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렐라인 : 비밀의 문> 불만 많은 아이를 위한 변론 1
코렐라인 : 비밀의 문
헨리 셀릭 감독, 2009년
(출처: DAUM 영화)
줄거리
어제 우리 반에 전학 온 애가 있어요. 애하고 상담을 하는데 자기는 불만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불만이 뭐냐고 했더니 이게 그럴만하더라고요. 일단 시골로 온 게 불만이래요. 그리고 엄마도 바쁘고 아빠도 바쁘고요. 예전 친구들은 사진으로밖에 못 보고 있고요. 뭐, 여기까진 흔한 얘기지요. 그런데 이웃들이 문제더라고요. 일단 또래 남자애가 있는데 말도 엄청 많고 몰래 자신을 훔쳐본대요. 아우 징그러. 윗집 아저씨는 집에서 서커스 곡예를 하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는 거예요. 또 아랫집에는 할머니 둘이 사는데 죽은 개들을 집에 박제해 놓고는 점을 쳐준다고 이상한 말들을 한다는 거죠. 자, 불만 가득할 만하죠? 그리고 눈치 채셨겠지만 애 이름이 코렐라인이에요.
그러다가 코렐라인은 새로 이사 온 집에 자그마한 문이 있는 걸 발견해요. 그 문을 통과하자 갑자기 친절한 부모님이 있는 거예요. 물론 눈 대신 단추가 달려있기는 했지만 그건 신경 쓸 겨를 없이 행복했죠. 하지만 모든 것이 마녀의 계략임을 알게 된 코렐라인은 마녀를 물리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옵니다. (사실 이 두 줄이 영화 내용 대부분이지만 마구 생략)
갑자기 화면은 바뀌어 코렐라인 집에서 여는 가든 파티. 여기서 코렐라인은 이웃들에게 음료수를 나누어주며 행복해합니다. 끝~
* 오늘의 키워드는 불만입니다. 그래서 줄거리도 코렐라인의 불만을 중심으로 썼습니다.
이상한 나라는 거울로, 나니아는 옷장으로. (출처: DAUM 영화)
불만 많은 아이를 위한 변론 1
1. 불만쟁이
학교에서 가끔 불만으로 가득 찬 아이가 있어요. 그리고 상담하러 온 부모님 중에는 ‘우리 아이 불만’이 불만인 분들도 계시고요. 제가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불만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불만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제법 있고요.
하지만 저는 불만쟁이를 지지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불만쟁이거든요. 그래서 불만이 많은 아이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목도 ‘불만 많은 아이를 위한 변론’ 이겠지요.
인간이 살면서 꼭 갖추어야 할 두 가지가 있다면, 그리고 학교에서 꼭 배워야할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궁금함’이고 나머지 하나는 ‘불만’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저는 불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궁금함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테고 오늘은 불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2. 원고에 대한 불만
사실 처음 원고가 있었어요. ‘불만이 많은 아이에게’ 라는 제목으로 그 아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을 썼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도, 쓰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찝찝한 거예요. 왜 그럴까를 곰곰이 명상해보니, 그 글은 딴 사람이 쓴 글이었더라고요. ‘너 불만 많지? 너 잘못한 거야. 네가 바뀌어야 다른 사람도 바뀐단다.’ 처음 원고 내용이 대강 이랬거든요. 처음 원고대로 누군가가 불만 많은 내게 조언해 준다면 짜증 날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불만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글은 내 속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꼰대인 내가 썼던 거예요. 그래서 다시 불만에 대한 명상을 한 다음 진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찾았어요. 이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3. 불만이 뭐 어때?
먼저 불만에 대한 오해를 풀면서 본격적인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제목처럼 불만이 많은 아이를 변론한다고나 할까요?
① 불만은 나쁘다?
정말 불만은 나쁜 건가요? 저는 오히려 불만이 없는 게 더 나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불만 없는 세상은 무서운 세상이라고 생각하고요. 불만을 갖지 말라고 강요하는 사회를 ‘전체주의’라고 부르잖아요. 민주주의 사회라면 다양한 불만이 표출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죠.
