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소개

파이프 워크

708호 2016. 7. 17. 01:18

파이프워크 PIPEwork



 기본정보

 디자이너: Justin Oh

 출판년도: 2016

 시간: 20분 ~ 40분

 인원: 2~4명

 방식: 퍼즐

 난이도(초등학생 기준): 하 (2학년 이상)

  *최상(고학년도 배우기 어려움), 상(5,6학년 가능), 중(3,4학년 이상 가능), 하(모든 학년 가능)

  *아이 특성에 따라 난이도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줄 평: 보기와는 다르게 재미가 쏠쏠쏠~


 상자 사진을 보는 순간 '이 게임 별로일 듯'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커다란 파이프 렌치를 들고서 엄지 척~ 올리고 있는 국적 불명 아저씨라니.

 제가 손재주가 없어서인지 엔지니어를 동경하고 좋아하고 있지만, 엔지니어 게임 같지도 않고 아무튼 그냥 별로일 것 같다는 첫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파이프워크>를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소문이 솔솔솔 귀에 들려왔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소문에 약하고 좋게 말하면 밑바닥 정서를 중시하는 저이기에 낼름 사서 아이들과 게임을 해봤습니다.


 결론은~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하더라고요. 저학년, 고학년 아이들과 해봤는데 양쪽다 재미있어 했습니다. 저학년이 더 좋아하긴 했는데 아마도 고학년 친구들은 <파이프워크> 말고도 할 수 있는 게임이 더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참고로, 상자 표지에 3D 파이프로 연결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3D 파이프. 그런데 실제 게임은 3D 퍼즐이 아니라 2D 퍼즐입니다. <우봉고 3D><라 보카>가 3차원 공간을 완성하는 퍼즐 게임이라면, <파이프워크>는 2차원 공간에서 고민해야 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구성물과 게임 준비



 게임 참가자가 각자 가져가야 할 구성품은 게임판, 게임판 덮개, 파이프, 색깔 마커 입니다.

 게임판과 게임판 덮개는 하나씩 가져가면 되고, 파이프는 한 가지 색깔을 몽땅 가져갑니다.

 색깔 마커도 4가지 색인데 느낌상 한 가지 색을 몽땅 가져가면 될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색깔별로 2개씩 가져가면 됩니다.

 그래서 위 사진에서 정리한 모습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 비닐 안에는 한 사람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가져가야할 물품(같은 색 파이프들과 마커 색깔별 2개씩)으로 넣어 두었습니다.



 파이프를 연결한다는 게임 주제에 맞게 색깔 마커는 서로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빨간색은 석유, 녹색은 전기, 파란색은 물, 노란색은 가스를 의미합니다. <파이프워크>는 같은 색 마커끼리 파이프를 연결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빨간색을 연결하는 파이프를 송유관, 녹색을 연결하는 파이프를 송전관, 파란색을 연결하는 파이프를 송수관 녹색을 연결하는 파이프를 가스관 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걸 몰라도 게임을 하는데 전혀 지장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게임 규칙을 알려주기 전에 간단히 이야기해주면 몰입을 하는데도 도움이되고 작은 상식도 생기는 1석2조, 일타쌍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탁자 가운데에는 스패너 카드를 4장 깔아두고 그 옆에 점수 카드를 앞 면이 보이게 깔아둡니다.


 마지막으로 문제 카드를 한 장씩 가져오면 게임 준비가 끝납니다.




 아래 사진은 게임을 막 시작한 모습입니다.





게임 방법


 문제 카드에는 앞, 뒷면을 합쳐서 4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각 문제에 있는 아이콘을 이해하면 쉽습니다.

 1번은 모든 마커를 사용하라는 것이고, 2번은 그려진 색깔 마커를 사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아래 사진에는 녹색 마커가 그려져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마커를 적게 사용하면 연결해야하는 목적지가 적어지기 때문에 쉬울 것 같지만 그 반대입니다. 직접 해보면 알시겠지만, 목적지가 적으면 파이프를 더 복잡하게 연결해야하기 때문입니다. 





 3번과 4번문제에서는 십자 파이프를 꼭 사용해야 합니다(1번과 2번 문제에서는 십자 파이프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위 사진을 예로 들면, 3번 문제를 선택했다면 마커는 모든 마커를 사용해야 하고 파이프는 십자 파이프를 꼭 사용해야 합니다.

