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글

[칼럼] 나는 왜 학교에서 영화를 보는가?

708호 2017. 8. 31. 00:00

나는 왜 학교에서 영화를 보는가? - 영화 수업의 장점과 효과에 대해.

 

 영화 수업을 하다 보니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나는 왜 학교에서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 있지?'

 

 가장 먼저 머리를 스쳐간 대답은 재미가 있어서였어요. '내가 재미있어 하는걸 아이들과 함께하자.'가 제 수업 방향 중 하나거든요. 저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하는 게 즐거워요. 그리고 다행히 대부분 아이들도 저처럼 영화 보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거죠ㅋ


어릴 땐 이 영화가 왜 그리 재미있었는지. (출처: 다음 영화)

 


 다음은 괜찮은 문화를 아이들에게 제공해주고 싶었어요. '괜찮은' 문화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문화를 괜찮다고 부르지 않아요. 하지만 텔레비전과 핸드폰을 보세요. 성인을 위한 문화 콘텐츠를 음지에서 아이들이 섭취하고 있어요. 그래서 괜찮은 영화를 아이들과 보는 거예요.

 수많은 문화 중에서 왜 영화냐고요? 가장 흔하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1000만이 소비되는 문화가 영화 말고 또 있나요?

 가장 흔한 문화 중에 그나마 괜찮은 문화를 누리고 해석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거예요.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괜찮은' 영화. (출처: 다음 영화)


 

 이렇게 영화 수업을 하다 보니 영화 수업의 장점이 보이더라고요.


 일단 가성비가 좋아요. 예를 들어 독서 토론을 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책을 다 읽어야 가능하잖아요. 아니면 교사가 다 읽어주거나. 그런데 영화는 그냥 의자에 앉아서 다 같이 보면 돼요. 쉬워요, 그냥.


아버지같은 실버를 풀어주는 행동은 옳은가? (출처: 다음 영화)


 

 다음은 학생들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주더라고요. 학교 교육에서는 지적인 부분이 강조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학생들 마음을 막 움직이더라고요. 대부분 영화가 논리적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다가오니까요, 그럴 수밖에 없겠죠.

 여하튼 이렇게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다보면 머리로 배우는 것 보다 더 깊이 마음에 새겨지는 느낌이에요.

 이걸 깨닫고 나니까 좋은 영화로 아이들 마음 속에 좋은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왜 라이트닝은 킹을 도와주었을까? (출처: 다음 영화)


 

 이렇게 영화 수업에 대한 효과나 장점을 이야기 했는데요, 사실 때론 그냥 아이들과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얘기나 나누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저는 교사잖아요. 학교 교육과정을 따라야죠. 그래서 영화 보고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거나 내용을 간추리거나 하는 활동을 해요.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냥 좋은 영화 한 편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게 수업으로 인정되는 그런 교육과정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어떤 핑게로 이 영화를 볼까 고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