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소개

터널 끝 희망을 보다, <목소리의 형태>

708호 2017. 11. 22. 00:14

목소리의 형태

글/그림: Yoshitoki Oima

번역: 김동욱

권수: 7권 (완결)


출처: 알라딘


주의: 스포일러가 많이 있어요.


주제 1: 학교폭력

 <목소리의 형태>에서 다루는 큰 주제 중 하나는 '학교폭력' 입니다.

 이야기 초반에는 청각장애인 '니시미야 쇼코'가 왕따와 학교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로 나오지만 곧 그 주동자였던 '이시다 쇼야'가 왕따와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됩니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쇼야의 삶은 6학년 이 후 망가지기 시작하죠.

 6학년의 쇼야는 지루함과 싸우는 장난꾸러기지만 그 장난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직 모를 나이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교직 생활을 거듭할수록 느끼는 건 아이들의 공감 능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겁니다. 저는 이 느낌이 무섭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확신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 아이들에게 장황한 설명 보다는 <목소리의 형태>같은 작품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등장 인물의 상황에 몰입하며 읽다보면 '학교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해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특히 이 작품은 다양한 인물을 통해서 학교 폭력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요. 물리적인 피해를 주는 가해자부터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가해자도 있어요. 또 가해에 맞장구 쳐주는 인물도 있고 방관자도 있지요. 게다가 피해자를 돕다가 오히려 함께 왕따가 되어버리는 인물까지 나와요.

 이런 다양한 인물을 통해 저 상황에서 '만약 나라면'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제 2: 장애

 '니시미야 쇼코'는 청각 장애인이에요. 책을 읽다보면 청각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짐작해볼 수 있어요.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로부터 배척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상황을 보면서 분노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누가 정상인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예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정상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 같거든요.

 예를 들어 훈남으로 등장한 '미시바 사토시'는 꿈이 교사에요. 그런데 교사가 되기 위한 이유가 예전에 자기를 괴롭히던 동창의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서죠.

 또 '카와이 미키'는 주위의 동정을 이끌어 내는 캐릭터에요. 자기 잘못을 눈물로 덮으려고 하죠.

 쇼코의 어머니도 쇼코의 동생도 쇼야도 그리고 쇼야의 친구들도 뭔가 이상해요. 찬찬히 지켜보면 다들 정상인이 아니에요.

 그럼 나는 어떤가요? 나는 정상인가요?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정상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저는.



주제 3: 죽음

 죽음이란 주제는 극단적이지만 일상적이기도 해요. 쇼야와 쇼코는 모두 죽음을 시도해요. 극단적인 선택이죠. 반면 쇼코의 할머니는 자연사하죠.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죽음이란 일상적인 현상이죠. 그리고 쇼코의 동생 '유즈루'는 나비, 개구리 같은 시체 사진을 많이 찍어요.

 그럼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람은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요?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책에서는 비자연스러운 죽음, 즉 자살에 대해 부정적이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생명을 다한 자연스러운 죽음과 달리 자살은 삶을 '포기'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죽음은 쇼코의 자살 시도가 아니라 쇼코 할머니의 죽음이었어요.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이유도 있지만 그 보다 할머니의 죽음이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충격이죠. 죽음 뒤에도 다른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 느끼진 못했거든요.

 자살은 주위 사람들에게 슬픔만 안겨주지만 좋은 삶을 살다가 가는 죽음은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제 4: 성장

 결국 이 책은 성장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쇼코와 쇼야 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과거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이죠.

  특히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쇼코를 구하기 위한 쇼야의 장면이 대표적이죠.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는 쇼코의 손을 붙잡은 쇼야는 자기에게 힘을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제게 힘을 주세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게요.'라는 기도인데, 그 '어떻게'가 중요해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니시미야 핑계 안대겠다고, 다른 애들 얼굴을 제대로 보고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면서 제대로 살겠다고 기도하죠.

 여기가 성장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쇼코와 쇼야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왔어요. 자기 걱정 보다는 다른 사람 걱정을 하면서요. 정작 자기 마음은 엉망이 되었으면서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았죠. 그런데 쇼코의 자살 시도로 쇼야는 자기 자신과 마주할 각오를 하게 된 거예요.

