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핑업>: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
서핑업
애쉬 브래넌, 크리스 벅 감독, 2007년
줄거리
내 이름은 코디. 남극 꽁막골에 살고 있지. 어렸을 때 서핑의 전설 빅Z가 내게 목걸이를 줬어. 그 후로 난 빅Z를 동경하며 최고의 서퍼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 그런데 엄마랑 형은 나를 무시하기만 하는 거야. 어느 날 나는 ‘신인 발굴 투어’에 참가해서 ‘빅Z 추모배 서핑대회’가 열리는 펭구섬에 도착했어. 거기서 구조대원 라니에게 반해버렸지. 그런데 죽은 빅Z를 무시하는 탱크(애는 서핑대회 9회 연속 우승자야)에게 화가 나서 다짜고짜 대결을 신청했어. 결과? 처참하게 패배하고 목숨까지 위험하게 돼. 다행히 정글에 은둔하는 아찌의 도움으로 목숨은 구하게 되지만 자신감 넘치던 나는 절망에 빠져 버렸지 뭐야.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긴 거 있지. 아찌가 바로 죽은 줄 알았던 빅Z라니! 빅Z는 살아있었던 거야! 난 빅Z에게 서핑 하는 법을 배우게 됐어. 물론 내가 자존심이 강해서 빅Z와 싸우기도 했지만 정말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지. 그러면서 빅Z가 죽은 척 한 이유도 알게 됐어. 그리고 드디어 대회 날, 난 탱크를 이기고 대회 우승컵을 가져갈 수 있을까? 그리고 빅Z는 나를 보러 대회에 와줄까? (아니! 넌 우승 못해~) |
'실화'라고? 실제로 영화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출처: DAUM 영화)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
1. 들어가기
<서핑업>에 나오는 주요 서퍼들은 승부에 집착하는 인물들이 많아요.
일단, 주인공 코디. 형에 대한 열등감, 부모에 대한 애정 결핍으로 우승에 대한 열망이 이글거리죠.
다음은, 죽은 줄 알았던 전설의 서퍼 빅Z. 오죽 우승에 집착했으면 우승 못하느니 죽은 척 하겠다고 생각했겠어요.
마지막으로, 현 최강자 탱크. 그런데 애는 트로피 성애자에요. 트로피랑 막 연애하고 그런 애죠.
이렇게 승부에 집착하는 인물들로 가득한 영화. 그래서 오늘은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특히 스포츠와 관련해서요.
살짝 연애하는 내용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패쓰~ (출처: DAUM 영화)
2. 얻는 것과 잃는 것
학교에서 아이들과 운동을 하다보면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아이들이 있죠? 자기 소개하라고 했더니 ‘난 지는 게 죽는 것 보다 싫다’고 쓰는 아이도 있어요. 피구나 축구 경기를 하는데 다른 친구가 조금만 실수해도 짜증을 부리고 소리를 지르는 부류들이죠. 이게 반별 대항 경기라면 그 정도는 100배 더 심해지죠.
처음에는 운동도 잘하고 리더십도 발휘하는 그 아이에게 학급 아이들이 호감을 보이다가 이내 ‘안티’들이 생겨나요. 왜냐하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우승 못 하는 거보다 내게 짜증내는 걸 더 싫어하거든요. 아이들은 경기 끝나고 수군대요, 경기하는데 지나치게 ‘감독질’ 한다고요. 결국 이 아이는 설사 우승을 했다 하더라도 인심을 잃어버리게 되죠.
또 어떤 부류는 '입축구'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자기는 못하면서 소리만 빽빽 지르는 부류죠. 우리 편이 골 먹으면 같은 편 친구들에게 온갖 비난을 다 퍼부어요.
우승만 바라보고 달려가다보면 영화 속 인물들처럼 친구가 없게 된다고~ (출처: DAUM 영화)
3. 코디의 친구들
이렇게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와는 따로 상담을 해요. 먼저, 승부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못박아두고 이야기를 시작하죠.
하지만 그 승부를 향한 욕구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한다는 말을 해요. 그 소중한 것이란 ‘친구’를 뜻하죠.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경기하다가 자기한테 신경질 내면 그 친구를 멀리하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평판도 안 좋아지죠. 그런데 이 아이들은 생각보다 평판에 신경 안 쓰는게 문제예요. 막상 자기가 고립되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끼겠지만요.
저는 '치킨 조'라는 캐릭터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치킨 조는 어쩌다 주인공 코디와 친구가 되는데 코디를 참 아껴주죠. 치킨 조는 굉장히 태평한 친구에요.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치킨 조는 큰 서핑 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하기 보다는 사라진 코디를 찾아 나서요. 이유는 단순하죠. 코디를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영화 내내 치킨 조가 가장 많이 한 말(대사)는 뭐였을 것 같아요? 저도 세어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코디를 애타게 찾으며 외친 한 마디, ‘코~디~’였을 거에요.
코디는 빅Z와도 친구가 되죠. 빅Z와 코디는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요. “난 한동안 길을 잃었었지. 그런데 내 친구 코디가 돌아갈 길을 가르쳐 주더군.”, 그러자 코디는 “그동안에 나는 기막힌 경험을 했어요. 아찌(아찌는 빅Z의 애칭)요? 아마 그보다 더 좋은 친구는 평생 못 만날 거예요.”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코디가 끝까지 승부에 집착했더라면 탱크로부터 치킨 조를 구해내는 감동적인 장면도, ‘빅Z’라는 좋은 친구도 만나지 못했을 거에요.
(뒤에서 부터 앞으로) 빅Z, 치킨 조, 코디 (출처: DAUM 영화)
4. 좋은 경험
유난히 승부에 집착하는 남자 아이들이 많았던 6학년 학급을 맡은 적 있었어요. 그 아이들과 ‘승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며 1년을 보냈죠. 그리고 교내 스포츠클럽 대회에서 친구들에게 짜증 대신 ‘괜찮아’, ‘힘내자’를 외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어요. 저 감성적이죠? 그런데 그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데요.
결과요? 영화처럼 ‘2등’을 했어요. 하지만 영화처럼 2등을 했어도 행복한 아이들은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요.
승리와 친구. 말로는 친구가 소중하다고 하지만 툭 뱉으며 나오는 비난이 난무하는 운동장. 한 번에 고쳐질리 없죠, 자기 스스로 진짜 납득해야하고 '좋은 말' 하는 연습을 반복한다면 긴 시간 동안 바뀌어 갈 수 있어요.
스포츠도 좋은 친구와 함께 해야 더 즐겁다. (출처: DAUM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