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업

[환경] 투모로우

708호 2016. 3. 21. 01:16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2004년, 123분


과학 > 환경

사회 > 환경



출처: DAUM 영화



투모로우가 볼만한 이유


 <투모로우>는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볼 만한 영화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주제 의식이 뚜렷합니다.

 환경이라는 주제가 관통하고 있는 영화 입니다. 인간이 지구를 지금처럼 망가뜨렸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무서운 결과를 그럴듯한 상상으로 그리고 있거든요.


 그리고 재난 영화로서 뚜렷한 갈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재난 영화가 있지만, 아직까지 <투모로우>만큼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보기 좋은 재난 영화는 찾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재난 영화라는 갈래를 소개시켜 주기도 좋을 뿐 아니라, 재난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긴장감이 영화 곳곳에 흐르고 있습니다.


 또 여전히 세련된 느낌의 영화 입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영화지만, 눈보라 치는 장면 등이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영화 입니다. 저도 2년전, 2014년에 다시 보면서 '와, 저 때 저렇게 만들었단 말이야?'란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긴장감, 세련된 영상과 함께 아이들을 몰입시키는 재미가 있습니다. 같은 감독의 영화 <2012>(2009)는 <투모로우>에 비해 훨씬 진보된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을 자랑하지만 줄거리는 <투모로우>에 비해 감히 형편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칭찬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에 재앙이 닥치는 상황이 묘사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사실 이건 아쉬움이라기 보다는 욕심에 가깝죠. 하지만 만약 아주 잠깐이라도 한국이 얼음 폭풍에 휩싸이고 꽁꽁 얼어붙는 장면이 나왔다면, 아이들에게 영화에 대한 인상은 100배 이상 컸을겁니다.


재난 영화의 정석, 투모로우. (출처: DAUM 영화)



인간과 지구


 대부분 아이들은 인간이 지구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생명체인지 인식하지 못합니다.

 인간이란 생명체는 매우 독특합니다. 도구를 사용하고 이성이 극도로 발달된 생명체 입니다. 그 덕에 지구를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죠.

 이런 권력을 가진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죠. 지구가 훼손되면 인간들은 어디로 가야하나요? 우주로 가야하나요?


 어차피 인간은 지구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편하자고, 조금 더 돈을 많이 벌겠다고 자연을 지나치게 망가뜨리고 있죠. 생각해보면 이런 멍청한 행동이 어디 있나요? 자기가 사는 집을 자기가 부숴버리고 있다니.


 영화를 보기 전이든, 영화를 보고 난 이 후든 이런 이야기- 쉽게 말해 인간이 나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말해 주어야 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댓가로 얼음 폭풍 대신 우주 괴생명체가 올지도 모른다. (출처: 알라딘 / <기생수>)



제목: the day after tomorrow


 원래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은 영화 주제와 수업 방향을 더 선명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냥 투모로우(tomorrow), 즉 '내일' 이라고 나왔지만 원래 제목은 the day after tomorrow, 즉 '내일 모레' 입니다.


 "왜 제목이 '내일 모레'일까?"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조금 어려워 한다면 다른 방향으로 질문을 합니다.


 "왜 제목이 '내일'이 아니라 '내일 모레'일까? 내일과 내일모레의 차이는 무엇일까?"


 당장은 일어나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내일 모레'라는 제목을 지은 것이겠죠.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당장은 일어나지 않지만' 입니다. 지구가 망가져가는 것을 우리가 외면하더라도 당장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다음 세대는 어떡하나요? 당장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그냥 놔두어야 할까요?



내일 모레에는 멀지 않은 날이라는 뜻도 있다. (출처: DAUM 국어사전에서 캡쳐)



그리고 갑작스럽게 '내일 모레'가 된다.


 영화에서 보면 갑자기 일이 터집니다. 지구가 꽁꽁 얼어붙는 일이 생기죠. 다시 말하면 가까운 미래라고 하지만 언제 갑자기 '내일 모레'가 될지 모른다는게 무서운 일이죠.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면 살짝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럼 당당하게 말합니다. 나 지금 너희에게 겁 준거라고.


 이어서 말합니다. 100년 동안에 걸쳐서 일어날 일을 말도 안되는 속도로 표현했다고 많은 학자들이 말했다고요.

 그렇지만 학자들 말이 맞아서 100년 동안 걸쳐서 이런 일이 일어나든, 학자들 말이 틀려서 영화처럼 순식간에 재앙이 닥치든 결국 핵심은 지금처럼 하다가는 언젠가 일어날 일일 수 있다는 겁니다.


모든 것이 상상이지만 모든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내일 모레. (출처: DAUM 영화)



영화를 통해 얻는 것: 수업 방향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가 망가지고 있으며, 망가진 지구에서 어쩌면 영화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 가슴 속에 새겨주고 싶은 것이 이 수업의 목표 입니다.

 머리로 이해하거나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는 것 까지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아, 환경 파괴 계속 하다가는 엄청난 재앙이 내게 닥칠 수 있겠구나' 라는 공포를 심어주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수업 목표라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말해 해줍니다. 너희는 무서워해야 한다고요, 무서워하지 않은 인간이야말로 재앙의 시작이라고요.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서로 이야기해보고 글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 합니다.



무서워하자. (출처: DAUM 영화)



덧붙이기: 아이들에게 부탁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 관련 책이나 교과서 환경 단원을 보게 되면 거의 대부분 어김없이 나오는 문구가 있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 뒤에 나오는 답들로 물 절약하기, 세제 조금 사용하기, 쓰레기 아무 곳에나 버리지 않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등이 제시됩니다.

 맞는 말입니다. 분명 개인이 실천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니다.


 하지만 고학년이라면 기업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개인이 아무리 산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해도, 거대 기업이 그 산에 스키장이나 케이블카를 연결해 버리면 산 생태계는 망가져 버립니다.

 개인이 세제를 적게 사용해봤자 공장에서 폐수를 버리면 강과 주변 토양은 망가져 버립니다.

 공기 속에 중금속이 섞여있는 것은 개인과 기업 중에 어느 잘못이 더 클까요? 열대 우림 나무가 급속히 사라져 가는 것은 개인과 기업 중에 어느 잘못이 더 클까요?


 땅, 하늘, 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것은 결국 기업 입니다. 개인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환경 파괴에 대한 죄책감을 너무 개인에게 뒤집어 씌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럼 '환경 보호를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한 가지를 덧붙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 갖기.

 어른이 되서 기업을 운영하면 돈 벌기와 함께 환경을 생각할 것. 어른이 되서 국회의원이 되면 환경과 관련한 좋은 법 만들것. 어른이 되서 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환경의 가치를 알려줄 것. 어른이 되서 유권자가 되면 환경을 무시하는 정치인을 뽑지 말 것 등이 그것이죠.


 어른들이 기업과 국가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한다면, '내일 모레'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겠죠.


 이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하는 부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