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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업> 위인전 속 위인들은 정말 위대할까?

708호 2016. 1. 18. 23:20

피터 닥터, 밥 피터슨 감독

2009년



출처: DAUM 영화



줄거리


  칼은 엘리와 사별한 뒤[각주:1] 엘리와 함께 꾸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 꿈이란 위대한 탐험가 찰스 먼츠가 갔다는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는 것. 그런데 계획이란건 자기 집에 수많은 풍선을 달아 하늘로 올라가는 것. 이런 황당무계한 계획이지만 실제로 집은 둥둥 떠오르고 어쩌다가 동네 꼬마 러셀까지 그 집에 타고 맙니다.

 드디어 도착한 파라다이스 폭포. 거기다가 진짜 찰스 먼츠까지 만나게 된다. 처음엔 칼은 꿈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지만, 멸종된 줄 알았던 도도새를 잡기 위해 러셀을 죽이려고 하고 칼의 집을 불태우려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찰스 먼츠의 행동에 화가 나버린 칼.

 칼은 납치된 러셀을 구하고 찰스 먼츠를 물리칠 수 있을까? (그럼~ 다 된다. 그런데 애잔한 진짜 내용은 그 이후에 나온다[각주:2])



위인전 속 위인들은 정말 위대할까?



1. 들어가기


 많은 아이들이 ‘위인전’을 읽어요. 학교 도서관에 가보면 저학년 뿐 아니라 5, 6학년들도 위인전을 읽는 모습이 적지 않게 보이죠. 저도 어렸을 때 이순신을 20번 이상 읽었거든요. 

 그런데 위인전 속에 등장하는 '위인'들은 정말 위대할까요? 이 글에서는 위인전에 나타난 위인들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말하려고 해요.



2. <업>의 위인: 찰스 먼츠


 <업>에서 찰스 먼츠는 엘리와 칼에게 위대한 모험가이자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심지어 둘을 만나게 해 주었다고 까지 말할 수 있죠. 쉽게 말해 찰스 먼츠는 영화 <업> 속에 나타난 ‘위인’ 이예요.


 줄거리 소개 때 말했지만 아내 엘리가 죽은 후 칼은 엘리와 함께 꾸었던 꿈을 이루고자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합니다. 그리고 꿈처럼 파라다이스 폭포에 도착하게 되고 어릴 적부터 존경해오던 위대한 탐험가 찰스 먼츠까지 만나게 되죠.

 그런데 실제로 만나 본 찰스 먼츠는 칼 자신이 어릴 적 알던 그 찰스 먼츠가 아니었어요. 자기 명예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던 거죠. 찰스 먼츠를 겪은 칼은 영화에서 이렇게 말해요.

 “내 어린 시절의 영웅을 드디어 만났는데 이제는 그가 우리를 죽이려 들다니.”

 칼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죠. 그리고 이미 적대적 관계가 된 찰스 먼츠는 새의 위치를 알기 위해 칼의 집을 불태우고 어린 러셀마저 비행기에서 떨어뜨려 죽이려고 해요. 찰스 먼츠가 모험가로서는 ‘위대한’ 인물일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 ‘위대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장면들이 속속 드러납니다.


모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은 두 사람 (출처: DAUM 영화)


 

3. ‘위인전’ 이야기


 칼과 엘리가 어린 시절 보았던 찰스 먼츠에 대한 영화는 마치 위인전 같아요. 아마 지금이라면 <위대한 탐험가 찰스> 정도의 제목이 붙어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되지 않았을까요? 이 책은 ‘추천도서목록’이란 이름으로 학교 도서관에 소개되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꿈과 모험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부모들은 이 위대한 탐험가의 책을 아이들에게 사주었을 수도 있어요. 칼이 겪은 찰스 먼츠는 끔찍하고 야비한 인간이지만 위인전 속 찰스 먼츠는 참으로 멋진 아이들의 우상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위대한 찰스 먼츠 위인전 표지 (DAUM영화 + 편집)



 지금도 수많은 위인전이 쏟아져 나와요. 그리고 이 위인들 속에는 ‘찰스 먼츠’가 숨어있을 수도 있어요.


 이 영화를 보고 아이가 읽은 위인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아이가 읽은 인물이 정말 그렇게 완벽한 인물이었을까로 시작해 보죠. 세종대왕, 이순신, 링컨, 스티븐 잡스는 그토록 흠 없는 인물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했을까요? 아니, 그 이전에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는 걸까요? 만약 칭찬 일색의 위인전이라면 피해야 할 책이라는 것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언급해 주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요. 요즘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책도 나오더라고요. 이건 더 위험한 것 같아요. 앞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모를 일이니까요.


 어느 책을 고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또 책 속 내용이 정말 옳은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조금 귀찮더라도 많이 중요한 일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경계하고, 아무리 권위있는 것이라도 의심하고 직접 판단해 보는 훈련이 필요할 거예요.


 책 속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꼬마 러셀은 이렇게 말합니다.

 “야생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요. 책에 써 있는 것과는 달라요.”


저 미지의 세계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출처: DAUM 영화)


 

4. 위인전이란 단어에 대해


 요즘에는 ‘위인전’이란 말 대신 ‘인물 이야기’ 또는 ‘누구누구 평전’ 등의 표현을 사용해요. 하지만 책 속 인물과 현실 속 인물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여기서는 일부러 ‘위인’이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위인전’과 ‘인물 이야기’의 차이점에 대한 주제로 대화가 전개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저학년은 조금 어려운 내용일 것 같아요.

  1. 칼과 엘리가 어린 시절 만나서 결혼하고 함께 살다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너무나도 감동적인 장면들이 펼쳐진다. 마치 단편 영화로 툭 떼어 놓아도 좋을 만큼 훌륭했다. [본문으로]
  2. 어째 이 영화는 처음과 끝이 모두 감동적이네. 참 잘 만든 영화. [본문으로]