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샤크

708호 2015. 12. 13. 23:48

샤크

2014, 비보 베르즈롱 / 비키젝슨 / 롭 레터맨 감독

나쁜 놈들 전성시대. 왜냐고? 아래 내용을 보세요~

출처: DAUM 영화




내 맘대로 상상극장  그냥 내 마음대로 상상해 봅니다. 영화 제작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의 성공 스토리


 요즘은 성공하려면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노래만 잘하고 일만 잘하면 됐지 왜 그 사람 집이 가난하니, 부모님이 아프시니 같은 인간극장을 찍고 있을까? 시청률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든 취직을 하든 자기 소개서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자기 소개서와 관련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라'다.


 그래서 '자기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매체에 등장하면 삐뚤어진 나는 의심 먼저 해본다.


 '그 이야기 정말이야?'



 <샤크>는 상업적으로 그리 성공한 작품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보기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재미도 있고 '거짓말을 하지 마라' 라든지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같은 교훈도 적절하게 들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려는데,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 그래서 마음에 걸리는 내용과 내 빈약한 상상력을 더해 주인공 오스카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미안. 내가 삐뚤어져서 그래.

출처: DAUM 영화


 

<샤크>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 가난한 시절. 사채, 도박. 죽을 뻔함.

: 우연한 기회에 큰 성공을 거두지만 그것은 부정한 방법(대중에게 거짓말)이었다.

: 거대한 악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킨다. 하지만 반성. 솔직하게 잘못을 대중에게 털어놓고 용서를 구한다.

: 가난한 시절부터 자신을 위해주던 여자와 결혼. 더이상 화려한 일을 하지 않고 아버지가 하던(그리고 자신이 가난한 시절에 일하던) 일을 하는 사업에 뛰어든다.


 자, 이야기가 좀 나온다. 마치 잘 쓰여진 자기소개서 같다. 아니, 잘 쓰여진 TV 프로그램 대본 같다.


 내 의심은 기-승-전-결 중 '전'에서 시작됐다. '오스카'는 카메라 앞에서 대중들에게 솔직히 고백한다, 다 뻥이었다고. 대중들은 잠시 동요하지만, 이내 오스카를 동정하고 오히려 오스카의 솔직함을 치켜세운다. 그런데 대중이 이렇게 어리석을까?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는 영웅이라는 거짓말을 댓가로 커다란 부를 축적했다. 아무리 잘못을 고백했더라도 대중이 그를 그렇게 쉽게 용서할까? 그래, 대중이 그렇게 멍청할리 없지. 그럼? 대중을 속일만한 치밀한 각본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이 시작되자 내 머릿속에서 삐뚤어진 상상이 시작됐다. 

 사실, 이런거 아니었을까?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


 이 영화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가 만든 영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만들고 제작한건 다른 사람인데 이 사업가는 그냥 '후원'만 했을 뿐이다.

 사실 영화는 TV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왜 하필 애니메이션일까? 그래야 아이들이 보러 오기 때문이다. 젊은 사업가는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내게 '표'를 줄 것이다. 갑자기 뜬급없이 '표' 얘기 냐고? 글쎄, 글을 찬찬히 읽다보면 알겠지.


 어쨌거나 다큐멘터리 내용이야 위에 적은 '기승전결' 내용과 같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진실이 뭐냐고?


 젊은 사업가는 한 때 국민적 영웅이었다. 하지만 자기가 한 말들이 모두 거짓말로 드러날 위기에 처했다. 몹쓸 기자 한 명이 그의 인생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자기 인생을 건 대국민 반전쇼를 기획한다.



기획된 대국민 기자 회견


 평소 자신과 친분이 있던 대형 언론사에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그리고 눈물로 호소한다, 국민 여러분 뻥쳐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 이 여자랑 결혼할래요.

응? 여기서 왜 여자가 나오지? 본래 드라마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먹어주기 때문이다. 그럼 이 여자가 어떤 여자냐고? 자기가 힘들 때부터 자기를 도와왔던 '서민' 여자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둘. 먼저, 오래전부터 자신을 돕고 사랑해주던 여자라는 거. 심지어 나는 이 여자가 준 보석을 도박으로 날려버린 몹쓸 놈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나를 끝까지 믿고 내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라고 하면 우와 저 여자 정말 괜찮은 여자네 생각이 든다. 방황하던 나는 결국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그 여자와 결혼하기로 약속. 오, 이 남자 정신 차렸네, 생각이 든다.

