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업

[이럴 땐 이 영화] 학교폭력예방교육엔 <주먹왕 랄프>

708호 2017. 7. 19. 05:44

주먹왕 랄프

리치 무어 감독, 2012년

108분, 자막/더빙

모든 학년 추천 / 또는 3학년 이상(상영 시간)


이럴 땐 이 영화: 창체 > 학교 폭력 예방 교육



 학교 폭력이란 무거운 주제에 비해서 <주먹왕 랄프>는 가벼운 영화에요. 제가 이 영화를 추천한 이유는 모든 아이들이 볼 수 있을 정도의 영화지만 그 안에 숨겨진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에요.




 랄프는 오락실에 있는 구식 게임 '다고쳐 팰릭스' 캐릭터에요. 악당 역할 랄프가 건물을 부수면 팰릭스가 요술 망치로 건물을 고치는 게임이지요. 게임 속 사람들은 악당 랄프를 모두 싫어해요.

 랄프는 자기도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서 게임 주인공만 얻을 수 있는 황금 메달을 찾아 다른 게임 속으로 들어가요. 우여곡절 끝에 레이싱 게임 '슈가 러시'에 도착한 랄프는 깜빡이 바넬로피를 만나요. 랄프는 메달을 찾기 위해, 깜빡이 바넬로피는 레이싱 우승을 위해 힘을 합칩니다.

 결국 랄프와 바넬로피 둘 다 원하는 건 얻지 못하지만, 더 소중한 것을 얻게 된다는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는 영화입니다.




 그럼 이 영화가 학교 폭력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랄프와 바넬로피가 처한 상황이 때때로 우리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합니다.

 

 성격도 외모도 전혀 다르지만 랄프와 바넬로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랄프에겐 악당, 바넬로피에겐 깜빡이란 꼬리표가 붙어있죠.

 게임 탄생 30주년 파티에 함께 어울리고 싶어 하는 랄프에게 "넌 악당이야, 넌 착해질 수 없어"라고 비난해요. 사실 랄프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으면서 말이죠.

 또 바넬로피에게는 "넌 레이서가 될 수 없어. 넌 깜빡이니까."라며 레이스에 참가조차 못하게 해요. 깜빡이가 왜? 비난하는 사람들도 이유는 잘 몰라요, 그냥 나쁘다니까 나쁜 거지.




 어떤 아이들은 꼬리표를 달고 다녀요. 쟤는 거짓말쟁이야, 쟤는 시비 걸고 다니는 애야, 쟤는 노는 애야. 그리고 그 꼬리표는 새로운 학기에 새롭게 시작해보려는 아이들을 절망하게 하죠.

 때로는 꼬리표 붙은 이유가 당사자에게 있기도 해요. 랄프는 다혈질에 욱하는 성격이고 바넬로피는 상대방을 비꼬는 말투로 깐족대니까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누군가를 직접 겪어 보지도 않고 쉽게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할까요?

 참고로 이 수업은 '예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3월에 수업을 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1. 꼬리표 이야기


 ① 캐릭터 분석을 통한 꼬리표의 존재 부각


 칠판에 랄프와 바넬로피를 분석하면서 이들에겐 꼬리표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칠판- 랄프와 바넬로피 분석

구 분

랄프

바넬로피

게 임

다고쳐 펠릭스

슈가 러쉬

별 명

주먹왕

깜빡이

성격(단점)

욱하는 성격

깐죽거리며 얄미운 성격

(나쁜) 꼬리표

악당(착해질 수 없다)

레이서가 될 수 없다

 

 

 

 

 

 

 


 ② 꼬리표의 문제점 (1): 상대방을 파괴한다.


 꼬리표는 상대방을 파괴합니다. 상대방 감정을 파괴하고 잘해 보려는 의지도 파괴하죠.
 

 30주년 파티에서 랄프와 진이 주고받는 장면이나 바넬로피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장면을 간단한 역할극으로 만들면 꼬리표 달린 이들으 입장에 더 공감을 할 수 있을 거에요. 

 시간이 없을 때는 영화 속에서 화면만 보여줘도 괜찮아요.