 또 4번 문제를 선택했따면 마커는 노란 마커를 빼고 사용해야 하고 파이프는 십자 파이프를 꼭 사용해야 합니다.


 그럼 이제 문제를 풀면 됩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겠지만, 게임판은 파이프가 쏙 들어가게 만들어져서 파이프가 여기 저기 움직이지 않습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엿보입니다.


 파이프를 연결하는 규칙은 단순합니다.

 같은 색깔 마커들끼리 연결해야 하고, 게임판에 빈 칸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1번 문제를 선택했으며, 이미 색깔 마커를 배치한 상황입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색깔 마커 사이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려고 생각합니다.



짜잔~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빈 칸이 여기 저기 보이네요.



 빈 칸이 있어서는 안되니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이 실수하는 부분입니다. '다 했어요~' 라고 외쳐서 보니 빈 칸이 숭숭숭. 그래서 규칙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해주고 다시 시작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자, 그럼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요? 아래 사진을 보면서, 머리 속으로 파이프가 가야할 길을 생각해 보세요. 답은 아래, 아래에 있습니다~




답입니다~




 혹시라도 답을 정~~~~~말 모르겠다면 게임 설명서 뒤에 정답이 있습니다.

왠만하면 사용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한 번 보면 계속 보고싶어 지거든요ㅋ




 완성이 되었다면 탁자 가운데 두었던 스패너를 빨리 가져오세요. 스패너는 1부터 4까지 숫자가 써 있는데, 이 숫자는 점수 카드를 먼저 가져올 수 있는 순서를 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숫자를 먼저 가져오는게 좋겠죠.



 


여기서 주의할 점은, 스패너를 가져가면서 점수 카드도 함께 가져가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스패너 카드를 가져가고 나서 점수카드를 가져가야 합니다.




 그런데 점수 카드에 점수는 없고 그림만 그려져 있습니다. 저게 무슨 뜻일까요?

 가장 위에는 사람, 가운데는 지구(환경) 그리고 가장 아래는 돈을 뜻합니다.

그래서 사람, 환경, 돈 중에서 무엇을 위해 일한 것인지를 정하는 겁니다.


 사람, 환경, 돈이 그려진 만큼 점수를 얻게 되는데, 가장 높은 두 가지만 점수로 인정을 해줍니다.


 이렇게 8라운드까지 게임을 해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이깁니다. 만약 동점이라면, 세 종류의 아이콘 갯수를 모두 더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이깁니다.


 저학년은 점수 계산 방법을 헷갈려 하는데, 문제를 내는 형식으로 설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와 같이 바닥에 깔려있는 점수 카드가 있습니다. 나는 현재 점수 카드를 두 장 가지고 있습니다. 나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카드는 몇 번 일까요?




 정답은 1번과 4번 입니다. 풀이는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교실에서 수업할 때 팁


 게임 설명서에는 8라운드를 하라고 되어 있는데, 8라운드가 생각보다 깁니다. 그래서 처음에 알려줄 때는 3라운드로 줄여서 했고, 그 다음 재미있어하면 5라운드로 조정해서 게임을 했습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잘하는 친구는 잘 하는데, 잘 못하는 친구는 파이프만 만지작 거립니다. 이럴 땐, 옆에서 '훈수'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그 친구 파이프에는 손을 대지 말고 게임판 위에서 파이프가 가는 길만 손으로 알려주었습니다.


 다음은, 저도 처음에 어어? 했던 부분입니다. 바로 파이프가 부족한 상황이죠. 무슨 뜻인가 하면, 분명 길도 맞는 것 같고 연결만 하면 되는데 곧은 (또는 구부러진) 파이프가 한 두개 부족한 겁니다.

아래 사진이 그런 상황입니다.



 녹색 마커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곧은 파이프 두 개가 필요합니다. 이것만 있으면 완성이죠. 그런데 현재 가진 파이프는(왼쪽) 구부러진 파이프와 십자 파이프 뿐입니다. 

이럴 때 아이들은 '선생님, 답이 없어요.'라고 말해옵니다.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답 있어.' 라고 말씀해 주세요. 대부분 3/4은 고칠 필요가 없고 1/4 정도만 다르게 연결하면 됩니다.


 퍼즐 게임 특성상 <파이프워크>를 많이 해본 친구가 아니라면, 그냥 타고난 친구가 잘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실력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지요. 