 다음 주목할 부분은 '서민'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나라 드라마, 재벌 2세 또는 엄청 잘나가는 남자가 별볼일 없는 평범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 발에 채이도록 많다. 자, 그런데 이게 현실로 일어난다면? 오스카는 국민적 영웅이라고 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서민 여자와 결혼한다고? 꺄, 내 일은 아니지만 너희들 진심을 축하해 줄게. 이렇게 되는거다.


거짓말은 사라지고 멋진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라에는 앓는 이가 있었다. 바로 조직폭력배 문제. 그런데 이 젊은 사업가는 기자 회견장에 조직폭력배 두목과 아들을 참석시킨다. 그리고 둘을 화해시키는게 아닌가? 그리고 두목은 마이크를 잡고 말한다. 나, 이 나라에서 나쁜짓 안할거야.

 이야, 이거 참 대단하다. 경찰도 못하던 일을, 대통령도 못하던 일을 젊은 사업가 한 명이 해낸 것이다. 사람들은 열광한다. 환호한다. 이건 뭐 2002년 히딩크 감독과 비교도 안 되잖아. 그는 진정한 영웅이 된다.

 그러나 예상 했듯이 '짜고치는 고스톱' 이었다. 조폭 두목과 아들 그리고 오스카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그런데 왜 조폭은 오스카에게 협력했을까? 그건 신분 세탁 때문이었을거다. 착한 이미지 만들기.

 공포의 대상이자 골치거리였던 범죄 문제까지도 해결해준 이 젊은 사업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제 기자 회견 이 후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



기자회견 이 후의 삶


 이 젊은 사업가는 이렇게 대국민 쇼를 마치고 고래 이빨을 청소하는 일을 하게된다. 가난하던 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노동하던 그 일을. 그런데 아버지와는 다르게 오스카는 사업주가 되어 있다. 그는 미디어에 자본을 대고(고래 옆에 광고판을 만든 장면을 기억하자), 그 전보다 더 큰 성공을 하게 된다.


 오스카가 살던 팬트하우스에, 영화 마지막에 미친 가재가 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어? 왜 이 가재가 살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든 상상. 사실 가재가 이 부동산을 소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유주는 오스카. 그래서 정신이 조금 이상한 가재를 그 곳에 살게 한 것 아닐까?



 자, 이제 '미래' 이야기를 알려줄 때가 되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


 먼저, 샤크 일당은 어떻게 되었을까?

 샤크[각주:1]는 어딘가에서 나쁜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저 오스카가 사업하는 산호초에서만 그 짓을 안할 뿐이지. 그런데 그건 모를 일이다. 그냥 자기가 안한다고 했을 뿐이지, 어디서 어떻게 나쁜짓을 하는지 그건 모를 일이다. 또 나쁜 짓하다 걸리더라도 '그건 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퉁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 샤크 일당이 우리 나라에서 나쁜 짓을 안하네? 왜냐고? 샤크 일당 후개자(아들 레니)가 오스카랑 막역한 친구 사이거든.


 악을 악이라 말하지 않고 그저 내 앞 마당만 안전하면 된다는 대중들과, 악과 결탁해서 마피아의 이미지를 선하게 만든 후 자기는 자기대로 돈을 벌어들이는 주인공. 누가 더 잘못한 걸까?


 미래, 오스카는 어떻게 될까?

 사업은 더 번창할 것이고 마피아들과는 더 친하게 지낼 것이다. 샤크 일당과 오스카는 자기들만의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서로 돈을 벌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오스카는 선거에 출마해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게 된다( 이즈음, '오스카 주'라고 해서 오스카와 관련한 주식이 굉장히 뛸 거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영화가 만들어진다. 자신을 모델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제목은 뭘로 할까? 내 이름을 따서 만들까? 아니지, 그럼 너무 티가 나. 그럼? 실제 주인공은 나지만 제목은 내 든든한 '친구들' 이름을 내세우자, 상어. 상어? 조금 글로발하지 못하네, 영어로 '샤크'라고 하자. 뭐, 이런 과정을 거쳐서 기획된다.


 오스카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통령이 아닐까? 그럼 우리 나라는? 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캐릭터, 오스카의 잘못을 파헤치던 기자A의 미래.

 기자 한 명이 '저 새끼 사실 나쁜놈'이라고 외쳐봤자 소용없을거다. 오히려 그 기자가 언론에 '나쁜 놈'으로 매장되겠지. 적당히 하라고, 지겹다고. 마녀사냥 하지 말라고,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주머니 있냐고, 너는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냐고 하겠지.


그러겠지.


끝.







  1. 악당으로 묘사되는 마피아. 얼굴에 찍힌 점까지 <대부>의 로버트 드 니로를 패러디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