오히려 불만은 세상을 변화 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불만이 사라지는 순간, 그 집단 또는 개인은 퇴보하기 시작 할 거예요.
그래서 불만 많은 아이에게 저는 이렇게 말해요. ‘야~ 너 예리한데?’
아, ‘불만은 나쁘다?’에 대한 답을 안했네요. 불만이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방구를 뀌듯 잠이 오듯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이 불만을 어떻게 다스리냐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라질 뿐이죠.
② 불만 많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다?
‘야. 너 불만이 그렇게 많으면 힘들지 않냐? 그냥 편하게 살아.’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불만은 갖지 않으려고 해도 생기는 게 불만이에요. 저는 욕구의 한 종류라고 생각돼요. 그런데 불만을 억누르고 모른 채하면 당장은 괜찮을 수 있어요. 그러나 불만이 쌓여서 언젠가 폭발하고 말거예요.
예컨대 오늘 교실에서 제가 아이들에게 화를 버럭 냈어요. 평소 같으면 화를 낼 일도 아닌데 말이죠. 그럼 왜 화를 냈을까요? 아침에 아내와 싸웠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 불만을 해결 못하니까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긴 거죠.
자, 불만을 안가지려고 억누르고 있으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불만을 입 밖으로 표출 한다는 건 오히려 건강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불만을 모른채 하지 마세요, 그건 열쇠를 삼켜버리는 행동이에요. (출처: DAUM 영화)
③ 불만을 가졌으면 대안도 제시해라?
종종 ‘불만만 말하지 말고 대안도 같이 말해야지’ 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안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불만은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물론 대안까지 깔끔하게 제시하면 좋지만, 불만 그 자체로도 현 상황에 대한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제가 사는 옆 동네 대형 교회가 있어요. 건물을 새로 짓고 있었죠. 일요일에 그 교회를 지나가는데 뚝딱뚝딱 공사 중 인거예요. 그 때 불만담당인 제가 불만이 생겨서, 그 교회 다니는 친구에게 물었어요. 야, 교회에서는 일요일에 교회 나오라고 하잖아? 그런데 저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 교회 가서 예배드려? 전 그 분들에게 일요일에 일을 시키는 교회가 불만이었던 거예요. 물론 대안은 전혀 없었죠. 그 후로 해결된 것도 없었어요. 그렇다고 그 불만도 말하면 안 되는 건가요?
④ 불만을 가지는 것은 부정적인 마음이 많아서다?
불만의 원인을 부정적인 마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네,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도 많아요. 특히 아이들은요.
코렐라인은 어땠나요? 코렐라인은 왜 불만쟁이가 되었을까요? 그건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이사한 곳이 시골, 아빠 엄마는 바쁘고, 옛 친구들은 보고 싶고, 이웃들은 이상하고. 불안할만하죠? 이런 불안한 아이에게 ‘야, 네가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해’라고 말한들 해결될까요?
영화 마지막을 주목해 볼게요. 가든파티 때 코렐라인 눈에 비친 이웃들은 모두 좋은 이웃처럼 보여요. 왜일까요? 코렐라인이 갑자기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어서? 그보다는 코렐라인의 마음이 불안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불만 많은 아이에게 “너는 왜 모든 일에 그렇게 부정적이니?”라고 핀잔을 주기 보다는 그 아이가 어떤 불안을 가지고 있는지 관찰해보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돼요.
자, 이렇게 불만에 대한 오해 4가지를 생각해 보았어요. 불만 많은 우리 아이 또는 우리 반 학생에게 핀잔만 주시지 말고 불만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불만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져요.
좋은 불만은 건설적인 비판으로 귀결되고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죠. 하지만 나쁜 불만은 비난이나 험담에서 끝나거나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훼손 시켜요.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은 불만으로 아이를 이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