 이는 쇼코의 동생 유즈루도 마찬가지였어요. 시체 사진을 찍는 이유가 그런 사진을 보면 언니가 죽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자기 삶을 언니를 보호하기 위해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 유즈루를 보고 할머니는 '언니 생각만 하고 자기는 알 생각을 안 하니' 걱정이라고 말씀하죠.

 네, 성장의 시작은 '자기 생각' 이예요. 자기를 먼저 생각하고 자기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야지 다른 사람을 진정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돼요.



주제 5: 진로

 마지막 7권의 대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다함께 찍은 영화가 본선에 진출해서 설레는 마음을 갖지만 결국 엄청난 혹평을 받게 되죠. 그렇지만 이 영화 제작을 통해 등장인물들은 뭉치게 되고 또 자기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등장인물들은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기 길을 찾게 되죠.

 '사하라'와 '우에노'처럼 자기 분야(의상 디자인)에서 인정을 받기도 하고, '나가츠카'처럼 자기 분야(영화 제작)에서 인정을 받지는 못하지만 꾸준하게 밀고 나가기도 합니다.  

 또 쇼코처럼 이미 진로(이발사)를 정해놓고 준비했던 인물도 있지만 쇼야처럼 갑작스런 고민 끝에 진로(이발사)를 정한 인물도 있어요. 반면 '마시바'는 진로(교사)를 정해 놓았다가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그 진로를 포기하게 되죠.[각주:1]

 제가 가장 눈여겨 본 인물은 '카와이'에요. 서로의 진로를 이야기하던 중에 카와이는 (어느 대학을 가냐는 질문에) "나? 마시바랑 같은데♪"라고 말합니다. 저는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유일하게 성장하지 않는 듯 보이는 카와이였기에 안타깝게 생각되었어요. 그렇지만 작가는 이 대답마저도 긍정적인 대답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각주:2]

 생각해보면 아직 스물이 되지 않은 이들에게 아직 진로도 정하지 못했냐고 어찌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일까요? 작가는 쇼야의 마지막 독백에서, 이제 막 성인이 된 이들에게 '가능성'이란 위로를 줍니다.

 "내가 옛날 니시미야를 싫어했었던 것처럼 이 문 너머에 있는 것은 분명 쓰라린 과거일 것이다. 그래도 또 하나 있는 것이 있다. 가능성이다. 그것은 언제든 열 수 있다. 살아 있는 한."



애니메이션과 비교

 영상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책보다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반면 책보다 설명이 부족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쇼야가 쇼코에게 왜 그렇게 장난을 치고 싶어 했는지, 쇼코가 왜 자살을 시도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영화에서는 부족합니다.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은 경우인데, 책을 읽으면서 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거든요.

 또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의 개성이 어느 정도 살아 있지만 그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책이 훨씬 잘 표현되어있죠.

 마지막으로 진로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책에서만 고민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애니메이션은 원작에 있는 영화 제작 부분과 진로 고민 부분을 통편집했거든요. 둘의 관계에만 집중함으로써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굉장히 영리한 편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원작과 애니메이션, 둘 다 보기를 추천합니다.

  1. 쇼야: 미시바는 선생님 이었지? 미시바: 응. 쿠세이 대학에 갈거야. 하지만 정말 선생님이 될지 어떨지는 좀 더 고민해볼까 싶어. 아무래도 난 나한테 맞는 꿈을 찾았다고 착각했을 뿐이었던 것 같으니까. (7권 140쪽) 그렇지만 그 후에 성인식에서 미시바는 "난 아직 하고 싶은 걸 못 찾았어."라고 말한다. [본문으로]
  2. 이어지는 대화는 이렇습니다. "마시바: 내가 그렇게 좋아? 카와이: 응 마시바: 카와이.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카와이: 응. 그래도 난 이렇게 하고 싶은걸. 마시바: 그렇구나 잘해봐! 카와이: 응!" 하긴 이 대화를 보면 카와이가 성장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네요. 언제나 착한척 하던 카와이가 이렇게 당당하게 상대방이 좋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