랄프와 진의 대화 재구성> (화면만 보여줘도 된다. 12분 9초~14분 20초)



랄프: (케이크에 장식으로 만든 메달을 랄프 인형에게 달아주며) 메달을 딱 한 번만 랄프 에게 주면 안 될까?

진: (랄프에게 손가락질 하며)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 메달은 좋은 사람만 타. 그런데 자네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랄프: 나도 좋은 사람 될 수 있고 메달도 딸 수 있어.

진: 그럴 리는 절대 없어. 왜냐하면 자네는 건물이나 부수는 악당이니까.

랄프: 악당 아니야!

진: 악당 맞아!

랄프: (크게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아니야! 아니라고!

진: 넌 악당 맞아.

랄프: (뒤돌아서며 혼잣말로) 나도 착해지고 싶어.



<바넬로피와 태피타의 대화 재구성> (화면만 보여줘도 된다. 40분 45초~42분 30초)



바넬로피: 이거 내 차야. 마구 달려라, 쌩쌩~

태피타: 아, 바넬로피, 너무나 너 다와. 하지만 넌 출전할 수 없단다.

바넬로피: 그런게 어딨어. 난 이미 돈을 냈잖니/

태피타: 넌 깜빡 거려서 킹 캔디가 안된다고 했어.

바넬로피: 난 깜빡 거리는게 아니야. 조금 지직 거릴 뿐이라고.

태피타: 모든 규칙에는 이유가 있어. 내가 너라고 쳐. 내가 이상한 차를 타고 마구 달리는데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내가 까까까까깜빡 거리네(라고 하며 자동차 운전대를 억지로 떼어낸다)!

바넬로피: 하지마!

태피타: (떼어낸 운전대를 바넬로피에게 던지며)넌 사고를 항상 달고 다녀.

바넬로피: 그건 내 차야, 하지마.

태피타: 넌 레이서가 될 수 없어. 왜냐하면 넌 깜빡이니까. (바넬로피를 밀쳐내며)그러니까 꿈도 꾸지 마.


 어떤 가요? 그냥 읽기만 해도 폭력이 느껴지죠? 잘 살펴보면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바로 '학교 폭력'이죠.



  꼬리표의 문제점 (2): 나와 공동체를 파괴한다.


 꼬리표는 상대방만 파괴하는 게 아니라 나를 파괴하고 나아가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꼬리표에는 '악순환' 이라는 특징이 있거든요.

 문제아 랄프와 엄친아 펠릭스를 등장시켜서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볼게요.


 랄프는 1학년 때부터 몸짓을 크게 하는 아이였어요. 그러다보니 다른 아이들이 랄프의 손과 발에 맞기 일수였죠. 그래서 랄프에게 맞은 아이들은 랄프를 때리거나 욕해요. 일단 상대방이 나를 때리거나 욕하면 자기가 잘못한 건 싹 잊어버리는 게 아이들 특징이죠. 랄프는 화가나서 다시 그 아이들을 때리거나 욕을 해요.

 자, 이렇게 몇 몇 아이들과 감정의 골이 생기죠.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은 랄프를 점점 이상한 아이, 폭력적인 아이라고 인식해요. 특히 랄프와 감정의 골이 심해진 아이들의 친구들 중에는, 랄프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랄프와 놀지 않아요.

 랄프가 이상한 말을 하면 다른 아이들은 이상하다고, 쟤 뭐냐고 수군거려요. 그런데 평소에 인기 좋은 펠릭스가 같은 말을 하면 아이들은 기발하다고 웃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요.

 랄프도 펠릭스처럼 되고 싶어요. 인기도 많고 친구들이 자기를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끔 반성도 하고 친구들에게 친절을 베풀기도 해요. 그렇지만 돌아오는건 '불친절' 뿐이죠.[각주:1] 그러면 화가 나서 아이들에게 더 못되게 굴어요.


 자,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가 돌아다니는 교실은 불편해요. 매일 분쟁이 끊이질 않고 모둠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죠.

 아이들에게 물어요. "불편한 친구가 있는 교실이 좋니?"

