불법을 마구 저지를 수는 없으니까요.
굿 다운로드로 받은 파일은 다양한 저작권 보호 장치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재생할 수 있는 컴퓨터 갯수가 정해져 있다든지, 인터넷 환경에서만 볼 수 있다든지, 외부기기로 이동할 수 없다든지 하는 겁니다.
그래서 집에서 다운 받은 뒤 틀어보고 '아, 되는구나~' 하면 학교에서 낭패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학교에서, 그것도 영화를 보는 장소에서 직접 재생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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