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아키라

708호 2017. 9. 1. 02:40

아키라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 1988년)


 대략 25년만에 다시 보게된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내게 큰 충격을 준 영화가 바로 아키라였다.[각주:1] 샤방 샤방한 그림만 보던 때였드니까 그럴만도 하겠다.

 사실 이 영화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기 전까지는 아키라가 대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도 아, 저게 저런 내용이었나? 싶은 생각으로 보았다.




 인간은 더 큰 힘을 원한다. 더 많은 걸 얻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기가 가진 것이 자기 자신으로 착각을 한다. 당신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공허한 인간일 뿐인데.




 폭주한 테츠오는 굉장히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데, 테츠오의 본질은 저 괴물 안에 있는 연약한 존재다. 어쩌다 갖게 된 힘을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테츠오를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다.


 영화관을 나와서 집으로 걸어오는데 같은 상표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몇 개나 보았다. 어두운 밤에 반짝 반짝 빛나는 간판이 곳곳에 그리고 넓게 퍼져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내가 이룬걸 보라.' 아마 이런 마음이 아닐까, 프렌차이즈 대표는.

 문득 우리 동네에서 조금만 가면 볼 수 있는 높은 건물이 생각났다. 흉물스럽게까지 보이는 잠실의 그 건물은 사방 먼 곳에서도 불쑥 보이곤 한다.

 '내가 이룬걸 보라.' 아마 이런 마음이 아닐까, 그 건물 주인은.


 그러나 과연 힘을 가진 이들만 이런 존재일까? 아니다, 본질은 같다.

 테츠오를 보자. 어쩌다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했는가?




 야, 카네다 너 별거 아니네. 야, 아키라 네가 짱이냐? 한 판 붙자, 어디 있냐?

그리고 망토를 두루고, 그리고 권좌에 앉았다.




 거대한 힘을 가진 이들이든 손에 쥔 것 하나 없는 이들이든, 똑같다. 모두 공허하고 나약한 존재다.

 차이라면, 힘을 가진 이들은 힘이 자기 자신이라 착각하며 과시하고, 힘이 없는 이들은 더 큰 힘을 가지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점 정도랄까.



사진 출처: 다음 영화




  1. 마크로스, 아키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공각기동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