 분쟁이 랄프를 떠나게 하고 결국 공동체(게임 <다고쳐 펠릭스>)를 파괴 직전까지 몰고가게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면서, 누군가의 꼬리표는 결국 내게도 피해가 온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2. 좋은 꼬리표 달아주기 운동


 ① 나쁜 꼬리표와 좋은 꼬리표

 그럼 꼬리표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굉장히 어려워요. 특히 오래된 꼬리표 일수록 더 끊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하지만 꼬리표를 끊으려는 노력을 통해 '나'도 성장하고 공동체도 성장하죠.


 그래서 제안합니다.

 우리 교실에는 <좋은 꼬리표 달아주기 운동>을 하자고요.

좋은 꼬리표로 나쁜 꼬리표를 덮어 버리는거죠. 또 나쁜 꼬리표가 달릴 수 있는 상황도 예방할 수 있고요.


 ② 좋은 꼬리표 달아주기: 랄프와 바넬로피

 먼저, 영화 속 랄프와 바넬로피에게 좋은 꼬리표를 달아볼까요?
 아까 칠판에 빈 칸 두 줄이 있었죠? 그 곳에 '성격(장점)'과 '좋은 꼬리표'를 씁니다.

칠판- 랄프와 바넬로피 분석
 

구 분

랄프

바넬로피

게 임

다고쳐 펠릭스

슈가 러쉬

별 명

주먹왕

깜빡이

성격(단점)

욱하는 성격

깐족거리며 얄미운 성격

꼬리표

악당 (착해질 수 없다)

레이서가 될 수 없다

성격(장점)

 

 

좋은 꼬리표

 

 

 


 아이들이 종이 위에 직접 랄프와 바넬로피의 좋은 꼬리표를 달아줘요.

이런 예가 나올 수 있죠.


 

랄프 

바넬로피 

 성격(장점)

 의리있다. 힘든 일을 겪어도 꿋꿋하게 이겨낸다.

 좋은 꼬리표 

 의리남 

 오뚝이



착하다, 동정심이 많다 등등등




 ③ 좋은 꼬리표 달아주기: 우리 반 친구


 이제 우리 반 친구들에게 꼬리표를 달아줄 차례에요. 모든 아이들에게 꼬리표를 달기 힘드니까, 같은 모둠 친구들에게만이라도 달아주면 좋겠네요.


(학습지 예)

 

정준하

소연 

김환진 

이진화 

성격

(장점)

 

 

 

 

좋은

꼬리표 

 


 

 





3. 마무리

 마지막 당부 두 가지를 하고 수업을 마칠게요. 학급 아이들 수준에 따라 성향에 따라 당부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① 너는 프로그램인가, 인간인가?

 <주먹왕 랄프>에서 가끔 등장하는 말이 '그렇게 프로그램 되어 있으니까' 입니다. 게임 속 인물들이니 당연하겠죠. 랄프는 건물을 부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 처럼요.

 그들은 프로그래밍된 대로만 움직이지만 진짜 사람은 그렇지 않잖아요? 다른 사람 입에서 나온 소문만 믿고 누군가를 판단한다면 우린 사람이 아닌 프로그래밍 된 게임 캐릭터와 다를게 없을 거에요.

 진짜 사람이라면 직접 겪어보고 판단하는 훈련을 해야해요.


 ② 사회적 불평등 이야기

 사람의 성격은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죠.

 랄프와 같은 상황이라도 다 랄프처럼 되진 않겠지만, 사람들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당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혼자 살면서 중요한 행사에는 초대 조차 못받는다면 누군들 랄프처럼 화가 나지 않을까요?

 심지어 펠릭스가 랄프 입장이었더라도 그렇게 착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그랬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을 것 같아요. 펠릭스는 황금망치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금수저'에요. 사람들이 늘 친절하게 대하고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죠. 랄프와 펠릭스는 분명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 했어요.

 그렇지만 환경탓만 하고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 잘못이 되겠죠. 랄프는 불평등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으니까요.


금수저. 아니 토르. 아니 금망치



*모든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1. 랄프가 그렇게 느끼는건, 랄프를 유난히 싫어하는 몇 몇 아이들 때문이다. 어떤 아이들은 랄프가 친절을 베풀면 고마워한다. '친구 장점 써주기'를 하면 '랄프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의외로 친절해서 놀랐다.'라고 쓰는 아이가 가끔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