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 때문에

708호 2016. 5. 13. 06:32

어른을 위한 그림책, <나 때문에>


박현주 글/그림, 이야기꽃



이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아닙니다. 오롯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입니다.


출처: 알라딘


그림책에서 말하는 이는 분명 고양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말하는 이가 고양이인지 아이들인지 점점 헷갈립니다.




고양이의 두 눈에 슬픈 아이들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아마도 부모님이 홧김에 "너, 나가~ 저 고양이도 데리고 나가버려~" 라고 했던 거겠죠.


출처: 알라딘



이 아이들은 자기가 쫓겨난 이유를 '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날은 부모님이 심하게 싸웠습니다.




그런데 싸운 이유는 '나 때문' 입니다.

피곤한 아빠를 깨우고, 바쁜 엄마를 자꾸 귀찮게 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부모님은 크게 싸웠고,

놀란 고양이는 화분을 깨뜨렸고,

그 화분에 아빠 발이 다쳤고,

그래서 쫓겨나게 된거죠.


왜 그렇게 엄마와 아빠를 귀찮게 했냐고요?


그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두 분도 좋아할 줄 알고, 그렇게도 귀찮게 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 때문에' 부모님이 싸운거고, 아빠가 다친거고, 우리가 쫓겨난 거죠.


꽃이 활짝 핀, 꽃망울이 툭 터진.



아이들은 밖에서 고양이와 잠이 든 모습을 보여주며 그림책은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은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나옵니다.


그림책에서 가장 슬픈 장면, 즉 그림책 마지막 속표지에 나오는 그림 입니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고양이와 뛰어노는 모습,

여전히 아이들은 해맑게 놀고 있습니다.


네, 이 아이들의 부모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이들을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하겠죠.


그리고는 또다시 화가 날 때면 아이들을 밖으로 몰아내겠죠,

커다란 죄책감을 안겨주면서요.


<나 때문에>,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아닙니다. 오롯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