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돌연변이 파워걸즈
돌연변이 파워걸즈
글/그림: Masayuki Kitamichi
이야기
하루카와 마도카는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고등학생 이지만 사실은 예전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던 악의 조직 수령 ‘게르니카’의 자식들이다.
조직은 괴멸된 것처럼 보였지만 남아있던 이들이(라고 해도 이미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하루카와 미도카를 통해 다시 악의 조직을 건설하려고 한다. 이즈음 게르니카 일당을 제거했던 정의의 사도 ‘트렌저’들이 하나 둘 그 세대를 이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쌍둥이 하루카와 마도카. 힘이 엄청나게 세다. 왜? 악의 수령 딸들이니까.
뻔한 설정 속 뻔하지 않은 내용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라고? 맞다. 후래쉬맨, 파워레인저 등을 통해 우리에게 익히 소개된 특촬 전대(戰隊)물과 같은 설정이다. 다섯 명의 용사가 나타나 괴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뻔한 이야기.
하지만 이 책은 이 뻔한 이야기를 완전히 뒤틀고 뒤집었다. 현대 악(惡)은 선(善)이라 일컬어지는 정부(혹은 기업이나 그림자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전제다.
그냥 웃기는 음모론 같은 책이지만, 현실 세계를 묘하게 꼬집고 들어가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악 조차 소비 품목으로 형성되어버린 채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악은 생산되어 진다. 그리고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당연히 선도 생산된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돌연변이 파워걸즈> 스타일로 예를 들면 이렇다.
괴물이 도시 한복판에 나타나서 흉폭하게 난동을 부린다. 이 괴물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무지무지 강하다는 것과 내 생명과 재산을 노린다는게 중요하다.
이 때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XX파스를 몸에 붙이면 괴물은 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럼 누가 돈을 벌게될까? 그렇다, XX파스를 만드는 회사다.
이게 말이 되냐고? 말이된다. 왜냐하면 이 악한 괴물을 만드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들어질 때 입력만 시켜놓으면 된다, '넌 XX파스를 붙인 사람을 해치치 않는다'라고.
이렇게 '악'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소비되어 진다. 그리고나서 이 악이 더 이상 필요없어 질 때 쯤, '선'이라 불리는 이들이 나타나 악을 일망타진하면 된다.
돌연변이
그런데 왜 제목이 '돌연변이' 파워걸즈 일까?
평범한 고등학생 둘이 엄청난 힘을 가져서? 아니다. 악의 수령 '게르니카'의 쌍둥이로서 이 둘이 힘이 강력한 것은 당연하다. 이 쌍둥이들은 그냥 '파워걸즈'다.
그럼 왜 파워걸즈 앞에 돌연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괴수 대빵 '게르니카'는 오랜 세월동안 인간에 의해 죽고 다시 살아나고를 반복했다. 긴 시간동안 '게르니카'도 생명체기에 본능적이든 고의적이든 '대책'이란 것을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매일 얻어터지는 사람은 하다못해 안 아프게 맞는 방법이라도 터득하게 되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게르니카'란 괴인은 굉장히 영리한 것 같다. 안 아프게 맞는 법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악과 선의 구조 자체를 끊어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도지사. 하지만 당신도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군요.
그렇다. 그냥 싸우지 않는거다. 악의 후계자 파워걸즈 하루카와 마도카는 싸울 생각이 별로 없다. 세계 정복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악이 악으로서의 기능을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대대로 악인 역할을 하던 이들의 유전자 속에 돌연변이가 발현된 것이다.
웃음 그리고 돌연변이 파워걸즈 5권
이렇게 적어 놓으니 굉장히 진지한 만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돌연변이 파워걸즈>는 기본적으로 웃기는 만화다.
이 만화 개그 코드 예를 들면 이렇다(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아주세요, 일본 만화 입니다).
선생님을 위장한 국가 소속 정보원. 그런데 이 인간도 '돌연변이'
안 웃기다고?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내 주위 많은 친구들이 안 웃기다고 했다. 그래서 이 만화 5권이 안 나온다.
5권이 나오기를 아기다리고기다리다가 어느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사실, 만화가 갑자기 연재 중단 결정이 나서 급 마무리를 한 뒤 끝났다고 한다. 이러니 단행본은 나올리가 없지요 아아.
어쩌면 내가 완결을 못보았기 때문에 이 만화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돌연변이 파워걸즈>는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내 인생 최고의 만화다.
반가워요. 당신도 708호 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