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이 함께 하는 보드게임 (5) 듀플릭
듀플릭 Duplik
[학급이 함께 하는 보드게임] 보드게임 동아리든 다른 창체 시간이든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싶을 때 가장 큰 문 제는 보드게임 개수 입니다. 적어도 모둠 수 만큼은 있어야하는데 여러 종류 보드게임을 사자니 모둠마다 각각 다른 보드게임 규칙을 알려주러 다니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종류로 보드게임을 사자니 예산도 부족하고 그 돈으로 다른 보드게임을 살 수 있는데 아까운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학급이 한 번에 다 같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
관련교과
국어 > 설명하기, 설명듣기
창체 > 친구 존중
적용하기 적절한 학년: 4학년 이상 추천합니다.
누군가에게 자기가 본 것을 자세히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어 교과를 보면 설명하기 또는 묘사하기 부분이 나오는데, 제가 '설명하기' 자체를 서툴러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학급 아이들도 그리 잘한다고 생각이 안 들더군요. 그 뿐 아니라 단원 초반에 쓴 글과 마지막에 쓴 글을 비교해봐도 실력 향상이 되었다는 생각도 안 들구요.
그런데 이 수업과 관련해서 괜찮은 보드게임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어떻게 그림을 묘사해서 아이들에게 설명해야 하는지 '감'을 잡게 되지요. 처음엔 어려워하다가도 게임이 진행될수록 아이들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라고 글을 쓰니까 꼭 길거리 약장수 같네요.
하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게임이 '만병 통치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여러 사람에게 잘 듣는 약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줄 평: 그림 묘사하기 게임의 끝판왕, 듀플릭
게임 설명은 자세히 하지 않겠습니다. 워낙 간단하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게임 설명이 아니라 수업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니까요.
그래도 동영상 설명은 링크 걸어둘게요~
듀플릭이란 게임은 설명과 그림을 합쳐놓은 게임입니다.
한 명이 그림을 보면서 설명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게 되죠.
설명 시간은 90초짜리 모래 시계로 제한됩니다.
물론 잘 그리면 그림을 그린 사람도 설명을 한 사람도 높은 점수를 받게되죠.
뭐, 평범한 게임인데? 라고 생각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백미는 '채점 기준' 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아래 그림을 봐주세요.
그림 카드 중 하나인데, 오른쪽에 알아볼 수 없게 빨간 낙서처럼 되어 있는 부분에 '채점 기준'이 써 있어요. 설명이 끝나고 게임에 들어있는 빨간 플라스틱(투명)을 대면 글씨가 보이죠.
여하튼 '사랑은 둥실둥실' 이라는 그림의 채점 기준은 어떨까요?
10가지 채점 기준 중에 몇 가지만 말해볼게요.
1. 괴물의 코에 가장 가까운 하트는 그림에서 가장 큰 하트여야 합니다.
2. 꽃에는 이파리가 없어야 합니다.
3. 하트 중 하나는 괴물의 뒷발보다 커야 합니다.
6. 괴물의 몸에는 5개 이상의 점이 있어야 합니다.
8. 괴물의 꼬리 끝은 괴물의 머리보다 위에 있어야 합니다.
90초 동안 설명하실 수 있을까요? 또 그 설명을 듣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만점을 받기란 정말 어렵죠. 정말 설명을 잘 해야 합니다.
그런데 눈치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위 그림에서 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소한 것들이 채점 기준에 들어가있죠. 이렇게 사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설명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듀플릭>을 몇 판 하다보면 '게임에서 원하는 것'에 맞게 설명하게 되죠. 저는 이것을 '듀플릭식 설명'이라고 합니다.
학급이 다함께 게임하기
<듀플릭>은 학급이 다같이 게임하기 좋습니다. 특히 '모둠 대항전'을 하기가 좋죠.
① 모둠마다 출제자를 정합니다.
출제자는 돌아가면서 하게 되고, 모든 모둠 친구들이 한 번씩은 출제자가 되어 설명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② 출제자는 설명을 하고 다른 친구들은 각자 그림을 그립니다. 이 때 그림은 게임에 있는 종이가 아닌 A4 종이에 그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큼직 큼직한게 좋지요.
③ 채점을 합니다.
만약, 모든 모둠이 같은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면 교사가 채점 기준을 불러줍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면 출제자가 채점 기준을 말해 주어요.
채점은 자기 그림에 각자 正로 표시 합면 됩니다. 모둠에서는 모든 점수를 합해서 교사에게 말해주면, 교사는 칠판에 이번 라운드 점수를 적어 둡니다.
