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림책 수업

[양성평등] 돼지책

708호 2015. 11. 25. 23:15

돼지책

글/그림: 앤서니 브라운

번역: 허은미

웅진주니어

 

사회, 실과 등 > 양성평등

 

아, 이런 겉표지라니. 너무 좋다.

 

 

너네도 이러니?

 

 유럽 친구들은 양성평등이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돼지책>을 읽고 굉장히 놀랐어요. 아, 이 친구들도 이런 진상들이 있구나.

 

<미움 받을 용기>에서는 이럴 때 콧노래를 부르며 설거지하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나마 우리나라 양성평등에 대한 상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죠. 우리 동네 분리배출 하는 날에는 대부분 남자들이 나와요. 또 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열심히 가정일 하는 남자들도 꽤 있더라고요.

 

콧노래 불렀다고 이렇게 될 거면 진작 다 해결 됐겠지, 쳇.

 

어쨌거나 <돼지책>은 양성평등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양성평등은 뭐니 뭐니 해도 가정에서 시작하니까요.

 

 

 

이제부터 진짜 시작~

 

 초등학교 1, 2학년이라면 <돼지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양성평등 교과서죠. 그렇지만 그 이상이라면 <돼지책>을 시작으로 조금 더 깊고 넓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여기서는 이 '조금 더 깊고 넓은 이야기'를 간단하게 툭툭 건들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사회

 

 사실 양성평등이란 게 가정에서 끝날 일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선 호주제를 2008년이나 되서야 폐지했으니까요, 아무리 가정에서 양성평등을 외쳐본들 2008년 이전엔 여성의 실제적인 권한이 작을 수밖에 없었겠죠.

지금은 여성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민주주의가 발전됐다는 미국에서조차 여성들이 투표할 수 있게 된 건 100년도 안됐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가가 참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여자와 남자의 월평균 임금을 보면, 이 사회에서 여자가 얼마나 약자인지 알 수 있어요.

 

 

 출처: 시사in(418호,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의 '탄생'), 통계청

 

 

 이처럼 가정에서 아무리 평등해도 사회에서 평등하지 못하다면 진정한 평등이라고 할 수 없어요.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분명하게 하고 넘어가야죠.

 

 하지만 교과서에는 남녀 고용 평등 실현, 여성의사회 참여 확대, 호주제 폐지 등 우리나라가 양성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사실도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2. 인식

 

 

 위에서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지 미국도 100년이 안됐다고 했었죠? 이렇게 제도가 인식을 바꾸기도 합니다만(물론 여성 참정권 인정에는 수많은 '의식'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요) 제도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인식이 바뀌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면,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남자 성을 붙여주는 거예요. 그렇잖아요, 같이 낳았는데 왜 아무런 고민 없이 남자 성을 붙여야 하는 걸까요? 물론 법적으로 여자 성을 따르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건 그저 '가능할 뿐'이에요. 만약 여자 성을 아이에게 붙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주위 어른들은 난리가 날 거에요. 심지어 여성 쪽 가족들도요. 물론 아닌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너무 소수라서 대다수 우리나라 사람들 인식은 아이는 남자 성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학교에서 아이 성이 아빠와 다르고 엄마와 같다면, 주위 부모님들은 엄마가 재혼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예요.

 남성과 여성,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느냐를 내게 묻는다면, 여성의 성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왜냐고요? 아이는 100% 여자 배에서 나오니까요. 드라마 보면 남자들이 나와서 '이 애가 누구 씨냐?'면서 난리 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죠?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여자 배에서 아이가 나왔다는 거잖아요.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치마에 대한 이야기에요. 치마가 때론 불편할 때도 있지만, 여름에는 참 시원해요. 그럼 남성이 여름에 치마를 입으면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게이라거나 정신병자란 소리를 들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러면 안 되나요?

 얼마 전에 중학교를 졸업한 제자 중에 중학교 3년 내내 바지 교복을 입고 다닌 여자 아이가 있었어요.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여자가 바지를 입어서 멋진 게 아니라, 주위 인식을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 있게 3년을 지낸 모습이 멋있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여성에게 바지와 치마를 모두 허용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돼요. 하지만 남성에게는 바지만 허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점은 아쉬워요.

 

 마지막 예는 육아휴직이에요. 하지만 아이들은 육아휴직에 대해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그냥 언급만하고 넘어갔어요.

 

 

서서히 주변이 돼지로 변해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3.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양성평등을 주제로 수업할 때면, 남자 아이들에게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여자는 왜 군대 안가요?"

 

그럼 남자 아이들이 웅성거리죠. 맞아, 맞아. 이건 양성평등이 아니잖아.

 

 저는 이런 질문에 '싸우지 말자'고 대답해요.

