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둑을 잡아라

708호 2015. 10. 1. 00:26

도둑을 잡아라 (박정섭 글, 그림  /  시공주니어)

 

 

 

불친절한 그림책, 도둑을 잡아라

 

 

 

 

 

 

 이 그림책은 불친절한 그림책 입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불친절한데 왜 좋아하냐고요? 생각할 거리와 상상할 거리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림책 첫 장면은 도둑이 도망을 가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끝 장면은 도둑이 붙잡히고 끝이 나지요.

 

 

 

 그런데 뭐가 그렇게 불친절하냐고요?

그건 누가 도둑인지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저 용의자들만 주욱 보여줄 뿐이에요. 마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처럼요.

 

 

그렇다면 절름발이가 범인?

 

 

과연 이 중에 누가 범인일까요?

 

 

 

 이제부터 그림책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스포일러 그 자체에요.

일단 그림책을 보시고 범인을 추측한 다음 아래 내용을 봐 주세요.

 

 

 

 


 

 

 

범인 먼저 밝히고 시작할게요.

 

다시 한 번 경고!

 

책을 읽지 않고 아래 내용을 보면 책에 대한 재미가 100배는 떨어져요. 꼭 책 읽고 아래 내용 보세요ㅋ

 

 

 


 

 

 범인은 누구일까요?

 

 범인 찾기는 의외로 쉬워요. 중요한 힌트가 2가지나 있거든요.

 

 

 먼저, 첫 장에 힌트가 있어요. 바로 범인 신발에 있죠.

 

 

 

 

다음 힌트는 마지막 장에 있어요. 범인과 함께 끌려가는 '개' 보이죠?

 

 

 

 

 이제 범인을 아시겠어요?

 

 

 

 

 그런데 개는 왜 잡혀가는 걸까요? 범인이랑 같이 다녔다고 개까지 잡아가나요? 궁금증은 글을 읽다보면 풀 수 있습니다.

 

 

 이제 범인을 찾았으니 끝일까요?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랍니다. 범인이 어떻게 도망쳤는지를 살펴보려면 그림책을 처음부터 다시 보아야 해요.

마치 범죄의 재구성이라고나 할까요?ㅋ

 

참고: 이 글을 읽을 때 그림책을 옆에 펴놓고 글을 읽으면 더 좋아요.

 

 

 

 


 

 

 

범죄의 재구성

 

 

범인이 있으면 목격자도 있겠죠?

피해자 아줌마를 제외하고 목격자는 네 명 입니다. 모두 아이들이죠.

 

 

1번 목격자 진술

 

"음, 아주 촌스러운 빨간 안경을 끼고 봉 치과 쪽으로 가던걸요."

 

 

목격자 진술이 나오고 책장을 넘기면 이런 그림이 펼쳐진다ㅋ 모두가 빨간 안경을 쓰고 있다.

 

 

 

 잘 찾아보면 범인이 보입니다. 열심히 도망가고 있죠?

그런데 개가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요?

 

 

개한테도 안경을 씌어 놓은 작가의 센스

 

 

  캡쳐 화면에선 짤랐지만 개는 누군가를 쫓아가고 있는 거에요. 누굴까요? 그리고 왜 쫓아가고 있을까요? 직접 책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범인이 어떻게 안경을 구했는지 알 수 있는 힌트도 잘 관찰하면 알 수 있답니다.

 

안경이 사라져서 화들짝 놀라는 안경가게 주인. 누가 안경을 훔쳐간거야?

 

 

 

 

2번 목격자 진술

"아, 번쩍번쩍한 치아 교정기를 끼고, 미래 이용원 쪽으로 뛰어가는 걸 봣어요."

 

 다음 장을 넘기면 '치아 교정기'를 착용한 사람들로 가득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범인은 뭐하고 있을까요? 찾으셨나요?

찾았다면 개가 그렇게 열심히 뛰었던 이유도 찾으셨겠군요.

 

장미꽃 어디다 쓸거니?

 

 

보이나요? 대놓고 '힌트'라고 써져 있는 부분. 역시 신발이 힌트였군요.

 

 

 

 

3번 목격자 진술

"아, 파리도 미끄러질 만큼 번들번들한 대머리 아저씨요? 명주네 양복점 쪽으로 가는 걸 봤어요."

 

 이번엔 대머리가 힌트네요.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기면 여지없이 번들번들 대머리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범인은 어떻게 도망가고 있을까요? 찾으셨나요? 힌트는 명주네 양복점 근처를 보세요.

 

 

이 사진부터 아래 사진과 아래아래 사진까지, 명주네 앙복점 주인 아저씨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다.

 

 

 

 

4번 목격자 진술

"연두색 양복에 하얀 단추가 3개 달려 있었어요."

 

 

4번 목격자 뒤로 보이는 명주네 양복점 주인.

 

 자 , 이제 막바지로 향해 갑니다.

그리고 당연히 녹색 양복 입은 분들이 가득 나오겠죠?

 

명주네 양복점 주인 아저씨도 녹색 옷이군요. 그나저나 3장 연속 등장이라니 나름 비중있는 조연ㅋ

 

 이번엔 범인이 뭐하고 있는지 쉽게 찾았나요? 그런데 범인 표정을 잘 살펴보면 왠지 흐뭇함이 묻어나옵니다. 왜냐고요? 범인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관찰하면 알 수 있어요.

 

이런 로맨티스트. 하지만 냥이가 훔친 꽃을 좋아할려나?

 

 

 

 이렇게 범인의 행적이 드러났습니다. 도둑질을 하고 도망 중에 추가 범죄까지 저질렀군요.

 

 

 

 


 

2010년,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이 책의 장점은 범인을 찾아가는 즐거움만 있는게 아니에요.

깨알같이 숨어있는 재미있는 장면들도 있고,

범인 말고도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거든요.

한 명 한 명 살펴보다 보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도둑을 잡아라>는 2010년에 나온 책이에요.

도둑을 잡으려고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함께 보일거에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나와 이웃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상상해 본다면 참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아래는 '어머니'가 그려진 부분을 캡쳐해 놓았어요. 대체 뭘까요, 저 근육은.

 

 

 

 

 

 


 

마무리.

 

 

1.

 위에서 했던 질문으로 돌아갈게요.

개는 왜 범인이랑 같이 잡혀가고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개도 '도둑'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범인을 잡아라>에서 범인이란 '사람'과 '개' 모두에게 적용되는 단어겠네요.

 

 

 

 

2.

 이 그림책은 적어도 세 번은 봐야해요.

 

한 번은 범인 찾기.

 

또 한 번은 범죄의 재구성.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고 상상하기.

 

 

 그림책 참 불친절하죠?

하지만 그만큼 즐거운 책이기도 합니다.

아마 세 번을 보는 동안 서로 다른 즐거움을 세 번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같은 같은 제목을 가진 보드게임 <도둑을 잡아라>도 있어요.

아이랑 그림책을 즐겁게 본 뒤에 하는 보드게임이라서 몰입이 잘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