 이렇게 실력 차이가 날 때는 문제 카드에서 번호를 다르게 하면 됩니다. 1번이 가장 쉽고 4번이 가장 어려운데 서로 다른 번호로 문제를 풀다보면 게임이 흥미진진해 집니다. 또 잘하는 친구든 못하는 친구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항상 아이들에게 말하듯, '게임은 이기는 것 보다 즐기는게 더 중요하다'는 원칙에 충실한 방법이죠. 사실 바둑도 그렇잖아요.


 저학년 아이의 경우는 '요령'을 살짝 알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돌아서 가기' 입니다. 이게 고학년만 되도 '요령'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인데, 저학년 아이들은 이것 한 가지만 알려줘도 실력이 쑥 늘더라고요.


 '돌아가기'는 일직선(최단거리)만을 생각하기 쉬운 저학년 아이들에게 빈 칸을 없애기 위해서는 돌아가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쉽게 실수할 수 있는 파이프 연결 방법을 주황색 화살표로 나타내었습니다.



 송수관(파란색 마커)을 연결할 때 주황색 화살표처럼 연결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건 너무 쉬웠나요? 그럼 가스관(노란색)은 어떨까요? 주황색 화살표처럼 연결하는 경우가 저학년의 경우 생각보다 많은데, '돌아가기' 개념만 이해하면 다음 라운드에선 금방 '돌아가기' 개념을 적용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게임판 덮개'의 활용 부분입니다. 처음에 게임 상자를 열었을 때는, 이걸 대체 어따 써?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게임 설명서에도 '게임판 덮개'에 대한 특별한 언급도 없었구요. 그러나 실제로 게임을 하다보니 게임을 쾌적하게 하는데 도와주는 훌륭한 구성품이더군요.

 게임판 덮개의 첫 번째 쓰임은, (글 내내 사진으로 보았다시피) 파이프나 마커가 흩어지지 말라고 담아두는 유용한 구성품입니다.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다음은 라운드가 끝나고 다음 라운드를 준비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방법은 아래 사진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이 방법이 별것 아닌것 같지만 파이프를 하나 하나 빼서 옆으로 옮기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습니다. 또 게임판을 덮개로 덮지 않고 바로 쏟아버리면 파이프가 여기 저기 흩어질 수 있는데, 이런 점까지 해결해 줍니다.



장점과 단점


 일단 재미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했어요. 물론 저처럼 퍼즐 게임 싫어하는 아이들은 피해야할 게임 목록 중에 하나겠지만요.


 다음은 게임 디자이너의 세심한 배려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보통 (4명이 게임을 할 때) 3등이 정해지면 남은 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4등이 되잖아요? 그럼 4등이 확정된 친구는 퍼즐을 맞추다가 그만둬 버립니다.

 그런데 이 게임 설명서에는 마지막 참가자가 게임을 못풀고 있다면 다들 가서 그 친구를 도와주라고 되어 있습니다. 도와줘서 퍼즐을 완성한 뒤 '스패너'를 가져가게 하라는 거죠.




 이런 방법은 서로 돕는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4등 참가자가 퍼즐을 푸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 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4등을 도와 줄 때는 파이프는 건들지 말고 길만 조언하도록 아이들에게 당부합니다. 이러면 도움 받는 친구는 직접 파이프를 놓아가기 때문에 자기가 길을 완성한다는 기분이 들뿐 아니라 퍼즐 푸는 방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우게 되죠.

그리고 조언하는 친구는 직접 파이프를 놓지 않고 길을 상상하기 때문에 추상화하는 능력이 길러지게 됩니다. 제가 위에서 빈 게임판에 문제를 냈던 것 처럼요.





 자, 이제 단점을 말해볼게요.

 퍼즐 게임의 특성상 파이프를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게임을 못합니다. 네, 구성품을 매우 소중하게 다뤄야 하죠. <코코너츠> 같은 경우에는 코코아만 따로 팔던데, 잼블로에서도 파이프만 따로 팔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퍼즐 게임을 소개할 때마다 말하는 거지만, 저처럼 이렇게 퍼즐 못하는 사람들은 '피하고 싶은' 게임 입니다.

 퍼즐게임을 할 때마다 느끼는데 운이나 전략이 아닌 어찌보면 타고난 능력을 시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우봉고>는 4학년에게도 마구 졌습니다 ㅠㅜ



 이러쿵 저러쿵해도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산 게임인데, 정말 아이들이 좋아해서 만족하고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