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

708호 2017. 1. 14. 03:15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 (이와이 슌지 감독, 2015년)


 영화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몰랐다니, 억울하다~' 였어요.

기본 정보를 찾아보니까 감독 이름이 낯 익네요. 으음~ 누구더라? 아, <러브레터>(1995) 감독이었군요. 제가 멜로물은 안 보는데, 어쩌다 어쩌다 1999년에 보게된 영화. 그 이후로 <러브 레터>는 오겡끼데쓰까~로 남았고 이와이 슌지 감독은 멜로 감독이라는 깊은 인상만 남은채 여태껏 살아왔더랬죠.

 그런데 더 충격적인것은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 <하나와 앨리스>(2004)가 이미 나왔다는 사실이었어요.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은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거였죠. 그런데 왠지 나만 놀란 느낌인것 같아서 다른 사람에게는 '이거 짱짱 충격이야~'라고 말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인거죠.




 여하튼 영화로 넘어갈게요.

 '이시노모리 살인사건' 이라는 사건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내용을 설명할 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세 중학생 소녀들의 성장을 담은 영화 입니다. 그래서인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보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논리적으로 하나 하나 짚어가면 꼬이는 영화거든요. 사춘기라는 시절을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다가가면 오히려 이해가 되잖아요.


 세 소녀 중에서 먼저 소개할 친구는 앨리스예요. 본명은 아리스가와 데츠코. 그런데 그냥 앨리스라고 불려요. 

 그런데 왜 '하나'가 아니라 앨리스가 첫 번째 소녀냐고요? 영화를 크게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눈다면, 하나는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거든요.



 앨리스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머니와 함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돼요. 영화에서 앨리스는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듯 해요. 하지만 아마도 깊은 상처를 받았겠죠.


쿨한건 쿨한거고, 아픈건 아픈거다.


 게다가 앨리스는 전학을 오자마자 왠지 모를 왕따를 당합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자기가 '유다'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기 때문. 유다는 작년에 살해 당했다고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는 알 수 없는 한 소년이예요.



 하지만 앨리스는 특유의 거침없는 성격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려고 하죠. 그리고 결국 앨리스로 인해 나머지 두 소녀도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됩니다.

 무츠 무츠미는 '유다 사건'을 조작해서 위기만 모면한 경우고, 하나는 '유다 사건'으로부터 도망간 경우 거든요. 그런데 앨리스는 그 사건에 정면으로 도전하게되죠.


달려라 앨리스


 두 번째 소녀는 무츠 무츠미 랍니다.

 앨리스를 소개했으면 하나를 소개해야하겠지만, 이 무츠 무츠미란 소녀를 저는 굉장히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전반전에 앨리스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녀일 뿐 아니라 사실 깊은 상처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


왼쪽이 앨리스, 오른쪽이 매력이 넘치는 무츠 무츠미


 앨리스가 전학 오기 전에 '유다' 자리에 앉았다가 왕따를 당한게 이 친구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왕따에서 벗어났냐고요? 의식을 통해 '유다'의 영혼을 책상 아래 바닥에다가 봉인해 버렸거든요. 말도 안 된다고요? 그런데 어이없게도 같은 반 친구들은 그걸 다 믿어요. 그 이후로 무츠 무츠미는 왕따에서 벗어납니다.

 그러다가 앨리스가 전학오면서 '유다'를 봉인한 자리에 앉게되죠. 그럼으로써 결계가 깨졌다고 믿어서 반 아이들이 앨리스를 왕따 시키는 거였고요. 물론 우리들의 무츠 무츠미는 그걸 다시 봉인하는 의식을 거쳐 앨리스를 구해주었죠.


아니필락시스


 영화에서는 이 어이없는 무츠 무츠미의 자작극을 담담하게 표현했지만, 이 자작극을 준비하던 무츠 무츠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실패하면 어쩌지? 내가 뭐하는 짓이지? 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결계 의식이 끝난 다음에는, 이 의식이 거짓이라는 것을 들킬까봐 마음 졸이면서 살지 않았을까요?

 

앨리스에게 진실을 말하는 무츠 무츠미


 이렇게 마음 졸이면서 살다가, 전학온 앨리스가 자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 또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 앨리스를 구하기 위해서 한 번 더 의식을 행하는 무츠 무츠미를 바라 보면서, 이 친구는 마음 여리고 따뜻한 친구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앨리스에게는 진실을 말하게되는데, 아마도 무츠 무츠미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기분이었을거예요.

 그리고 후반전으로 접어들면 무츠 무츠미는 더이상 등장하지 않아요(하지만 '연장전'에 등장하죠~).