이렇게 채점을 합칠 때면 모둠 인원이 모둠마다 달라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다른 모둠은 모두 4명씩인데, 한 모둠만 3명이라면 아무래도 총점에서 차이가 날 수 있죠.
이럴 땐 선생님이 그냥 융통성있게 해주세요.
저는 세 가지 방법을 상황에 따라 그 때 그 때 맞게 사용해요.
먼저, 평균을 내는 방법이죠. 이건 합리적이기는 한데 귀찮아요. 소수 3째자리에서 반올림... 뭐 이런거 귀찮죠.
다음은 중간 점수를 얻은 친구 점수로 해요. 예를 들면, 세 친구가 5점, 6점, 8점을 얻었다면 점수를 계산할 때는 5 + 6 + 8 + 6으로 계산해요.
마지막 방법은 라운드마다 돌아가면서 두 배씩 점수를 가져가는 거에요. 예를 들면, 이번 라운드에서 철수가 2배 점수를 얻기로 했다면 철수 점수를 두 번 더해요. 그럼 다음 라운드에서는 영희 점수를 두 번 더하면 되고요. 단,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누구 점수를 두 배로 할지 정해 두어야 해요.
게임 속 채점지는 이렇게나 복잡하여라
몇 가지 팁
① 저는 연습 게임 두 판 정도는 모든 모둠이 같은 그림을 그리는게 좋더라고요.
아이들이 '듀플릭식 설명'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잡기도 좋고 실제로 어떻게 설명했는지 서로 비교하기도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연습 게임이 끝나고 교사가 아이들에게 게임에 대해 팁을 주기가 더 좋더라고요.
이렇게 같은 그림을 설명할 때는 그림을 미리 복사해 두어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어요.
② 설명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 시간을 주세요.
아이들에게 그림을 주자마자, 시~~~작~ 하면 아이들이 당황해해요. 그래서 20초~30초 정도 아이들이 설명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도 좋아요.
다만 다른 아이들은 그 시간동안 엄청 심심해 하고 떠든다는 단점이 있어요.
③ 처음에 할 때는 시간을 많이 주세요.
오, 90초라니 말도 안돼요.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이라니요~ 그것도 이제 막 배웠는데 말이죠. 적어도 3분 ~ 5분 정도는 주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아이들 수준에 따라서 시간 조절을 더 해야 겠지만요.
④ 채점은 옆사람이 하게 해주세요.
<듀플릭> 규칙서에도 채점은 옆 사람이 하도록 되어 있어요. 왜일까 생각해보니, 자기 그림은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잖아요. 자기는 아무리 창문 속에 커튼을 그렸다고 해도, 옆 사람이 그렇게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말해 주세요.
그런데 모둠 대항전이기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옆 친구 그림에 대해서 한없이 마음이 넓어지기도 해요. 채점 전에 미리 주의를 주시면 좋습니다.
심화: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만들기
자, 이제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만들어 보는 시간이에요. 이건 심화 학습이라서 해도 되고 안해도 돼요.
① 그림을 그립니다.
A4 종이를 나누어주고 반을 접은 뒤 그림을 그려요. 물론 같은 모둠 친구들이 못보게 그려야 겠죠.
그리고 주의할 점은 '너무 복잡하게 그리지 않기' 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간단히 그려도 문제가 되죠. 왜냐하면 채점 기준을 10개 만들어야 하거든요.
② 채점 기준을 만듭니다.
이 때 채점 기준은 다른 모둠 친구가 써 줍니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그린 그림이지만, 채점 기준이 무엇인지는 자기도 모르게 됩니다.
팁이라면, 채점 기준 만드는 연습도 한 번 정도 필요해요. 그래도 10개를 못 만드는 친구가 있다면 옆 친구가 도와줘도 되고요.
다른 수업 시간에 활용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중에서 친구를 존중하자는 주제로 게임을 활용하기도 했어요.
친구와 오해가 생기거나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문제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수업 앞 부분에 게임을 했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또 학부모 공개 수업 때도 활용했어요.
부모님께 불만을 말하고 무엇인가를 설득하는 글을 쓰는 수업이었는데, 부모님과 문제가 있는 것은 의사소통의 문제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수업 앞 부분에 게임을 넣었어요. 모둠마다 부모님 한 분씩 그림 설명을 해주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채점 기준'을 말하는데 부모님은 저를 어이없어하고, 아이들은 설명을 한 부모님을 원망하는 풍경이 자뭇 흐뭇했습니다ㅋ
이렇게 <듀플릭>은 수업 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아이디어만 조금 내면 수업 여기 저기서 양념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