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 리더쉽만 있는 게 아니에요.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 리더쉽만 있는 게 아니에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씨네21. 역시 책 읽는 그로밋. (출처: DAUM )
줄거리
채소는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마을이 있어요. 이 마을에서는 당연히 채소를 먹어치우는 토끼는 골치 덩어리겠죠. 여기서 월래스(사람)와 조수 그로밋(개)은 토끼 잡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잡은 토끼는 죽이지 않고 집에 가두어 두기만 해요. <슈퍼 채소 경연대회>가 다가오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이 대회에 출품할 슈퍼 채소들을 거대 토끼가 먹고 도망가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거대 토끼를 잡아달라고 월래스에게 부탁을 하죠. 그런데 그 토끼는 월래스가 발명한 기억제거장치로 토끼와 생각이 바뀌게 된 월래스 자신이었던 거예요.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 아니 토끼인간으로 변해 마을 사람들의 채소들을 먹으며 다녔던 것이었죠. 드디어 <슈퍼 채소 경연대회>가 열리게 되고 마을 사람들과 사냥꾼은 거대 토끼를 죽이려 합니다. 과연 월래스는 자기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네) |
1. 리더와 조력자
일을 하는데 있어서 사람 성향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한 부류는 앞에 나서서 일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부류죠. 이 부류를 우리는 ‘리더’라고 불러요.
그리고 다른 한 부류는 그 리더를 이해하고 도와주고 챙겨주는 존재에요. 이 부류를 ‘조력자’라고 불러요.
그런데 리더든 조력자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해요. 둘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리더는 나서지 않으면 답답해해요. 하지만 오히려 조력자는 나서면 불안해하죠. 리더가 무대 위 주인공 이라면, 조력자는 무대 뒤 스탭들이에요.
월레스와 그로밋을 볼게요. 월레스는 전형적인 리더에요. 나서기 좋아하고 말하기 좋아하죠. 그로밋은 그 반대에요. 개가 말을 못하긴 하지만 말 한 마디 없어요. 영화에서 보이는 그로밋은 월레스보다 더 침착하고 이성적이며 판단력이 좋아요. 하지만 결코 나서지 않죠. 그저 월레스를 조용히 도울 뿐이에요. 사실 그로밋 없는 월래스를 상상하기란 끔찍하죠. 아니, 하루도 못가서 월래스의 모든 일이 엉망진창 될 거에요.
2. 내 아이는 누구인가?
그런데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리더가 되기를 바래요. 반장이 되기를 바라고 회장이 되기를 바라죠. 다른 친구들을 이끌고 다니길 바라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언권이 강한 아이기를 바래요. 우리 아이가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기를 바라세요? 그런데 아니면 어쩌죠? 아이를 바꿀 건가요?
예전에는 오직 ‘리더’에만 주목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해요. 사람은 기질이라는 것이 있어서 자기 기질에 맞는 일을 해야만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고 일도 훌륭하게 해낼 수 있거든요. 또 어떤 일이 잘되려면 훌륭한 리더도 필요하지만 훌륭한 조력자가 없어서는 안 되겠죠. 즉, 리더쉽(leadership)과 팔로우쉽(fellowship)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급인 거죠.
저는 영화를 보고 아이와 팔로우쉽이라는 이야깃거리로 대화를 나누기 좋다고 생각해요.
3. 이야기 나누기
리더 성향인 아이는 대체로 조력자가 눈에 보이지 않아요. 자기가 계획하고 자기가 주도적으로 실행해요. 그래서 과제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뿌듯해하고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이런 아이에게 그로밋의 존재를 알려주세요. 일은 혼자 잘나서 할 수 없다고 말해주세요.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훌륭한 조력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도 함께 말해 주세요.
조력자 성향인 아이에게는 용기를 주세요. 리더가 강조되는 세상에서, 비록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더라도 조력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훌륭한지 알려주세요. 영화를 보았다면 다 알만한 질문이지만, 거대 토끼 사건을 해결하는데 누가 가장 큰 공로를 세웠죠? 당연히 그로밋이죠. 그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월레스의 애인 레이디 토팅턴은 영화 끝에서 황금 당근을 그로밋에게 줍니다.
학교에서도 이제 더 이상 ‘리더쉽 캠프’만 강조하지 않았으면 해요. 리더가 되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 같아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팔로우쉽 캠프’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4. 자기 성향을 넘어선 경험
편의상 사람을 리더 성향과 팔로우 성향으로 나누긴 했지만 사실은 이게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리더 속에 팔로우쉽이 숨어 있기도 하고 조력자 속에 리더쉽이 숨어 있기도 하거든요. 물론 나이가 들고 일을 하면서 리더 성향과 조력자 성향이 조금 더 짙게 나타나긴 하죠.
하지만 리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항상 리더 역할만 할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조력자 성향을 가지고 있어도 때론 리더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자기 기질을 파악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성향을 넘어선 경험을 해보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즉, 자기 성향을 찾아가는 가운데 리더와 조력자 모두를 경험하게 하자는 거죠. 결국, 리더를 잘 아는 조력자가 그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고, 조력자를 잘 아는 리더역시 그 역할을 더 잘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