 마지막으로 소개할 소녀는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아라이 하나 입니다.

하나는 전반전에 전형적인 히키코모리로 나와요.


그저 창으로 살짝 보일 뿐


 하나는 '유다 사건'을 알고 있는 인물이죠.

 유다는 하나와 같은 반이었는데 장난으로 하나에게 결혼하자고 합니다. 하나는 진지하게 유다를 좋아했었는데, 그런 유다에게 오히려 상처를 받죠. 그런데 유다는 하나 뿐 아니라 다른 3명에게도 결혼하자고 해요. 아마 전학가기 전에 친 장난이었겠지만 그 사실이 하나에게는 커다란 상처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유다 등에 몰래 벌을 넣어요.


비중은 있는데 등장하는 장면은 매우 적은 유다


 문제는, 유다가 전학을 간 후 독살되었다는 소문이 돌아요. 그 사실이 진짜 일까봐 사실을 확인도 못하고 무서워서 방에 틀어박혀 살고 있는 소심한 친구가 바로 하나랍니다.


문틈으로 보이는 하나. 전반전에서 후반전으로 넘어가는 장면이다.



 그러다 앨리스가 '유다 사건'을 알아보려고 하나네 집에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후반전으로 넘어갑니다. 앨리스와 하나는 유다가 살아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떠나는 작은 여행이 후반전의 내용이거든요.


앨리스의 똘끼를 보여주는 장면. 누워있는 앨리스를 보면서 이 친구도 매력적이구나 생.


 내용을 등장 인물 소개와 함께 보았는데요, 논리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이고 또 내용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춘기 아이들을 보면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하잖아요. 바로 그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 어른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그저 담담하게 바라보아 줄 뿐이죠. 상처 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그리고 친구들과 부대끼며 상처를 치유하고 또 성장해 나가요.

 그렇다고 '어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진 않았어요. 하나, 앨리스 그리고 무츠 무츠미의 어머니(아버지)도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모두 딸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또 담임 교사나 퇴직을 앞둔 아저씨까지도 나쁜 어른으로 보이는 이들이 보이지 않아요. 이 어른들의 공통점이라면 아이들을 '아이'로만 바라보지 않고 존중해 주고 있다는 거예요.

 사춘기 소녀들을 '너희는 아직 어리니까'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얕보지 않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것, 그게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한 줄 평: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



 아,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라는 부분이죠. 영화를 보는 내내 대체 이게 왜 12세일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뭔가 기준이 있었겠지만 납득이 가질 않네요. 




연장전


 아니, 갑자기 뜬금없이 연장전? 뜬금 없을 수 있지만, 말 그대로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의 연장전 부분이 나와요.

 

 영화에서는 끝자막이 올라갈 때 옆에 전체 줄거리를 요약한 듯한 영상이 작게 나와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체 저게 뭐지?'라고 생각할만한 영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죠. 이 때 별 생각없이 보고 있다가는 그냥 지나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유심히 보고 있어도 대체 저게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지요(적어도 저는 뭔 영상인지 몰랐습니다).


 그럼 그 영상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DVD 별책 부록에 나와 있습니다.


책자 표지


 처음 DVD를 열어 보았을 때 작고 얇은 책이 한 권 들어있길래 읽어 보았어요.

그런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실제로 저는 이 책을 읽고서 DVD를 보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이 책자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읽어보았죠.

그리고나서 완전 빵~ 터졌어요. 너무 웃겨서 말이죠.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외계인이 만든 책 같더니, 영화를 보고 나니 이해가 되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죠.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 뒷 이야기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래요.


드디어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하나가 학교에 등교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챙피하다'는 거죠. 왜 그렇잖아요, 1년 넘게 학교 안 나가다가 등교하면 주위에서 수근 수근 거릴테고, 또 학교에 안 나간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으니 챙피할 수 밖에요.


 그러자 앨리스가 아이디어를 내요. 뭐냐고요?

드디어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무츠 무츠미가 다시 등장하죠.

(이미 두 번이나 마법진을 그어 주셨던)무츠 무츠미가 1년 동안 마계에 잡혀있던 하나를 다시 소환한다는 계획이예요.


 그리고 어처구니 없지만 대 성공. 그리고 선생님은 앨리스에게 '돈으로 줄 수 없는 것'을 선물로 주죠. 그게 뭔지는 직접 확인해 보세요 :-)


<슈퍼 그랑죠>도 마법진에서 나오던데. 출처: 유투브 그랑죠 변신




* (그랑죠+DVD 책자 빼고) 모든 사진은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