남자들이 군대 가기 싫다고 여자들까지 같이 가자고 하지 말자고요. 너희 누나, 여동생, 딸들도 군대를 가야 할 텐데, 꼭 여자들 물고 늘어져야 겠냐고요.

 내가 안 좋은 일을 겪는다고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어요. 예를 들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군체계가 바뀐다든가 하는 거요.

 그리고 돈 많아서 군대 안 보내는 사람들을 잘 감시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덧붙이죠.

 

 

이야기 속에서는 통쾌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대방을 이렇게 무릎 꿇리지 말자고.

 

 

 

4. 교과서 비평

 

 저는 아이들에게 늘 모든 것을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말하곤 해요. 교과서도 믿지 말고 선생님말도 믿지 말라고요.

그리고 비난과 비판을 꼭 구분하라고 하죠.

또 논리적인 근거 + 더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한 애정 어린 마음을 가지고 비판하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교과서를 비판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단원 주제가 양성평등이니까, 당연히 양성평등에 대한 비판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 교과서(2015년 8월 15일 발행),

'성 역할의 변화와 양성평등 사회' (70쪽~81쪽까지)

 

 

① 항상 남자가 먼저 언급된다.

 

 교과서에는 17곳에서 두 성별이 함께 서술됐습니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 남녀등의 표현으로 모두 남자가 먼저 나와요.

  

 

 쪼잔 하게 이런 거 가지고 시비 거냐고 할 수 있지만, 어떤 말이 먼저 나오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것을 부르는 사람이던 듣는 사람이던 모두에게 먼저 나오는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중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중일 정상회담' 이라고 표현하지 '중일한 정상회담'이라고 표현하지 않죠. 그건 한국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자기 나라를 가장 앞으로 넣겠지만요.

 또 2002년에 열린 한일 월드컵은 일한 월드컵이 아니죠. 한국을 앞에 넣는 대신 일본에게 결승전 장소를 양보했었을 만큼, 어느 말을 앞에 넣느냐는 중요한 문제 입니다.

 

 

② 예시나 삽화에서도 남자가 먼저 나온다.

 

 예시나 삽화 등에서도 남자가 먼저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삽화 뿐 아니라 성차별과 관련한 속담에서도 남성 사례가 위에 있고 여성 사례는 아래 있습니다.

 이런 순서도 조금 더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③ 치마는 그만 입히자.

 

 교과서에 치마 입은 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동네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지금까지 가르쳐본 학급에서 여자아이들, 저렇게 죄다 치마 입지 않았다고요.

 치마를 안 입히면 여자라는 사실을 모를까봐 저렇게 그릴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발 '여자 = 치마'라는 그림 공식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4명 모두 치마. 그건 그렇고 여자들 신발은 몽땅다 붉은 계통. 이게 양성평등 단원이라니.

 

 

 이렇게 3가지 정도로 비판을 하긴 했습니다만, 누군가는 동의하지 못 할테고 또 누군가는 고개를 끄떡일 것 같습니다. 또 글을 다시 읽어보니 참 몹쓸 교과서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내용도 많이 들어있답니다.

 

 교과서 비평과 관련한 마지막 내용으로 시험 이야기를 할게요.

 

 

④ 시험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하겠지만 마지막으로 서술형 시험문제를 '교과서 비평'으로 내보는 건 어떨까요?

 양성평등 단원이 있는 교과서를 보고(네, 교과서 보고 시험 보는 일명 '오픈 북 테스트' 입니다) 양성평등과 어긋나는 상황을 찾아내라는 문제를 내는 거죠. 서로 토의하고 토론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시간 배분은

생각 25분(혼자 찾아보기 5분 - 모둠끼리 의논하기 10분 - 학급 전체 의논하기 10분) 후에

자기 언어로 글을 쓰는 시간을 15분 주면 될 것 같습니다.

 

 시험 문제는 서로 이어지는 두 문제 정도로 합니다.

 

1. 교과서 ㅇㅇ을 보고 양성평등 의식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 서술하시오.

 

2. 1번 문제를 바탕으로 양성평등에 대한 자기 생각을 서술하시오.

 

시험시간: 모둠끼리 의논

 

시험시간: 학급 전체 의논

 

 

 

중요한 것

 

 처음엔 <돼지책>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적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 민감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있고요.

 

 양성평등도 마찬가지 입니다. 무심코 어떤 상황을 보았을 때 '어?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민감성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요? 여전히 고민입니다. 나조차도 민감하지 못한데 아이들에게 어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을까 반성도 많이 하게 되는 부분이 '인권'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참으로 멀게 느껴집니다. 

 

 

 

돼지 1,2,3호 태우고 가실 건가요? 아니면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