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라따뚜이> 요리 예찬
라따뚜이
브래드 버드 감독, 2007년
출처: DAUM 영화
줄거리
요리에 천재적인 감각을 가진 레미. 하지만 레미는 쥐라는 이유로 요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러던 레미는 우연히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링귀니(사람)를 만나게 된다. 레미는 링귀니가 요리를 하도록 조종하고, 링귀니는 레미 덕분에 레스토랑에서 인정받는 요리사가 된다. 하지만 링귀니를 시기하던 레스토랑 수석 요리사는 링귀니와 레미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다. 거기다가 미식가로 유명한 요리 칼럼리스트까지 링귀니를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과연 레미와 링귀니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요리 예찬
1. 들어가기
요리란 건 참 묘해요. 매일 만들어 먹으려면 귀찮고 힘든 게 요리인데 오랜만에 ‘한 번 해볼까?’하는 사람에겐 기분 전환 혹은 여가 활동이 되기도 하거든요.
교실에서도 그래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가 ‘요리 실습’이거든요. 물론 급식 니네가 만들어 먹어~ 그러면 요리를 싫어하겠지만요. 만들고 나서는 재료 다듬고 칼질하고 소스 만들고 굽고 주변 치우고 장식하고 음식이 ‘짠’ 하고 나온 뒤 아이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심사평을 기다려요. 마치 <라따뚜이>에서 심사평을 기다리는 요리사의 마음 처럼요.
2. 왜 요리인가?
그럼 요리가 교육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떤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먼저, 창의성이에요. 요즘 교육이라면 개나 소나 여기 저기 창의성 붙이는데 이건 진짜에요. 처음에는 교과서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가 조금씩 자유를 주면 정말이지 엄청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걸 만든 아이 자신도 자기가 만든 요리보고 놀란다는 거에요. "선생님, 제가 생각해도 정말 맛 있어요" 하면서요.
이러면서 미적 감각도 자연스럽게 길러지죠. 아이들이 만든 요리 맛에 놀라기도 하지만 때로는 데코레이션 센스에 놀라기도 해요.
또 분위기만 조금 맞춰지면 굉장한 모둠 협업이 일어나요. <라따뚜이>에서 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요리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 장면 이상으로 척척척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경험은 아이들에겐 신비한 경험이 되기도 해요.
이거 반 전체가 한 번 경험해 봤는데 정말 놀라웠어요. 그런데 다신 안 할거에요. 왜냐하면 너무 힘들었거든요ㅋ 3시간 동안 요리, 서빙, 돈 계산, 호객홍보, 뒷 정리 등등을 하고나서 한 시간 동안 아이들 모두 쓰러져 잠들었어요.
그뿐 아니에요, 요리란 ‘융합’ 능력을 필요로 해요. 한 때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도 스팀(STEAM) 열풍이 분 적이 있었는데 쉽게 말해 ‘융합 교육’ 교육이예요. 그런데 스팀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요리야 말로 정말 융합능력을 길러줘요. 냉장고에 주어진 재료를 다양하게 융합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주변 사람을 보면 그 센스에 깜짝 깜짤 놀라요.
주인공 쥐 ‘래미’가 그저 후각만 예민한 쥐였다면 그저 그런 요리사였을 거에요. 하지만 래미는 다양한 재료를 맛있게 합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또 그 능력을 계속 계발해 나갔기 때문에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었을 거에요. 즉, 래미에게는 융합이라는 재능이 있었던 거에요.
이렇게 요리는 창의성, 미적 감각, 협업능력 그리고 융합 사고력까지 다양한 능력이 필요한 종합 예술이에요. 제가 요리 예찬론자도 아닌데 말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3. 허기 진 배를 채울 무언가가 필요해
좋은 요리 영화를 보고나면 위장이 텅 빈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라따뚜이>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가족끼리 모여 요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처음엔 아이가 조금씩 도와주는 역할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어 보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자기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뿌듯하고 행복해하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아이가 만들 줄 아는 요리가 라면밖에 없다면 그냥 라면부터 시작해도 좋아요. 라면도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한 가지 요리에만 멈춰있지 말고 죽, 콩나물국, 볶음밥, 카레라이스, 스파게티 등 다양한 요리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나가면 아이는 자신감도 쑥쑥 자라날 거예요.
만약에 아이가 요리 만들기를 무서워한다면 구스또가 한 말을 아이에게 한 번 더 해주세요. “Anyone can cook”
<라따뚜이> 실사 영화가 나온다면 절대 안 볼 것임. (출처: DAUM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